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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특강

[인터뷰 특강-화] “부모에게서 독립해 연애와 여행을 하시라”

‘화’ 주제 마지막 시간,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의 ‘웃으며 화내는 법’

제756호
등록 : 2009-04-16 12:28 수정 : 2009-04-16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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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주제 마지막 시간,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의 ‘웃으며 화내는 법’.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오직 ‘자신들의’ 욕망에만 지나치게 솔직한 이 ‘해맑은’ 정부를 향해 웃으면서 화내는 법을 이야기했다. 상대를 내 눈높이로 끌어내려, 당사자를 제외한 모두를 웃게 만드는 이 내공의 권법, 어떤 것인지 들어보자.

김어준: 웃으면서 화내려면,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는 ‘통찰력’과 그렇게 파악된 본질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시큰둥’한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통찰력과 시큰둥의 모태가 ‘지성’이고, 지성은 ‘자기 객관화’에서 출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너’의 2차원 관계 속에서 살지만, 삶은 3차원이다. 자기 객관화는 삶의 세 번째 축에서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을 보면 감추고 싶은 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를 발견하게 된다.

자기 객관화 통해 자존감 세우고 지성 키워야

나는 ‘자유방임’하신 부모님 덕분에 자기 객관화가 용이했다. 뭐든 내 맘대로 해도 됐다. 단 그 결과도 모두 내가 책임져야 했다. 부모님은 내가 유리창을 깨도 혼내지 않으셨다. 단, 유리창값은 내가 내게 하셨다. 너흰 앞으로도 많이 먹을 수 있지 않느냐며 맛있는 것도 두 분이서만 챙겨드셨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부모로부터 정서적·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면 자기 객관화를 할 수 없다.

일단 자기 객관화가 되고 나면 ‘자존감’이 생긴다. 자존감은 자신감과는 다르다. 자신감은 내가 시험 성적이 더 좋고, 더 예쁘고, 내 차가 더 좋구나 하는 식으로 남과의 비교우위를 통해 갖는 특정 능력의 과신이다. 열등감이 꼭 따라다닌다. 모든 면에서 제일 잘난 사람이란 있을 수 없기에 자신감은 다치기 쉽고 사라지기 쉽다.


반면 자존감은 외부적인 것과 관계가 없다. 내 부족한 부분까지 수긍하고 긍정하면 자존감이 형성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러나 자존감을 가지면 그러한 에너지를 쓰지 않게 되고, 그만큼 여유가 생겨 ‘타자’를 쳐다볼 수 있게 된다.

1992년인가, 터키 여행을 할 때였다. 카파도키아의 가장 높은 지대에 올라 밥을 먹으려고 가방에서 샌드위치를 꺼냈다. 어디선가 10살가량의 어린아이가 나타났다. 샌드위치를 하도 뚫어져라 쳐다봐서 어쩔 수 없이 줬다. 그 아이와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데, 그림도 그려가며 열심히 대화를 나눴다. 당시 여행 전에 외신을 보다가 쿠르드족 학살에 대해 본 기억이 나서 ‘쿠르드’라고 물었더니 알아듣더라. 알고 보니 그 아이가 쿠르드족이었다. 부모는 모두 죽고, 형은 사라지고, 자기만 여기서 이렇게 밥을 얻어먹으면서 지낸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났다. 아이를 껴안고 같이 울었다. 그때의 경험으로 ‘타자에 대한 감정이입’과 정치, 특히 국제정치에 관심이 생겼다. 이처럼 자기 객관화가 되면 타자에 대한 감정이입이 되고 여기서 ‘지성’이 생겨난다.

자기 객관화를 이루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연애’와 ‘여행’이다. 연애를 통해 나의 치졸함과 바닥을 확인할 수 있다면, 여행은 자신의 보편성을 확인하게 해준다. 바닥만 보면 자기 연민이나 자기 비하에 빠지기 쉬운데, 보편성은 이 바닥을 받아들일 ‘용기’를 제공한다.

‘자신만의 가격표’ 갖고 스스로 의사결정을

자기 객관화, 타자에 대한 감정이입, 지성, 이 사이클이 순환하면서 ‘내’가 완성돼간다. 웃으면서 화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이클을 가진 사람은 자기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본다. 자기만의 ‘가격표’를 갖고 의사결정을 한다. 내 가격표가 높으면 아무리 세상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겨도 그것을 선택한다. 오늘 오신 분들도 세상일에 자신만의 가격표를 달고, 웃으면서 화내며, 행복하게 사시기를 바란다.

청중1: 강연 잘 들었다. 말씀하신 ‘타자에 대한 감정이입’과 아이들에게 ‘눈높이 교육’을 하는 것의 차이점을 설명해달라.

김어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타자에 대한 감정이입과 혈육에 대한 눈높이 맞추기는 차이가 있다.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타인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상생력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지성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자 오지혜: 자세한 눈높이 교육 방안에 대해서는 눈높이 선생님께 물어달라. (청중 웃음)

청중2: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3월이면 학부모의 전화를 받느라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오리엔테이션을 하면서 새내기들에게 질문을 하라고 했더니 연봉이 높은 회사가 어디냐고 묻는다. 본인들의 질문이 아니라 부모들의 질문을 하고 있다. 이런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김어준: 일단 집을 나와라. (청중 웃음) 부모들은 그게 사랑인 줄 안다. 최근 직장 잘 다니고 결혼도 멀쩡하게 한 사람이 집 밖에 안 나가고 처박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학교·직장·결혼 모두 부모가 시키는 대로, 부모가 선택해준 대로만 살아온 이들이다. 이들은 외형은 성인이나 사실은 아이다. 굉장히 슬프고 폭력적인 일이다. 집을 나와야 한다. 스스로 부딪히고 해봐야 한다.

청중3: 수많은 칼럼 등에서 ‘해외여행’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해왔는데, 나도 동의해서 주변에 적극 권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을 내기 어렵고, 형편도 넉넉지 않은 분들이 있다. 이분들에게 사고의 전환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행 말고 추천해줄 만한 것이 있는지?

김어준: 나도 처음부터 자기 객관화나 지성 등의 거창한 목표 때문에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저 재미있으니까,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아서 여행을 다녔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애를 쓰며 찾으면, 어떤 식으로든 방법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여행을 가기 전에 위기 상황을 그려보며 여행을 주저하는 분들도 많다. 나는 숙소 호객도 해보고, 암달러상도 해봤다. 화투를 가지고 다니면서 현지 노숙자분들에게 고스톱을 전수하며 길에서 밤을 지새운 적도 있다.

사회자 오지혜: 조만간 김어준의 ‘배낭여행 나처럼 해봐’ 같은 책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꼭 여행만이 아니라 온 정성을 다한 봉사활동, 열정을 쏟는 프로젝트처럼 다양한 경험에 도전하면서 사고의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청중3: 방송계에서 일하는데 최근 사태를 보며 작가들에게 제재를 가하는 모습에 화가 났다. 이 경우 어떻게 웃으며 화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또한 김 총수가 최근에 가장 화난 적이 있다면, 그 이유가 궁금하다.

김어준: 과 관련해서는 전략을 생각 중이다. 당사자를 제외한 전부를 웃겨야 하기 때문에 가장 좋은 방법을 고심해봐야 한다. 나는 화를 거의 내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침 뉴스에서 우연히 어느 높으신 분(?)을 보면 기분을 망치고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그땐 크게 소리 지르며 마구 욕을 한다. 그러고 나면 좀 풀린다. 그 밖에 개인적으로 화낸 기억은 별로 없다. 운전을 하면서도 (누가 끼어들거나 하면) “아이고~ 그렇게 바빴어?” “그렇게 운전하니 좋으니?” 하고 웃으며 지나간다.

글 최고라 17기 독자편집위원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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