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26일 오후 3시30분, 두 개의 관이 국립중앙의료원을 떠나 화장장으로 향했다. 비닐 앞치마를 두르고 KF마스크와 장갑을 낀 손진희(34) 장례지도사가 관이 떠나는 모습까지 확인한 뒤 소독제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안치냉장고, 안치실, 발인장 주변. 그는 관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소독제를 뿌린다. 장례지도사는 유가족 상담부터 염습(주검을 씻기고 수의를 입힘), 입관, 빈소 차림, 발인 등 장례 전 과정을 총괄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장례지도사인 그에게 소독 업무가 추가됐다. 손씨는 12월에만 벌써 열 번 넘게 소독통을 둘러메야 했다.
코로나19는 장례 절차도, 풍경도 모두 바꿔놨다. 코로나19 환자가 사망하면 ‘선 화장, 후 장례’가 원칙이다. 음압격리병동에서 사망자가 생겼다는 연락이 오면, 손씨는 동료들과 함께 관을 준비한 뒤 일명 ‘우주복’이라고 하는 전신보호복을 챙겨 입는다. 병동까진 이송차량으로 이동해 주검을 확인한다. 그러나 염습은 불가능하다. 주검이 병동 내에서 한 번, 전실(음압 구역과 비음압 구역 사이에 설치해 두 구역을 분리하는 장소)에서 또 한 번 소독 뒤 밀봉되기 때문이다. 사망자는 수의 대신 입던 옷 그대로 주검을 담는 비닐백에 안치된다. 이 백은 고인을 밖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얼굴 부분만 투명한 비닐로 돼 있다.
의료진에게서 주검을 인계받으면 바로 관에 모신다. 만약 유족이 고인 얼굴을 확인하고 싶다면, 입관 직전 병실 안에서 비닐백에 싸인 모습을 병실 유리창문으로 볼 수 있다. 또는 입관한 상태에서 마스크와 장갑 등 개인보호구를 착용한 채 조금 멀찍이서 확인 가능하다. 이후 결관(운반을 위해 관을 묶는 것)한 뒤 다시 이송차량으로 장례식장에 돌아와 안치실에 모신다. 결관한 뒤엔, 유족은 안치실 바깥에서 고인 이름만 확인할 수 있다. 안치 과정까지 끝나면 손씨는 보호복을 벗는다. 한 번 병동에 입고 다녀온 보호복은 의료폐기물로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발인할 때는 비닐 앞치마와 마스크, 장갑만 챙긴다.
“예전엔 (고인) 사진을 찍는 걸 꺼렸는데, 코로나19 유행 초기엔 (가족이) 입관 과정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기도 했어요. 드물지만 영상통화로 (다른 가족에게)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고요.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빨리 결관해야 하는데, 하루이틀 새 갑자기 안 좋아져서 (사망하면) 가족이 늦게 오시거나 외국에 있어서 (병원에) 못 오시니까 그렇게도 하시더라고요.”
손씨는 최근엔 이마저도 잘 안 된다고 했다. 사망자 가족까지 격리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다. 직계가족 대신 따로 사는 친척이 병원을 찾을 때도 많다. 그나마 가까운 누구라도 찾는다면 다행이다.
“가족이 같이 코로나19에 확진됐는데 한 분은 일반 격리병실에 있고 다른 분은 중환자 병실에 있다가 돌아가신 사례도 있었어요. 서로 얼굴도 못 보셨죠. 12월21일에 안치한 주검은 무연고자인데 영등포구에서 여기로 오셨더라고요. 아마 다른 병원이 안 받아줘서 (공공병원인) 이곳까지 오신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5일이 지난 오늘까지 관련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화장장으로 못 가고 안치실에 있죠.”
코로나19 사망자를 향한 낙인과 두려움이 장례 절차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보통 코로나19로 사망한 이들은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과 경기도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 절차를 거치는데, 다른 사망자(코로나19 비확진자)가 다 끝난 오후 5시가 넘어서야 화장이 가능하다.
손씨는 “메르스 때 다른 사망자들을 화장하는 일정 중간에 확진자 주검을 보냈더니 그 유족이 항의했다”고 전했다. 그 경험 탓에 코로나19 사망자의 화장을 진행하는 지침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는 “보호복을 입고 (화장장에) 가면 민원을 넣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외부 시선 때문인지 3일장을 다 채우지 않거나, 아예 빈소를 차리지 않고 유족이 유골만 인수해 납골당에 가는 일도 종종 있다. 부고를 알리는 것 자체를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예전엔 고인과 친한 분들이 와서 (유족에게) 위로의 말도 한마디씩 하고 고인을 추억하는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지금은 간소하고 빠르게, 뭐든 축소해서 하려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가족끼리 장례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다른 사망자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로부터 “왜 코로나19 사망자를 받냐”는 항의를 받은 적도 여러 번이다. “코로나19 사망자 유족 가운데 격리됐던 가족도 있는데, 격리가 해제되고 나서도 양성이 나온 사례가 있다보니 아무래도 (다른 사망자의 조문객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아요.”
장례식장 운영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한 달 평균 110∼120건씩 이뤄지던 장례가 지금은 40∼50건으로 절반 넘게 뚝 떨어졌다. 자연스레 장례 협력업체 직원도 그 수가 줄었다. 매점을 운영하거나 장례용품을 파는 인력은 2명에서 1명으로, 식당은 10명에서 5명으로 반토막 났다. “코로나19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손씨가 조심스레 말했다.
반대로 화장장은 평소보다 바빠졌다. “11월 말부터 12월 초엔 화장장 자리가 없어서 화장하러 지방까지 가거나 (장례 일정을) 하루 추가해 4일장을 진행하는 분이 많았어요.” 통상 겨울에 고령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늘어나지만, 11월 말부터 화장장이 가득 찬 건 이례적이다. 그는 코로나19 영향이 아닐까 가늠해본다.
“이 일을 10년 넘게 했어요. 정확한 통계는 모르겠지만, 체감상 추울 때 돌아가시는 분이 많긴 해요. 그런데 올해는 ‘벌써 이렇게 (화장 자리가) 밀린단 말이야?’란 생각이 들었죠. 보통 12월 이후에나 이런 일이 생기는데, 올해는 11월 말부터 그랬으니까요. 코로나19 영향이 아닌가 싶어요. 관을 옮기는 운구 기사님도 저와 똑같이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제한된 인력으로 기약 없는 생활을 이어간다는 것. 장례지도학과를 졸업한 뒤 2007년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사해 메르스도 겪은 손씨지만,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코로나19 상황을 버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곳엔 장례지도사 8명이 근무 중이다. 이날까지 그가 동료와 함께 이곳에서 보낸 코로나19 사망자는 어림잡아 34명. 8월 말을 기점으로 사망자가 조금씩 늘어나는 걸 실감하고 있다.
“메르스 땐 장례식장 운영을 아예 중단하고 메르스 사망자 장례 절차만 담당했는데, 지금은 코로나19 사망자와 다른 사망자를 모두 맡으려니 일이 가중된 부분이 있어요. 게다가 몇 개월만 고생하면 나아지겠지 했는데 계속되니까 다들 지쳐 있죠.” 그럼에도 그는 “직종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잠깐 보호복 입고 병동에 다녀와도 땀이 차는데 간호사분들은 계속 입고 일하잖아요. 평일엔 환자들에게 온 택배가 병동 앞에 쌓여 그걸 일일이 나르고 확인하느라 안전요원분들까지 동참하고요.”
손씨는 덤덤하게 말한다. “그래도 계속 가는 거예요. 힘들어도 어쩔 수 없으니까.” 이날 전국에서 18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사망했다.
글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표지이야기-국립중앙의료원 48시간 르포
http://h21.hani.co.kr/arti/SERIES/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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