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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타살설’이 돈이 되는 방식

<한겨레21> <한겨레> 분석 결과 보수 핵심 유튜버 70% ‘가짜뉴스’ 다뤄

서로 참조하며 세력 확장 1년 새 구독자 2배 이상 성장… 수익으로 연결
등록 2018-09-22 08:35 수정 2020-05-02 19:29
가짜뉴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흐른다. 가짜뉴스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건 수년 전부터지만, 그 양상을 깊이 있게 분석한 시도는 드물었다. 공동취재팀은 유튜브와 카카오톡 등에서 가짜뉴스가 퍼지는 양상을 분석했다. 가짜뉴스의 생산자, 확산 경로, 확산 범위 등을 연결망으로 분석한 첫 시도다.
유튜브 보수 성향 정치·사회 분야 구독자 수 상위 대형 채널들. 유튜브 갈무리

유튜브 보수 성향 정치·사회 분야 구독자 수 상위 대형 채널들. 유튜브 갈무리

최근 가짜뉴스의 온상지는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다.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주로 유통되던 혐오표현이 가짜뉴스의 외양을 띠고 유튜브에서 퍼지고 있다.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 접속해야만 볼 수 있던 소수자 혐오와 가짜뉴스가 이제 압도적 1위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맹위를 떨치는 것이다. 유튜브를 가짜뉴스의 새로운 진지라고 말하는 이유다.

상위 40개 채널 중 28개, 가짜뉴스 다뤄

유튜브 가짜뉴스 채널들은 서로의 가짜뉴스를 확대재생산하며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었다. 기존 언론처럼 ‘특종-인용-반론’ 주기를 순회하면서 조회수 상승을 도모한다. 구독자 수 4만 명에서 25만 명에 이르는 대형 보수 유튜브들이 제각각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퍼 나르고, 때론 서로 공격하며 수십만~수백만씩 조회수를 올린다. 이런 상호 침투 속에 지난 1년 사이 보수 성향 유튜브 상위 20개 채널의 총 구독자 수는 83만5100명에서 200만1700여 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이는 곧바로 가짜뉴스 채널의 수익으로 이어진다.

과 는 두 달여 동안 가짜뉴스와 그 전파 경로를 쫓았다. 보수 성향의 정치·사회 분야 유튜브 채널 중 구독자 수 상위 40개 채널(구독자 약 4만 명 이상)을 선정한 뒤 유튜브에서 널리 퍼진 가짜뉴스 7개의 전파 경로를 확인했다. JTBC 태블릿피시 조작, 5·18 북한 특수군 개입, 노회찬 의원 타살, 19대 대선 부정선거(투표용지 2종류), 정부·여당 개헌 뒤 고려연방제 추진, 북한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지령, 문재인 대통령 부산 문현동 금괴 도굴 등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분석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상위 40개 채널 가운데 70%에 해당하는 28개 채널이 7개 가짜뉴스 중 하나 이상을 다루고 있었다. 가짜뉴스를 가장 많이 다룬 채널은 6개 가짜뉴스를 다룬 KSKTV(구독자 4만3천 명)였다. 이어 (20만 명), (5만 명) 등이 5개 가짜뉴스를 다뤘다.

9월17일 현재 유튜브에서 가장 널리 퍼진 가짜뉴스는 ‘JTBC가 최순실씨 태블릿피시를 조작해서 보도했다’(태블릿피시 조작설)는 기사다. 변희재 대표고문이 가장 앞장서서 주장한 내용이다. 변 고문은 허위 보도로 JTBC와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 5월29일 구속됐다. 보수 성향 유튜브 상위 40개 채널 중 24개 채널이 태블릿피시 조작설을 다뤘다.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중 구독자 수 1위(25만 명)이며, 상대적으로 가짜뉴스가 적은 편인 도 태블릿피시 조작설을 다뤘다.

2016년 12월28일 변 고문은 직접 에 출연해 “최순실 태블릿피시가 조작됐다”고 발언했다. 이 영상은 ‘변희재가 말하는 태블릿피시의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에서만 무려 43만 명 이상 보았고, 이후 보수 성향 유튜브들로 전파됐다.

의 ‘노회찬 타살설’ 특종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전통적 언론과 마찬가지로 ‘특종-인용-반론’이 존재한다. 우선, 특정 이슈에 집중해서 계속 ‘가짜뉴스 특종’을 터뜨리는 채널들이 있다. ‘태블릿피시 조작설’(), ‘5·18 북한군 개입설’(), ‘노회찬 의원 타살설’(), ‘문재인 대통령 금괴 도굴설’() 등이다.

가짜뉴스 특종을 하는 채널들은 보수 유튜브 채널 중 상위권에 든다. 가짜뉴스 특종은 누적 조회수가 수십만~수백만 회에 이르고 여러 채널들이 재빨리 인용한다. 예를 들어 ‘노회찬 의원 타살설’은 보수 성향 상위 40개 채널 중 구독자 수 6위(14만 명)인 를 필두로 10개 주요 채널에 퍼져 있다. 7월23일 노회찬 의원이 사망한 채 발견된 뒤 주요 유튜브 중 가장 먼저 가 타살설을 제기했다. 이용식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두경부외과 교수가 출연해, 주검이 발견된 위치와 자세·상태·주변 정황 등을 봤을 때 “(노회찬 의원이) 마취를 당하거나 죽임을 당한 상태에서 떨어졌다”며 “부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내용이다. ‘노회찬 의원 투신 자살… 의심되는 타살 의혹?’이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지금까지 41만 명 이상이 보았다. 영상이 올라온 다음날인 7월24일 구독자 수 21위(7만 명)인 채널에 이용식 교수 주장을 글로 정리한 영상이 올랐고, 같은 날 MBN 등 종합편성채널이 이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타살설을 보도했다. 이 교수는 백남기 농민 사망 때 이른바 ‘빨간 우의에 의한 타살설’을 주장했던 인물이다.
유튜브 가짜뉴스의 또 다른 특징은 일반적인 뉴스 채널들에서 거의 언급하지 않는 이슈가 주요하게 전파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북한군 개입설)이 있다. 북한군 개입설은 유튜브 플랫폼이 활성화하기 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단골로 소비되던 가짜뉴스 가운데 하나다. 이 가짜뉴스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며 퍼뜨린 이는 보수 논객으로 활동하며 유튜브 채널 를 운영하는 지만원씨다. 는 구독자가 2만8천 명인 중형급 채널이다. 이 채널에 올라온 북한군 개입설은 여러 차례 변주에도 불구하고 적게는 1천 명, 많게는 35만 명까지 시청했을 정도로 높은 주목도를 보였다.

보수 유튜브, 월 수천만원대 수익 추정
상호 인용은 주목도 상승의 주요 수단이다. 지만원씨의 주장은 다른 유튜브 채널 수십 개로 광범위하게 퍼졌는데 이 중에는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3위(20만 명)인 , 6위(14만 명) 등 상위권 대형 채널 12개에 퍼져 있다.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북한군 개입설 가짜뉴스 영상의 조회수를 합치면 300만 회가 훌쩍 넘는다.
가짜뉴스를 두고 경합하다보니 아예 가짜뉴스에 대한 ‘반론’으로 존재감을 확인한 경우도 있다. (38위·4만 명)이 처음 제기한 ‘문재인 대통령 금괴 도굴설’에 대해 (33위·5만 명)이 적극적인 반론에 나섰다. 은 분석 대상 7개 가짜뉴스 중 5개를 다뤘을 정도로 ‘가짜뉴스의 허브’였지만, 금괴 도굴설만큼은 거짓된 주장이라며 날카롭게 공격했다. 유튜브 채널들은 서로의 가짜뉴스를 인용하기도 하지만 서로의 가짜뉴스를 “좌파의 공작”이라며 견제하기도 하는 사이다.
이 밖에 보수 성향 상위 40개 유튜브 채널 가운데 10개 채널이 ‘19대 대선 부정선거설’(투표용지 2종류), ‘정부·여당, 개헌안으로 고려연방제 추진설’ 가짜뉴스를 보도했다. 또 3개 채널이 ‘문재인 대통령 금괴 도굴설’ ‘북한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지령설’이라는, 도무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사기에 가까운 내용을 뉴스 형식으로 전파했다. 분석 대상 7개 가짜뉴스가 나오지 않는 채널은 40개 중 12개(30%)에 불과했다.

선동도 하고 돈도 벌고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가짜뉴스 생태계 안에서 공존하고 기생하는 동안 전체적인 채널의 급성장이 이뤄졌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 ‘소셜블레이드’를 통해 구독 상위 17개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를 확인해보니, 2017년 9월17일 합계 구독자 수 83만5100여 명에서 만 1년이 지난 2018년 9월17일에는 200만1700여 명으로 늘었다. 구독자 증가율이 141%나 됐다. 대부분의 채널이 2배 이상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성장률은 곧 수익으로 연결된다. 소셜블레이드 통계에 따라 추정하면, 는 월간 최대 2만1200달러(약 2377만원), 은 월간 최대 5만5200달러(약 6190만원), 는 월간 최대 2만5500달러(약 2859만원), 는 월간 최대 1만6900달러(약 1895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애초 한국 사회의 가짜뉴스는 ‘정치적 선동’을 목적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유튜브 시대에 이르러 가짜뉴스는 정치적 선동에 상업적 이익 목적이 결합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유튜브는 조회수에 기반한 ‘광고 수익’이 발생한다. 유튜브의 가짜뉴스 득세는 정치적 선동이 자생 가능한 수익 기반을 갖춰가는 불길한 징후다.

변지민 기자, 김완·박준용 기자
d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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