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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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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 없애고 허리에 밴딩 ‘장애인 옷 리폼’

서울 강서구 서남센터가 전국 유일 지자체 지원 리폼 사업, 장애인 옷 리폼 사업 확대해야
등록 2020-11-01 17:02 수정 2020-11-04 08:18
장애인을 위한 주요 옷 리폼 유형 자료: 한국뇌성마비복지회 서남보조공학기기센터 ‘의복리폼지원사업’ 매뉴얼

장애인을 위한 주요 옷 리폼 유형 자료: 한국뇌성마비복지회 서남보조공학기기센터 ‘의복리폼지원사업’ 매뉴얼

7월 정부가 내놓은 ‘2020 통계로 보는 장애인의 삶’ 자료를 보면, 한국 장애인은 251만여 명이다. 이 가운데 중증으로 분류되는 이는 91만6천여 명(36.4%)이다. 그런데 거리에서 마주치는 중증장애인 가운데 세련된 옷차림을 한 이들을 만나는 게 쉽지 않다. 이유가 무엇일까? 장애인 가구 소득이 전체 가구의 70% 수준으로 대체로 낮지만 과연 그 이유가 전부일까? 장애인한테 옷이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한겨레21>은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독립연대) 활동가를 비롯한 중증장애인 7명을 만나고 1명은 전화로 인터뷰했다. 어떤 이는 옷을 두고 “그 안에 들어가 숨고 싶은 동굴”이라 했고, 또 어떤 이는 “나를 돋보이게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옷으로 인한 차별 경험을 가진 이는 “옷이 날개”라고도 했다. 인터뷰 끝에 다다른 곳은 한국 사회의 장애인을 향한 차별, 장애인의 몸과 그들의 욕구에 대한 무지, 복지제도의 구멍이었다. 옷이 이들을 빛나게 하는 날은 언제쯤 올까._편집자주

중증장애인에겐 스스로 옷을 입는 것조차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팔이나 다리를 자유롭게 쓰기 힘들고 경직이 심한 뇌성마비 장애인은 더 그렇다. 중증장애인들이 면 소재보다 스판덱스처럼 잘 늘어나는 재질의 옷을 입거나 자기 몸보다 더 큰 펑퍼짐한 옷을 즐겨 입는 배경이다.

임태욱(29)씨는 왼팔보다 오른팔의 움직임이 더 불편해, 윗옷을 입을 때 오른팔을 소매에 집어넣는 게 큰일이다. “오른팔에 너무 힘을 줘서 점퍼를 입다 겨드랑이 쪽을 찢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잘 늘어나지 않는 새 옷이 더 큰 문제다. 2018년 어느 옷매장에 가서 후드티를 입어보다 찢어지는 바람에 당황한 적도 있다. 어쩔 수 없이 그 옷을 값을 치르고 산 뒤 수선해 입었다. 다리와 손가락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 바지는 비장애인처럼 허리까지 한 번에 죽 끌어올려 입을 수 없다. 양쪽 검지로 허리띠가 지나가는 고리 부분을 잡아끌어 입는 과정에서 고리가 자주 뜯어진다. 그래서 바지도 한 치수 크게 입는다. 셔츠 단추를 제 손으로 채우는 건 포기했다. 아예 단추 없는 윗옷을 사거나 불가피한 경우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는다.

옷에 관심 많은 10대, 20대가 60%

임씨가 겪는 일은 뇌성마비 등 중증장애를 가진 이들에겐 일상사다. 비장애인이 몇 초면 끝낼 간단한 옷입기가 어떤 장애인한테는 30분 걸리는 중노동이 된다. 장애인용 옷이나 신발을 전문적으로 파는 업체도 몇 곳 있지만, 디자인이나 가격 등의 문제로 많이 보편화하진 않았다. 결국 비장애인을 염두에 두고 나온 기성복에 자신의 몸을 맞추지 않으면 옷을 수선하는 수밖에 없다.

10월12일 찾은 서울 강서구 한국뇌성마비복지회 서남보조공학기기센터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받아 기성복을 장애인 맞춤형으로 고치는 ‘의복리폼지원사업’을 하는 곳이다. 수선 전문가 2명이 격일로 번갈아 나와 작업한다. 서울시가 2017년 시범사업에 이어 2018년부터 3년째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첫해엔 108건에 그친 의뢰 건수가 2019년엔 233건, 2020년 들어선 9월까지 250건으로 연말까지 300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자신의 옷을 직접 가져와 고치고 싶은 부분을 얘기하면 상담을 거쳐 실비에도 못 미치는 2천∼5천원만 받고 리폼을 해준다. 이 사업 담당자 김지현씨는 “보호자가 옷을 가져오는 경우 장애인한테 옷을 입히기 편한 쪽의 리폼을 요구하고, 장애인 당사자가 오는 경우엔 되도록 리폼한 티가 나지 않게 해달라는 주문이 많다”고 말했다. 패딩류의 경우 임태욱씨가 겪은 사건처럼 안감이 찢어진 걸 들고 와 아예 리폼을 요청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계절별로 보면, 여름엔 아래옷, 겨울엔 코트나 점퍼 종류가 주요 품목이다. 나이대별로는 역시 한창 옷에 관심이 많은 10대(25%)와 20대(36%)가 전체의 60%가량을 차지하고 그다음 50대 이상이 13% 정도다.

센터에서 제작한 매뉴얼 등을 토대로 장애인이 옷을 들고 와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형태를 보면, 옷입기 고충을 가늠해볼 수 있다. 끼우고 풀기 힘든 단추 대신 지퍼나 자석을 달거나, 입을 때는 열고 입은 뒤에는 닫을 수 있도록 옷의 앞이나 옆 부분을 갈라 지퍼를 달아달라는 등의 요구가 가장 많다.(표 참조)

‘유니버설’ 디자인을 공급하면 어떤가

센터 한쪽에는 유니클로가 지원하는 수선 전문가 1명도 상주하며 일한다. 유니클로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장애인에게 연간 의류 4천 벌을 지원하고 이를 수선할 전문가 5명을 서울 4곳과 부산 1곳 등 전국 5곳 센터에서 일하도록 한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의류 수선 사업을 지방자치단체와 민간기업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가 나설 것을 주문한다. 임명준 국립재활원 연구사는 “장애인 의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리폼 형태의 장애인용 옷을 표준화하고 의류업체의 제품라인 일부에서 누구나 입기 쉬운 유니버설(범용) 디자인을 만들어 공급하도록 법제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애인이 동네 수선집에서 옷을 고칠 수 있도록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표지이야기-장애인의 옷 찾아 삼만리
http://h21.hani.co.kr/arti/SERIES/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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