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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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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예배가 “사탄의 간계”라고?

‘비대면 예배’ 조치에 ‘공산주의’ 반발하는 극우 교회들…
예배 못하면 헌금 안 모여 교회 유지도 어려운 현실
등록 2020-08-29 04:48 수정 2020-10-22 02:10
사랑제일교회와 자유연대 등이 8월15일 개최한 문재인 정부 규탄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를 가득 메웠다. 연합뉴스

사랑제일교회와 자유연대 등이 8월15일 개최한 문재인 정부 규탄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를 가득 메웠다. 연합뉴스

사랑제일교회(전광훈 목사)를 통한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자 정부는 8월19일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를 시행했다. 수도권 교회는 ‘비대면 예배’, 즉 온라인 예배만 허용하고 20명 이상 모이는 것을 금지했다. 사랑제일교회뿐만 아니라 다른 교회에서도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 만큼 필요한 조처였다. 방역에 적극 협조해야 할 상황에서, 개신교계 안에서는 엉뚱한 소리가 새어나오기도 했다.

“사탄의 간계다”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일부 극우 개신교 단체는 정부가 코로나19를 빌미로 ‘방역 독재’와 ‘종교 탄압’을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군소 교단으로 이뤄진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20일 ‘긴급 공지 사항’ 문자메시지에서 “우리는 생명과 같은 예배를 멈추어서는 안 된다.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은 한교연이 함께 지겠다”고 했다.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한국교회수호결사대 등도 “대면 예배까지 중지한 건 예배를 생명처럼 여기는 한국 교회를 적으로 돌려놓겠다는 위험한 정책”이라고 항의했다.

메시지는 그대로 매스컴을 탔다. 사회적 공분을 불러왔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신천지와 다를 바 없다” “역시 개독교답다” “기독교 무뇌충이 사회를 말아먹고 있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생명 같은 예배를 포기할 수 없다”는 주장은 교계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인데도 일부 극우 개신교는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대면 예배를 강조한다. 과거 사립학교법 개정과 같이 이권과 직결되는 문제도 아닌데 왜 이렇게 극렬하게 저항하는 걸까. 속내는 복잡하지만, 포착된 지점이 있다. 우선 현 정부를 뼛속 깊이 불신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방역을 빌미로 교회를 탄압한다고 본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가 나라를 북한에 통째로 갖다 바치려 한다고 믿는다. 정부의 ‘비대면 예배’ 조처에 반발한 목사들의 생각을 들어봤더니 근본주의 신앙관과 문재인 정부를 반대하는 극우 이념이 뒤섞여 있었다.

8·15 반정부 집회에 참석했던 남아무개 목사는 문재인 정부가 유독 교회만 핍박한다고 말했다. 남 목사는 “문재인 정부는 예배 단어를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다. 예배에는 ‘대면 예배’만 있을 뿐이다. 예배는 대면하지 않고 성립이 안 된다. 나는 사탄의 간계라고 본다. 그동안 교회가 차별금지법이나 부동산 정책 등을 계속 비판하니까 정부가 이때다 하고 탄압하는 것이다. ‘비대면 예배’ 조치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불법이자, 공산주의 정권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반정부 집회에 참석해온 심아무개 목사는 한교연이 발표한 메시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심 목사는 “정부의 비대면 예배 조치는 교회에 가지 말라는 것과 같다. 예배를 생명같이 여기는 목회자는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다. 식사부터 소모임까지 하지 말라는 것은 다 안 했는데, 돌아온 건 ‘비대면 예배’였다. 우리로서는 정부가 기독교를 탄압한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모임’을 통해 성장한 교회

코로나19가 사랑제일교회 등을 중심으로 퍼지면서 교회는 위험 지대가 됐지만, 애써 현실을 부인하는 이도 있었다. 임아무개 목사는 “보통 코로나는 점진적으로 느는데 사랑제일교회만 급격히 늘었다”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또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빌미로 교회를 탄압한다. 공산주의 전초 단계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극우 개신교 진영이 반발하는 이유는 또 있다. 개신교를 연구·관찰해온 학자들은 경제문제와도 관련 있다고 추정한다. 김진호 연구기획위원장(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교회가 경제적으로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전통적인 교회는 집회나 예배 횟수, 교인들의 출석률로 버텨왔다. 그런데 코로나 탓에 모임 자체가 안 되다보니 공통적으로 생존 위기를 맞게 됐다. 큰 건물을 지은 대형 교회는 현재 부채 부담을 안고 있고, 중·소형 교회는 말 그대로 생존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교회가 ‘모임’을 통해 성장했기 때문이다. 일요일뿐만 아니라 수요일·금요일에도 예배를 드리고, 평일 새벽에도 기도회를 하는 이유다.

일찍이 온라인 예배 등을 준비해온 일부 중·대형 교회는 코로나19 여파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상황이다. 김 연구위원장은 “‘생명과도 같은 예배’를 주장하는 일부 교회는 사회와 시대의 변화를 준비하지 못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본인들이 준비하지 못해놓고 정부의 방역 정책을 문제 삼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도 비슷한 생각이다. “코로나로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상황이다보니 헌금도 못하고, 교회 유지도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돈 때문’이라고 하면 비참해지니까 대놓고 이야기도 못한다. 일각에서 ‘공산주의 정부’ ‘방역 독재 정권’ 등 과격한 주장도 나오는 것 같다. 교회는 성당이나 사찰과 달리 독자 생존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책임져줄 데가 없다보니 이런 식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부끄러움은 보통 신앙인의 몫

극우 개신교 진영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부끄러움은 사회 고통에 공감하며 살아가려는 보통의 신앙인 몫이다. 일부 극우 개신교 단체의 발언이 ‘과잉 대표’돼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몰상식하고 반사회적인 메시지가 나올수록 개신교의 대사회적 신뢰도는 추락하고 혐오 집단으로 몰락할 것이다. 김진호 연구위원장은 “대면 예배를 고수하려는 일부 탓에 시민사회에서 교회 이미지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했다. 정재영 교수는 “교회는 사회의 안녕과 질서, 즉 ‘공공성’을 늘 고려해야 한다. 그릇된 이념과 근본주의 신앙에 사로잡혀 무조건 예배를 고수하겠다는 주장은 일반 사회가 납득할 수 없다. 안 그래도 낮은 신뢰도가 더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떼’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방역에 협조하는 것만이, 국가가 살고 종교(교회)도 사는 길이라 믿는다. 아멘.

이용필 <뉴스앤조이> 기자

*코로나19 재확산_위기에 처한 삶 모아보기
http://h21.hani.co.kr/arti/SERIES/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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