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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미디어 아이템 여기 있소이다

넥스트저널리즘스쿨, 미디어 혁신 최우수 아이디어 3가지… 증강현실 이용하고, 단어망 연결하고, 의료진과 연결한다
등록 2016-03-02 07:43 수정 2020-05-02 19:28
넥스트저널리즘스쿨 마지막 날인 1월30일 우수 수강생으로 뽑힌 연다혜, 김혜인, 이민경(왼쪽부터)씨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이완 기자

넥스트저널리즘스쿨 마지막 날인 1월30일 우수 수강생으로 뽑힌 연다혜, 김혜인, 이민경(왼쪽부터)씨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이완 기자

한국의 미디어 시장에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필요하다. 모바일 시대로 격변하고 있지만 신문과 방송은 그대로다. 여전히 신문을 인쇄하고, 여전히 시간에 맞춰 방송을 내보낸다. 각 회사마다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 부서만의 일일 뿐이다. 미디어 기업의 수익은 전통적 광고에서 창출되기 때문에 모든 부서의 역량을 비전통적 분야로 옮길 수 없기 때문이다. 전통적 체제에 익숙한 기자들 역시 변화 과정에서 일자리가 없어질까 두려워 변화에 대처하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즉, 수요자는 바뀌는데 정작 공급자는 바뀌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바뀐 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혁신적인 미디어 스타트업의 가능성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공룡’ 같은 전통 미디어 기업이 빙하기를 준비하지 못할 때, 미디어 스타트업은 전통적 수익에 얽매일 필요 없이 작은 몸집으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은 지난 1월 , 구글코리아와 함께 연 ‘넥스트저널리즘스쿨’에서 미래 언론인에게 ‘새로운 미디어를 창업한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물었다. 기존 언론 조직에서는 얻을 수 없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한국 언론의 가능성을 열고, 새로운 형태의 뉴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봤다. 수강생 전원의 투표 등 치열한 경쟁 끝에 60여 수강생 가운데 우수작으로 꼽힌 3명의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1. 찍고 보고- 여기의 뉴스가 검색된다

‘찍고 보고’는 이용자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사진을 찍으면 관련 뉴스가 자동으로 검색돼 사진 화면에서 바로 제공되는 서비스다. 사진 속 장소와 대상을 자동으로 인식해 이와 관련된 ‘깊이 있는 뉴스’를 즉각 이용자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찍고 보고’ 아이디어를 낸 김혜인씨는 “스마트폰 게임 중 증강현실 기술을 기반으로 한 ‘포켓몬 고’를 참고했다”고 말했다. 증강현실은 실세계에 3차원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 즉,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현실 세계에 가상 물체가 겹쳐 보인다. 일본 닌텐도사는 이 기술을 이용해 ‘포켓몬 고’라는 스마트폰용 게임을 내놨다.

‘찍고 보고’는 이런 신기술이 재미와 결합하면 많은 호응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혜인씨는 사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을 예로 들었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사람들이 열심히 사진을 찍어 올린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사진을 보는 것에도 흥미를 느끼는데 사진에 관련 뉴스가 뜨고 이를 공유하는 것도 흥미로워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또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검색을 많이 한다. 블로그를 보는 것보다 사진 등 이미지로 내가 원하는 장소와 정보를 찾는 게 더 정확해 많이 이용될 것이다.”

김씨가 이용자 위주의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친구들 때문이다. 친구들은 정치 관련 뉴스를 잘 모르고 이들이 주로 이야기하는 것은 연예 뉴스다. “정치 뉴스를 왜 안 보냐고 물으면 ‘어렵고, 내 일이 아니다’라고 얘기한다. 그것을 보고 친구들이 뉴스를 어려워하고 거리감을 느끼는구나 생각했다. 내 주변 사진을 찍으면서 뉴스를 보면 그 거리감이 줄어들지 않을까.”

김씨는 우수작으로 뽑힌 뒤 “넥스트저널리즘스쿨에서 미디어에 관해 고민하는 많은 사람을 보면서 이 산업이 생각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도태되지 않는 기자로 살기 위해 기술도 열심히 배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심사위원  이성규    미디어랩장  평가



위치 정보와 뉴스의 연결성·관련성에 주목한 점이 색달랐다. 뉴스에 장소적 맥락을 덧입혀 정보 소비의 다양성을 촉진하고 소지역성(하이퍼로컬) 뉴스의 활성화 해법을 제시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지역 뉴스가 모바일 시대에 어떻게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지 힌트를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약 지역의 다양한 정보·스토리와 이 아이디어가 연계된다면 뉴스와 역사 정보가 공존하는 새로운 서비스로도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2. 100℃ 팟- 단어를 엮어서 이야기로

‘100℃ 팟’은 권력자들이 대중을 우습게 보는 이유가 ‘대중이 냄비라서’라는 도발적인 문제 제기를 한다. 또 대중이 중요한 사건에 대해 냄비처럼 금세 끓어올랐다가 쉽게 잊는 것은 기존 언론의 기사 생산·유통 방식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대중과 기존 언론의 문제를 싸잡아 문제의식을 드러낸 이는 어떤 대안 미디어를 구상했을까.

이민경씨는 검색과 추격 기능을 강화한 미디어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씨가 구상한 미디어 서비스 ‘100℃ 팟’은 ‘자연어 처리’ ‘텍스트 마이닝’ 등 인공지능을 이용한 검색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기사의 형태소를 추출하고 이 형태소의 의미연결망을 분석한 뒤 밀접한 연결을 가진 별개의 기사들을 몇 가지 키워드로 묶어서 재구성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런 방식을 사용하면 단순한 뉴스 검색이나 포털에서 제공한 기사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자신이 구성한 뉴스를 추적하고 축적할 수 있다고 했다.

이씨는 “한국에서는 언론이 빠르게 의제를 갈아탄다. 신문 1면 등 언론이 꼽는 어젠다 세팅이 아니라, 시민이 생각하는 주요 뉴스가 각각 있으니 각자 추적할 수 있게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김용판’ ‘총선’을 검색하면 “다가오는 4·13 총선, 대구 달서을에 출마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에서 국회 청문회 선서를 거부하고 역설적으로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선거에 나온 점’을 맥락이 있는 스토리로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서비스의 수익모델도 함께 고민했다. 뉴스를 추적하다보면 어떤 사건이 진행될지 안 될지 예측이 가능하고, 그것을 게임처럼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기사를 통해 여러 차례 우려된 ‘보육 대란’이 2016년에 실제로 발생할지 안 할지 뉴스 이용자에게 ‘예언’하게 만든다. 예언에 따라 돈을 걸게 하고 예언이 맞는 쪽이 베팅한 원금과 맞추지 못한 쪽의 돈 일부를 챙기는 방식이다. 이씨는 “광고에 종속된 미디어에서 탈피하고 싶었다. 대안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전공이 경영이다보니 투자 게임을 보면서 베팅 방식을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씨는 수익모델을 다시 고민 중이라고 했다. 베팅 방식이 사행성 게임이 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넥스트저널리즘스쿨이 끝난 뒤 기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기자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작은 것부터 해보자 마음먹고 혼자서 블로그도 개설하고 기사를 써보고 있다.”





심사위원  이성규    미디어랩장  평가



뉴스 과잉의 시대 속에 쉽게 잊힐 수 있는 뉴스를 다시 상기하도록 시스템을 구성한다는 아이디어가 좋았다.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뛰어났고 이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방식도 나름 설득력이 있었다.




3. 암, 그렇고말고- 암환자를 위한 뉴스

‘암, 그렇고말고’는 암환자와 가족을 향한 참여형 미디어를 꿈꾼다. 병원이나 질병별로 카테고리를 세분화해서 의료진과 질의응답하고 교류할 수 있는 온라인 미디어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다.

기존 온라인 환자 커뮤니티와 다른 점은 독자를 우선한 기사 생산이다. 기존 환자 커뮤니티도 의학정보 기사를 가져와 읽을 수 있지만, 현재 유통되는 의학정보 기사는 환자보다 불특정 일반인을 향해 주로 쓰인 것이라고 연다혜씨는 진단한다. 연씨는 대학병원 홍보팀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헬스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다. 그는 미디어의 목표를 환자로 분명히 하고, 환자가 궁금해하는 것을 취재하겠다고 했다.

연씨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아이디어를 냈다. “고등학교 때 호스피스 병원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대학병원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 가족 중 암환자가 생겨서 사소한 정보부터 찾으려 해도 어려웠다. 예를 들어 암환자는 항암치료 중에 목욕하면서 때를 밀어도 되는지, 샴푸나 선크림은 뭘 써야 하는지 이런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했다. 온라인 카페에 가봐도 다들 경험이 제각각이니 신뢰성이 떨어졌다.”

연씨의 구상은 환자가 의사를 만나면 10초 안에 대화가 끝나는 한국 병원의 현실도 반영했다. “어머니가 지방에서 올라와 오랜 기다림 끝에 의사를 만났는데 말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디지털 시대이니 이를 온라인으로 해결할 수 없을까 궁리했다. 의사들이 짬을 내 커뮤니티에 댓글만 달아도 도움이 된다. 원격의료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의료 현장의 단점을 보완하는 정도로 말이다.”

그는 광고를 받지 않는 미디어 모델로 구상했다. 대신 환자를 위한 영양교육과 요리반 운영, 항암물품 중고 거래 등의 수익사업으로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광고와 기사의 경계가 애매한데, 치료가 간절한 독자에게 광고가 끼면 종합편성채널에서 쏟아내는 나쁜 의학 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다. 의학 광고에 기대면 기사도 위축될 수 있어 새 미디어를 만든다면 언론의 가치관과 맞는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심사위원  이성규    미디어랩장  평가



본인의 경험(암환자 가족)에 기반해 콘텐츠 영역을 발견한 점이 인상 깊었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경험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미 시장은 충분히 존재하지만 이를 전략적으로 파고든 뉴스 미디어는 현재로선 찾기 어렵다. 당장 준비해도 독립 미디어로서 안착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신뢰 있는 정보 제공을 넘어, 커뮤니티 등 콘텐츠 생태계를 염두에 둔 점도 평가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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