세계보건기구(WHO)가 올 초 내놓은 자료를 보자. 지난 2006년 말을 기준으로 여성의 평균수명은 43살, 남성은 44살이란다. 세계식량계획(WFP)의 자료를 보면, 1300만 인구 중 45%가 만성적인 영양실조 상태다. 지난 2007년 말을 기준으로, 최소한 88만여 명이 국내난민(IDPs)으로 떠돌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유엔의 을 보면, 하루 2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극빈층이 전체 인구의 83%에 이른다. 이 참담한 땅이 짐바브웨다.
그 땅에서 지난 8월 말부터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스멀스멀 콜레라가 도시에 출몰하기 시작한 게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깨끗한 마실 물은 찾기 어렵고, 거리엔 하수가 넘쳐난다. 도시에서 시작된 콜레라는 농촌 지역으로 퍼지면서 기세를 더해갔다. 마침내 12월4일 로버트 무가베 정권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외부의 지원을 호소하기에 이른다. 그로부터 일주일, 12월11일 무가베 대통령이 텔레비전 연설에 나섰다.
“우리 의료진이 외부 지원과 세계보건기구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콜레라를 잡았다는 점을 말할 수 있게 돼 기쁘다.” 무가베 대통령은 이어 자신의 사임을 촉구한 미국·영국·프랑스 등 ‘제국주의자들’을 맹비난한 뒤, “(외부 세력이) 콜레라를 빌미로 짐바브웨에 군사 개입을 하려 했지만, 이제 콜레라가 사그라졌으니 전쟁도 필요 없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가?
무가베 대통령의 연설 직후 유엔이 업데이트된 현장 자료를 내놨다. 12월11일 현재까지 사망자가 783명으로 늘었고, 보고된 발병 건수도 1만6천 건 이상으로 증가 추세란 게다. 세계적 자선·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의 짐바브웨 담당자 레이철 파운드는 〈AFP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혼돈에 휩싸인 짐바브웨에서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콜레라 발병이 여전히 통제 불가능 상태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은 “현지에서 활동하는 인도 지원 활동가들은 향후 일주일 안에 콜레라 감염자가 6만 명 선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콜레라는 짐바브웨 국경을 넘어서고 있다. 두 가지 경로다. 그 하나는 사람이다. 질병과 배고픔을 피해 짐바브웨인들이 대거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경을 넘고 있다. 은 12월10일 “지난 11월15일 이후에만 모두 630명의 짐바브웨인 콜레라 환자가 남아공 보건당국에 등록했다”며 “현재까지 57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으며, 8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남아공 당국이 12월11일 북부 림포포주의 벰베 지역 등 짐바브웨 국경 일대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국경을 봉쇄했다.
그리고 1월이면 본격적인 우기가 시작된다. 콜레라는 수인성 전염병이다. 빗줄기를 타고 콜레라가 삽시간에 번질 수 있다. 이미 남아공 국경을 따라 흐르는 림포포강에서 콜레라균이 검출됐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 활동하고 있는 구호단체 ‘옥스팸’의 활동가 피터 무투레드잔와는 와 한 인터뷰에서 “식량난에 콜레라까지 덮치면서 수많은 짐바브웨인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우기가 다가오면 콜레라는 더욱 기승을 부릴 텐데, 상점에는 식료품이 거의 없는 참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짐바브웨의 의료 기반이 무너져내린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근거로 상황 파악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80년부터 권력 움켜쥔 무가베 정권무가베 대통령은 로디지아가 영국에서 독립해 짐바브웨로 나라 이름을 바꾼 1980년 이래 권좌를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3월29일 실시된 대선에서 무가베 대통령은 43.2%를, 야당인 민주변혁운동(MDC)의 모건 창기라이 후보는 47.9%를 득표했다. 6월27일로 예정된 결선투표를 일주일여 앞두고, 창기라이 후보는 집권당인 ‘자누애국전선’(ZANU-PF)이 선거부정과 폭력사태를 부추긴다며 후보 탈퇴를 선언했다. 지난 9월 남아공의 중재로 무가베 대통령-창기라이 총리 체제로 권력분점 협상이 벌어졌지만, 끝내 결렬됐다. 1924년생인 무가베 대통령은 내년 2월이면 만 여든다섯이 된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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