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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수술, 대통령이 결단하라

MB 집권 뒤 독대 부활, 측근 원세훈 투입으로 ‘정권 보위 기관’ 회귀 가속… 국내 파트 분리, 수사권 검경 이관, 국회 정보위 권한 강화 등 쇄신론 고개
등록 2013-06-20 15:13 수정 2020-05-03 04:27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최근 잇따라 야당 의원들에게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아무도 받아주질 않는다. 딱 한 명, 유일하게 한 명이 전화를 받았다. 그랬더니 원세훈 원장이 ‘지금처럼 계속 오래 끌고 가면 민주당도 좋을 게 없지 않느냐’는 얘기를 했다더라.”
5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이 대목에서 황당하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뭐가 좋을 게 없다는 건가’를 묻자,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서 민주당도 고소·고발당한 게 있으니 좋을 게 없다는 얘기인 거지”라고 설명했다. 전화를 받은 의원이 누구였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정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회 가운데 국정원을 상대하는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위치한 국가정보원(국정원) 건물 청사.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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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위치한 국가정보원(국정원) 건물 청사.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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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원세훈, 믿는 구석 있나

원세훈 전 원장의 화법에서 ‘이런 식이면 너도 재미없다’는 협박과 으름장이 통할 거라는 생각이 엿보인다. 야당을 무시하는 태도다. 게다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풍기는 듯한 인상도 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충복’인 그가, 퇴임한 이 전 대통령을 믿고서 이런 이야기를 할 리는 없다. 그렇기에 음모론자들은 그가 박근혜 정부에도 줄을 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해 대선 직전 터져나온 ‘댓글 사건’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원 전 원장의 이야기를 문자 그대로만 보면, 분명 다급함이 묻어난다. 그는 지난 3월21일 국정원장직에서 퇴임했다. 이젠 야당의 고발로 검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세다. 검찰에선 국정원법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그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싸늘하다. 지난 5월5일 어린이날 그의 집 앞마당에 화염병이 날아들었다. ‘미국 도피’를 의심받았던 출국 계획이 세상에 알려지자, 일요일(3월24일)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출국을 막겠다며 사람들이 공항에 모여들어 시위를 벌였다. 일본 여행을 가려다 신임 원장 임명이 거듭 지연되면서 늦춘 것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지만, 국정원 내에서도 “오비이락을 왜 자초하냐”는 푸념이 나온다. 원 전 원장이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검찰 고발 주체인 야당 의원들을 통해 국면을 바꿔보고 싶어 했을 법도 하다.

그는 분명 코너에 몰렸다. 국정원 직원이 지난해 대선 여론 ‘조작’에 개입했다는 사건에 더해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이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자료가 됐다는 의혹, 게다가 국정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 벌인 정치 공작 추정 문건도 터져나오면서, ‘원세훈 시대’의 국정원에 대한 각종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원세훈 국정원’은 잘못이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팟캐스트 드라마 (국민TV 제작)에선, 벼락을 맞아 ‘노무현’과 영혼이 바뀐 ‘이명박’이 졸지에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서 ‘국정원장 직접보고(독대)’를 부활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민간인 사찰 지시를 거부하는 국정원장을 해임하고, 흥신소 여사장을 국정원장에 앉힌 뒤 수시로 독대하며 사찰과 공작을 일삼는다는 설정이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때 폐지된 ‘국정원장 독대’를 부활시켰다. 이명박 정부 첫 국정원장이던 김성호 전 원장은 주 1~2회 독대를 했다. 2009년 두 번째 국정원장에 임명된 원세훈 전 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이 전 대통령과 수시로 독대를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반대의 방향을 택한 셈이다.

<font color=#991900><b>국정원 정치 개입 파동 일지</b></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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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정치 개입 파동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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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관장 독대, 밀실정치의 시작

이명박 대통령과 원세훈 전 원장은 수시로 독대하면서 국정원의 활동 내용 전반에 걸쳐 폭넓은 의견 교환을 한 것으로 알려지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외부에 알려진 바 없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정보기관의 활동은 최종적으로 정부 수반(대통령·총리 등)의 통치행위를 위한 것인 경우가 많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보고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취한 ‘독대’ 형식은 내용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정보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잃게 된다. 게다가 수요자인 대통령의 뜻에 따라 정보의 수집·분석 방식이 모두 왜곡될 가능성이 생긴다. 일종의 ‘밀실정치’인 셈이다.

대통령이 정보기관에 의존하게 되면, 정부의 기능이 타격을 입기도 한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09년 한 강연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원장의 독대 보고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며 그 배경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국정원장의 독대 보고를 받으면 권력의 속성이 벌어진다. 예컨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보고할 내용까지 국정원이 미리 파악을 한다. 그래서 보고서를 국정원으로 보낸다. 국정원은 각 부처에서 보고를 준비하는 내용을 다 파악하고, 그 보고 내용이 담고 있는 정책의 장단점 분석과 평가까지 덧붙여 국정원 보고서를 낸다. 장관들도 국정원 보고서가 미리 다 올라간다는 것을 안다. 그렇게 되면 장관들은 대통령이 이미 다 파악하고 평가를 한다고 생각하고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말씀을 받아적기에만 바쁘게 된다. 정부 각 부처가 다 무력화되고 자율성을 상실한다. 장관들이 위로 대통령만 쳐다보게 된다. 대통령이 만사를 다 아는 사람이 아닌데, 회의하다 무심코 한 말이 대통령의 지침이 되어서 내려간다. 국정이 망가지게 된다. 대통령이 한번 거기에 의지하기 시작하면 대통령이 통치하는 게 아니라 국정원의 보고서가 국가를 통치하게 된다.”

부정선거진상규명시민운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5월23일 서울 내곡동 국정원 앞에서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부정선거진상규명시민운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5월23일 서울 내곡동 국정원 앞에서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인사권 무기로 조직 장악한 원세훈

독대도 문제였지만, 최측근인 원세훈 전 원장을 정보 수장에 앉힌 것부터 국정원 장악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원 전 원장은 지명 뒤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치가 체제 전복 세력의 침투 대상이므로 (국정원은) 정치 정보를 수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원세훈 라인이 추구하려던 정보 업무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후 4년 동안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장 자리를 지킨 ‘대통령의 남자’ 원세훈 전 원장은 국정원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국정원의 한 전직 직원은 “원세훈 원장 부임 뒤, 국정원이 갈수록 정권 보위기구가 돼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원세훈 전 원장은 수시로 인사 조처를 했다. 이명박 정부 실세로 등극한 ‘영포 라인’이 선호도 높은 국외 파트를 독차지하는 식으로, 원칙도 없는 ‘인사 전횡’이 벌어졌다는 게 당시 인사를 지켜본 이들의 얘기다. ‘원칙 없는 인사’의 반복은 사고로도 이어졌다. 2011년 국정원 직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 때 한 전직 국정원 간부는 익명으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사건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짚었다. “전문성 있는 요원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야 하는데, 원칙 없이 편의적이고 자의적으로 인사를 하다보니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원세훈 전 원장의 인사권은 가장 강력한 수단이었다. 그가 자신과 뜻이 맞지 않는 직원들을 ‘해원(국정원을 해치는) 세력’이라고 몰아세워 내보냈다는 증언도 있다. 원 전 원장이 2009년 취임한 이후 많은 고위 간부들이 스스로 옷을 벗었다. 징계 현황을 꾸준히 상기시키며 내부 통제에 나선 정황도 있다. 징계 사실을 국정원 내부에서 회람하는 ‘감찰회보’는 애초 분기별로 나왔다. 원 전 원장이 취임한 2009년부터 회보가 매달 발간된 데 대해, 국정원 직원들은 ‘일벌백계’를 노린 조리돌림으로 보고 있다.

원 전 원장이 유독 보안을 강조한 것도 국정원 장악 의도에서 비롯된 거란 풀이가 있다. 재임 시절 그는 직원들에게 “잘한 일도, 잘못한 일도 외부에 알리지 말라. 음지에서 묵묵히 우리 일만 하면 된다”는 얘기를 곧잘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정보기관의 보안 유지는 중요하지만 정도가 심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원 전 원장 시기 국정원에 도입된 것으로 알려진 ‘보안용지’가 대표 적인 예다. 보안용지는 국정원 내에서 출력을 할 때 쓰는 장당 50원 상당의 고급 용지다. 값이 비싼 이유는 종이의 약품처리 때문이다. 출력물을 국정원 밖으로 들고 나오려 하면 삐 소리가 난다고 한다. 그나마 출력을 할 수 있는 경우엔 보안용지라도 쓰지만, 국정원 내부 망의 자료는 아예 출력이나 저장·전송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국정원 직원들은 외부에서 작성·출력한 문건을 들고 국정 원에 들어가 다시 입력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최근 불거진 박 원순 시장 등 관련 국정원 문건의 양식이 제각각인 이유가 이 때문이 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법 다 지키면서 어떻게 정보활동 하나”

‘원세훈의 인사권’으로 추려진 국정원은 ‘원세훈의 보안 통치’ 스 타일에 적응하면서, 결국 원 전 원장의 뜻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 직였던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내부 행사에 ‘원장 부인이 좋아한다’ 는 이유로 어느 중년 부부 가수를 특정해 초청한 적도 있었다고 한 다. 더 심각한 것은 국내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기 시작한 정황이다. 원 전 원장 시기부터 국정원은 과거에 쓰지 않던 ‘종북좌파’란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노동·사회·인권·종교 등 각 분야에서 정부 비판 성 향의 단체 100곳가량을 ‘종북좌파’로 규정한 리스트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 시장에 대해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운운하는 국 정원 추정 문건과 같은 맥락인 것으로 보인다. 정보 수집 활동의 법 적 근거에 대한 인식도 무뎌졌다. 원 전 원장 시기 국정원에선 “정보 기관이 법을 다 지키면서 어떻게 정보활동을 하느냐”는 얘기가 공공 연하게 튀어나왔다고 한다. 그가 부임하기 전까지 국정원법 개정 등 입법을 통해 정보활동의 근거를 만들어보려던 노력은, 잠시 길을 비 켜줄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섰고, 원세훈 전 원장이 물러나고 남재준 원장이 취임했지만, 국정원은 여전히 정치 개입 우 려를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남재준 원장은 4월 중순 1급 실·국장 및 지부장의 80~90%를 교체하는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고, 국정 원 안팎에선 ‘원세훈 흔적 지우기’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이 또 한 국정원 내 기득권 세력의 변주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국정원에선 박정희 시대의 중앙정보부와 전두환 시대의 안전기획부를 거치면서 줄곧 ‘대구경북’(TK) 인맥이 주류를 형성해왔다고들 한다. 이 흐름이 일시적이나마 끊긴 것은, 지역으로 보면 ‘호남’, 성향으로 보면 ‘친DJ’로 불린 인맥이 국정원 요직을 차지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였다. 이명박 정부에선 다시 TK 인맥이 주류를 ‘탈환’했다. 다만, 이때 TK 인맥은 한 차례 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원세훈 전 원장을 중심으로 한 세력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세력 등 둘로 나뉘었고, 원세훈 전 원장의 임기 후반에는 ‘원세훈계’가 명실상부한 주류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새 정부와 새 원장이 들어서면서, 밀려났던 ‘최시중계’가 돌아오고 있다는 관측이다. 기득권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다, 정권과 짝을 이뤄서 특정 세력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구조에선 ‘탈정치’는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 4월30일 서울 내곡동 국정원을 압수수색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태운 버스가 청사를 나오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지난 4월30일 서울 내곡동 국정원을 압수수색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태운 버스가 청사를 나오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국정원의 ‘정치 바람’은 최근까지도 진행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에서는 최근 인사를 둘러싸고 한 차례 소동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사급 연구원 34명 중 17명에 대한 구조조정 움직임이 있었는데, 이들 가운데 경제·산업 분야 연구원 3명이 불확실한 이유로 연구소를 떠나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연구소 쪽에서 표면적으로 내건 이유는 ‘보안 사고’였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들의 정치적 성향이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아 ‘정치 탄압’ 논란이 일었다. 결국 3명의 연구원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은 일단 백지화됐으나, 재계약 등 고용 조건에 대한 논의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정원 개혁을 이야기할 때 흔히 거론되는 것은 업무 분야 조정이다. 현재 국내외를 상대로 정보활동을 하는 종합정보기관인 국정원의 기능에서, 국내 파트를 떼어내고 국외 및 대북 전문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정원의 국내 파트는 정당과 국회, 정부부처, 언론 및 사회단체 등을 담당한다. 국내 현안에 개입할 여지가 있으니 그 역할을 국무조정실 등에 나눠주자는 얘기다.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검찰 및 경찰에 넘겨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정보기관이 수사권까지 보유하고 있다보니 권력의 비대화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이다.

국정원을 상대하는 국회 정보위 소속 의원들은 “국정원이 걸핏하면 보안 사항이라며 답변을 회피한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국정원의 국회 보고를 정례화하되, 기밀 사항을 누설한 국회의원은 간첩죄로 다스리도록 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응답하라, 박근혜

국정원이 제대로 국회의 견제를 받도록 국회 정보위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정원을 상대하는 정보위 소속 의원들도 “국정원은 걸핏하면 보안 사항이라며 답변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국정원의 국회 보고를 정례화하도록 하되, 기밀 사항을 누설한 국회의원은 간첩죄로 다스리도록 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등이 참여한 ‘공안기구감시네트워크’는 지난 3월 △‘통일해외정보원’으로 명칭 변경 △수사권 분리 △정치 관여 금지 △국회 통제 강화 △도청 금지 등의 내용을 뼈대로 한 국정원법 개정안을 입법청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개선안이건 그 실현 여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 있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이고,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최종적인 보고를 받는 사람이다. 특히 최근 불거진 국정원 관련 사건의 시발점이 된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은 박 대통령이 당선된 선거 과정에서 발생했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2월14일 긴급기자회견에서 “저를 흠집 내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민주당의 터무니없는 모략으로 밝혀진다면 문재인 후보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거꾸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국정원의 모략이었다면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이야기도 않는다면, ‘수혜자의 침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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