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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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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패밀리, 한 지붕 한 가족이 되는 법

100여 개 포스코 협력사 중 5곳만 4조2교대 시행…

같은 현장에서 연계된 업무 하면서 교대제 달라 위화감 우려
등록 2011-01-06 06:41 수정 2020-05-02 19:26

“직원들에게 지금의 4조2교대에서 이전의 4조3교대로 돌아가겠느냐고 물으면 ‘절대 안 된다’고 펄쩍 뜁니다.”
광양제철소의 생활·공업 용수 공급을 맡는 드림피아의 배부영 유틸리티1그룹팀장은 “4조2교대를 처음 시작할 때는 12시간 근무를 이유로 나이 많은 직원들의 걱정이 많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더 좋아한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한다.

협력사 직원들 “우리는 언제 시행하냐”

드림피아는 2010년 7월 포스코 외주협력사로는 처음으로 4조2교대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이백구 대표는 “2006년 포스코의 아웃소싱으로 회사가 신설될 때 직원들에게 성과가 좋아지면 성과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지키기 위해 4조2교대를 남보다 앞서 도입했다”면서 4조2교대의 생산성 제고 효과를 확신했다.
포항제철소의 외주협력사인 만서기업(철강재 포장)·영남산업(조업지원)·포웰(수처리)·롤앤롤(롤수리) 등 4개사도 드림피아에 이어 2010년 11월부터 일부 공장에서 4조2교대 시범 운용에 들어갔다. 만서기업의 원천수 사장은 “회사도 직원도 모두 만족”이라면서 “특히 직원들의 얼굴색이 달라졌는데, 모두 직장 다니는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웃음지었다. 영남산업의 조정래 사장은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고 취미나 동아리 활동 등으로 삶의 질이 향상돼 만족해한다”고 거들었다. 시범 운용 4개사는 시행 6개월에 접어드는 내년 3월 말께 본 시행 여부를 묻는 직원 투표를 할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모두 투표 결과를 낙관한다.

포스코의 100여 개 외주협력사 가운데 4조2교대를 본 시행 내지 시범 운용하는 업체는 5개에 불과하다. 광양제철소의 생활·공업 용수 공급을 맡고 있는 드림피아는 2010년 7월부터 4조2교대를 전면 시행 중이다.드림피아 제공

포스코의 100여 개 외주협력사 가운데 4조2교대를 본 시행 내지 시범 운용하는 업체는 5개에 불과하다. 광양제철소의 생활·공업 용수 공급을 맡고 있는 드림피아는 2010년 7월부터 4조2교대를 전면 시행 중이다.드림피아 제공

포스코의 외주협력사는 모두 100여 개에 달한다. 이 중에서 교대근무를 하는 회사는 절반 정도인 52개인데, 4조2교대를 본 시행 내지 시범 운용하는 업체는 5개에 불과하다. 전체 외주협력사 직원은 1만7천여 명으로 포스코보다 1천 명 정도 더 많지만, 4조2교대를 통해 삶의 질 향상의 기쁨을 누리는 사람은 아직 극소수라는 얘기다. 더구나 교대조를 운용하는 52개 외주협력사 중 40%는 근로자의 육체적 부담이 큰 3조3교대에 아직 머물러 있다. 외주협력사는 제철소 안에서 과거 포스코 직원들이 하던 포장·수리·운반·청소·수처리 등을 대신 맡아 한다. 철강 생산 주 업무는 포스코 직원이 하고, 보조 업무는 외주협력사 직원이 하는 이원체제인 셈이다. 박재갑 포스코 외주그룹리더는 “포스코와 외주협력사 직원들은 서로 하는 일이 다르고, 외주협력사 직원을 포스코가 직접 통제하는 일은 없다”고 설명한다. 불법 파견 논란이 일고 있는 현대차 등의 사내하청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얘기다. 외주협력사 직원 중에는 과거 포스코 직원이었다가, 부서가 아웃소싱되면서 소속사가 바뀐 경우도 있다.

4조2교대를 시범 운용하는 외주협력사 직원들은 하루속히 본 시행이 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영남산업 시범운용조의 유선태 반장은 “시범 운영을 하는 직원들의 반응이 좋다 보니, 아직 4조3교대를 하는 다른 직원들도 ‘우리는 언제 시행하느냐’고 성화가 심하다”면서 “자체 조사 결과 직원들의 찬성률이 88%였다”고 귀띔했다. 아직 시범 운용을 하지 않는 외주협력사들의 관심도 높다. 만서기업 시범운용조의 고건태 반장은 “다른 회사 직원들이 우리에게 ‘해보니 어떠냐’ ‘휴무일은 어떻게 활용하냐’ ‘취미활동은 뭘 하냐’ 등 많은 문의를 한다”고 전했다.

포스코 직원들이 4조2교대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외주협력사는 종전 그대로 3조3교대나 4조3교대를 유지할 경우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것이다. 이는 외주협력사는 물론 포스코의 생산성 제고에도 도움이 안 된다.

포스코로서도 외주협력사들이 4조2교대로 전환하는 게 유리하다. 포스코와 외주협력사의 업무가 서로 연결돼 있어 근무 방식이 다르면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만서기업의 원천수 사장은 “포스코가 4조2교대 시행을 통해 생산성이 높아져 강판 생산량이 늘었는데, 포장을 하는 외주협력사가 4조3교대를 고수해 작업량이 그대로면 포스코의 생산성 향상이 제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광양제철소의 양원준 인사노무그룹리더는 “대다수 안전사고가 교대 시간 전후로 발생한다”면서 “포스코와 외주협력사의 교대 방식이 다르면 업무 협의가 어려워져 사고 발생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포스코는 공식적으로는 외주협력사의 4조2교대 전환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태도다. 박재갑 외주그룹리더는 “4조2교대 전환은 전적으로 외주협력사의 자율 판단에 맡긴다는 게 회사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포스코도 내심으로는 외주협력사의 동참을 바라고 있다. 4조2교대를 시범 운용 중인 한 외주협력사 직원은 “회사가 4조2교대 시범 운용에 들어갈 때 포스코가 먼저 의향을 물어왔다”면서 “이는 포스코가 사실상 외주협력사의 4조2교대 전환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의 신중한 태도는 외주협력사의 4조2교대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과, 자칫 외주협력사를 직접 지시·통제하는 것으로 비쳐 불법 파견 논란이 제기될 위험성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외주협력사들은 4조2교대 전환 때 휴게시설 확충, 자동화 설비투자, 야식비 추가 등으로 인해 회사 규모에 따라 연간 4천만~5천만원에서 1억~2억원의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교대조를 시행하는 52개 외주협력사가 모두 4조2교대로 전환한다고 가정하면 전체 전환 비용은 5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최근 5년간 포스코의 평균 순이익 3조7천억원의 0.14%에 불과하다.

포스코와 외주협력사 직원들은 한 제철소 안에서 연계된 업무를 하지만, 둘 사이에는 주인집 아들과 셋집 아들 사이 같은 미묘한 거리감이 존재한다. 하는 일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외주협력사의 평균임금은 포스코의 60~70% 수준이다. 여기에 근무 방식까지 다를 경우 위화감은 더 커질 수 있다. 과거 외주협력사들이 모두 3조3교대를 시행할 때 포스코의 4조3교대 전환은 큰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포스코 직원들이 4조2교대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외주협력사는 종전 그대로 3조3교대나 4조3교대를 유지할 경우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것이다. 이는 외주협력사는 물론 포스코의 생산성 제고에도 도움이 안 된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취임 이후 본사와 계열사, 외주협력사가 모두 하나의 가족처럼 발전하자며 ‘포스코 패밀리’ 정책을 천명한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포항제철소 화성공장의 박상모씨는 “회사가 포스코 패밀리 정책을 표방한 만큼 모두가 같이 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포스코, 외주업체 근무제 전환에 지원 필요

포스코로서는 당장은 외주협력사의 4조2교대 전환을 지원하는 것이 불필요한 비용 부담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훨씬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벌써 포스코와 외주협력사가 함께 4조2교대를 실시하는 작업장은 분위기부터 달라지고 있다. 포항제철소 열연부의 박상섭(53)씨는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고 서로 간의 대화도 전보다 더 활발해졌다”면서 “출퇴근을 같이 하다 보니 함께 회식이나 술자리를 갖는 일도 생겼다”고 말한다. 휴무일에 동호회나 스포츠 활동을 같이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외주협력사 직원들은 4조2교대 전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직원들의 교육과 휴무일의 자기계발, 동호회 활동에서도 포스코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만서기업의 고건태 반장은 “회사의 생산성이 올라가면 직원들 봉급도 올라가고 포스코의 생산성도 좋아져, 외주협력사와 포스코의 노사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외주협력사의 4조2교대 전환은 포스코에서 시작한 노사 상생의 불길이 계열사와 외주협력사 전체로 확산될지 여부를 결정짓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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