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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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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지원, ‘누구에게’ ‘어떻게’

영업제한 보상에만 100조원 추정, 임대료 감면·재난지원금·사회연대세 등
자영업자 손실 보상 등 여러 방안 쏟아져
등록 2021-01-24 13:54 수정 2021-01-26 01:27
정부의 집합금지, 영업제한 조처로 인해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이 입은 손실에 대한 보상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진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썰렁한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가구 거리 모습.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정부의 집합금지, 영업제한 조처로 인해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이 입은 손실에 대한 보상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진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썰렁한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가구 거리 모습.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2007년 겨울, <한겨레21> 제690호에 기사 하나가 실렸다. ‘이태원은 누구의 땅인가’. 그 시절, 서울 이태원을 두고 할 수 있는 말은 차고 넘쳤다. 이태원은 모슬렘(이슬람교도)의 땅이었고, 나이지리아인의 땅이었고, 해외 유학 세대가 외국 경험을 재확인하는 땅이었고, LGBTQI가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땅이었고, 언더그라운드 예술인이 교류하는 땅이었다. 모두의 땅이었고, 누구의 땅도 아니었다.
2021년 겨울, 이태원을 두고 코로나19 1년의 기억만 떠올리는 일은 참담하고 자연스럽다. 2020년 5월 나온 ‘이태원발 코로나19’라는 단어는 강력한 낙인이었다. 클럽, 밤, 성소수자, 개방성, 외국인… 이태원을 둘러싼 많은 것을 코로나19와 접붙여 풀이했다. 그럴수록 ‘보상 없는 기본권 제한’은 마땅한 듯 여겼다. 5월 이후 코로나19가 확산하는 매 시점, 클럽 등 유흥업소 영업을 정지했다. 카페와 음식점 영업시간을 규제했다. 이해했다. 다만 손실에 대한 보상은 제도화하지 않았다. 2019년 4분기 19.9%이던 이태원1동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020년 2분기 29.6%까지 치솟았다. 2020년 3분기 이태원 관광특구 주점들 추정 매출액은 한 해 전보다 66.5% 줄었다.
2021년 1월9일 이태원은 다시 코로나19 방역 논란의 중심에 섰다. 상인들이 거리로 나왔다. 여전히 ‘코로나19 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은 잊지 않았다. 다만 실효성 있고 현실적으로 방역 지침을 조정해달라고 했다. 합리적인 얘기였다. 헬스장, 학원, 피시(PC)방, 수영장, 돌잔치 업계도 더는 못 참고 목소리 냈다. 서울시장 후보들과 국회의원이 이태원을 찾았다. 국회는 영업정지 기간의 손실액을 보상하고, 임대료를 감면하는 방안을 뒤늦게 찾는다. 기준을 두고 아직은 논쟁한다. 당장 해결된 것은 없다.
“우리, 기자회견 잘된 걸까요?” 영업을 멈춘 이태원의 한 레코드바에 앉아 어느 상인이 물었다. 그의 작은 클럽은 2020년 365일 가운데 254일을 쉬었다고 했다. 월세를 무작정 보증금에서 깎고 있다. 국내외 새로운 문화를 전하고 앞서가는 아티스트들이 교류하는 공간이라고 자부했는데, 정책 안에서는 그저 유흥업소다. 정부 지원 대부분을 받지 못했다. 자유로워서 다양할 수 있었고, 다양한 게 자산인 이태원의 의미, 그런 공간을 지키는 게 우리 공동체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한참 이야기했다. 그리고 끝내. “차마 이름을 밝히기 어려울 것 같다”고 미안한 듯 덧붙였다. 차고 넘치게 말할 수 있는 거리와 가게의 의미가 ‘이태원발 코로나19’, 그 낙인 안에서 잘못 풀이될까 두려웠다. 고통스러웠다. 고통을 호소하는 일은 여전히 두려웠다. 낙인은, 그런 것이었다. _편집자주

2020년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대한민국의 2020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1%다. 비록 마이너스지만, 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1위다. 이 통계에 따르면 국내총생산 손실은 134조원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134조원은 모든 부문의 이익과 손실을 반영한 수치이기에 손실을 본 부문의 피해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피시방 2020년 2분기에만 4.3% 폐업

큰 손실이 예상되는 부문 가운데 하나가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실이 공개한 한국신용데이터의 통계를 보면, 영업제한 조처가 내려진 2020년 12월 첫째주 집합금지 대상 업종의 매출은 급락했다. 노래방이 전년 같은 기간의 23%로 떨어졌고, 오락실 24%, 목욕업 25%, 결혼식장 54%, 피시(PC)방 55%, 실내체육시설 60% 수준이었다.

폐업도 속출했다. 서울시가 2020년 3~6월 서울에서 폐업한 식당과 술집 7687곳을 조사해보니 생존 기간은 2019년의 평균 2580일(7.1년)보다 184일 짧은 2396일(6.6년)로 조사됐다. 100대 생활 밀접 업종 가운데 가장 폐업률이 높은 업종은 피시방으로, 2020년 2분기에만 88곳(4.3%)이 문을 닫았다. 같은 기간 치킨집도 278곳(4.2%) 폐업했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갖가지 방안이 나온다. 특히 정부의 강제적 집합금지·영업제한(금지·제한) 조처로 인한 피해는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1월19일 더불어민주당의 의원 연구모임인 ‘더좋은미래’가 연 긴급토론회에서도 정부의 금지·제한 조처에 따른 손실 보상 방안이 제시됐다.

민병덕 의원은 자영업자 손실액의 50~70%를 보상하는 방안을 내놨다. 예를 들어 △집합금지 업종은 매출 손실의 70% △영업제한 업종은 60% △일반 업종은 50%를 보상하는 것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정부의 금지·제한 기간에 대해 한 달 24조7천억원을 보상해야 한다. 제한·금지 기간이 지역별로 달랐지만, 대략 4개월로 보면 100조원에 육박한다.

앞서 강훈식 의원은 영업제한 기간의 손실액을 최저임금(시간당 8720원)을 기준으로 보상하자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집합금지 업종 월 310만원(100%) △영업제한 업종 월 62만원을 지급한다. 이 방안에 필요한 예산은 월 1조2370억원이다. 4개월로 보면 5조원가량 된다.

기재부 “법 추진보다 지원 프로그램 마련”

민병덕 의원은 “정부의 강제 조처로 소수가 심각한 손실을 치렀기 때문에 정부가 보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적잖은 예산이 들지만 국채 발행과 상생협력기금으로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1월22일까지 이 내용을 담은 특별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손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임대료 감면 방안도 여럿 나왔다. 이미 2020년 9월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대표적이다. 기존 ‘차임증감청구권’ 조건에 ‘제1급 감염병 등에 의한 경제 사정 변동’을 추가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을 임대인과 임차인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을 받는다. 또 임차인이 이 권한을 행사하면 계약 연장이 안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까지 발의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들은 감염병으로 금지·제한을 받은 업종에 대해 임대료를 줄이거나 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른바 ‘임대료 멈춤 법안’이다. 예를 들어 민주당 이동주 의원의 개정안은 집합금지 대상 업종에 임대료 청구를 금지했다. 민주당 이성만 의원도 집합금지 대상 업종에 임대료의 2분의 1 이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이들 법안은 2월 임시국회 때 함께 검토될 예정이다.

이성만 의원은 “이 법안은 임대인과 임차인뿐 아니라 정부와 금융권까지 임대료를 분담하려는 것이다. 집합금지 업종의 임대료를 100으로 볼 때 50은 임차인, 30은 정부와 금융권, 20은 임대인이 부담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집합금지를 결정한 정부(금융권 포함)가 50% 이상 내야 하고, 나머지를 임차인과 임대인이 나누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민주당의 입법을 통한 보상 방침에 반대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1월20일 “각 나라에서 지원 프로그램을 매년 정부와 국회가 논의해 짜고 있는데, 법제화된 내용보다는 지원 프로그램을 적기에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세균 국무총리는 같은 날 “헌법 정신에 따라 그런 법제도가 필요하다는 게 제 판단이고 국회도 그런 생각인데, 오늘 정부 일각에서 그것을 부정했다. 개혁 과정엔 항상 반대 세력이 있지만, 결국 사필귀정일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익공유제의 자발적 참여 가능할까

보편적 재난지원금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정부가 4차 재난지원금을 보편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경기도에서 먼저 1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1월20일 밝혔다. 방기홍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은 “전 국민에게 지급한 1차 재난지원금은 사용 기간이나 지역이 한정돼 경기부양 효과가 가장 좋았다. 보편지급을 기본으로 하고, 설 전에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지호 ‘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 사무국장은 “보편지급을 하면 잘되는 업종에도 혜택이 똑같이 돌아간다. 지금은 극한 상황에 놓인 업종을 중심으로 집중 지원해야 한다. 특히 집합금지나 영업제한 시기에 보편지급을 해선 안 된다”고 반대했다.

사회연대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2020년 11월 발의한 특별재난연대세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소득 1억원 이상 개인이나 1천억원 이상 기업의 최고 세율을 5%포인트 올리는 것이다. 장혜영 의원은 “코로나 시대에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사람이나 기업에 한시적으로 추가 세금을 걷어 사회연대 비용으로 쓰는 것이다. 10조원 정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1월11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이익공유제’는 정의당의 재난연대세와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은 일부 대기업이나 온라인기업 등 상대적으로 형편이 좋은 기업들이 중소기업이나 노동자들과 이익을 나누면 세금 감면 등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표나 문재인 대통령 모두 민간 자율 방식을 강조함으로써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이익공유제는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일이다. 긴급 상황에서는 사회연대세처럼 법제도화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표지이야기 - 코로나19 낙인 이후 이태원 르포
http://h21.hani.co.kr/arti/SERIES/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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