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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데이트] 코로나19 숨은 확진자 숨은 사망자

무증상 감염자는 40%에 달해, 사망자 중 코로나로 죽어도 집계 안 되었을 수도
등록 2020-08-29 16:20 수정 2020-10-22 02:10

8월14일 이후 열흘 이상 코로나19 국내 신규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서면서 온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이번 확산 과정에서 무증상 감염자가 부쩍 많이 보이는데, 오늘 우리는 이를 포함해 코로나19와 관련된 숨겨진 통계를 추적해보려 합니다.

감염력이 꽤 높은 무증상자들

코로나19 감염 통계에서 ‘감염자’가 아닌 ‘확진자’라는 표현을 주로 씁니다. 검사 결과 코로나19 양성반응이 나타났을 때, ‘(확)정적으로 (진)단된 (자)’라는 의미로 확진자라고 하는데요. 검사받지 않은 감염자가 있기 때문에 확진자 수는 언제나 실제 감염자 수보다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첫 번째 주제는, 과연 감염자 중 확진자로 분류되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코로나19 증상으로 알려진 발열과 기침 등이 나타나면 많은 경우 검사받게 되므로, 보건 전문가들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감염자’ 규모를 파악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상황에서 정확한 수를 파악하기 쉽지 않지만, 대니얼 오란 등 미국 스크립스연구팀은 [그림1]과 같이 전세계 16개 집단을 대상으로 한 기존 조사 결과를 종합해 전체 감염자 중 40~45%가 증상이 발현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이에 기초해 7월10일 현재 가장 신뢰하는 무증상 비율을 40%로 제시했습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6월3일 브리핑에서 한국의 무증상자 비율을 20~30%로 추정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두 번째 주제는, 무증상자들의 감염력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초기에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점차 무증상자의 감염력이 꽤 높다는 게 정설이 되었습니다. 이은정 교수 등이 참여한 순천향대병원 연구팀은 이와 관련해 <미국의사협회지-내과학>에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3월 충남 천안 생활치료센터에 격리된 확진자 303명 중 89명은 끝까지 증상을 보이지 않았는데(무증상자 비율 29%) 코와 입, 가래에서 채취한 검체를 검사한 결과 유증상자와 무증상자 사이에 바이러스 배출 정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무증상자의 전염력에 대한 분명한 증거를 제시한 대표 연구로 국제적으로 높게 평가받았습니다.

숨은 코로나19 감염을 넘어 숨은 코로나19 사망도 있을까요? 이것이 세 번째 주제입니다. 전세계 코로나19 사망자는 2020년 8월24일 현재 80만여 명인 것으로 보고됐는데, 이것이 실상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의구심이 상당합니다. 보건학자들은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매년 사망자 수가 안정적이라는 것에 착안해, 매주 단위로 통상적인 사망자 수를 계산하고 올해의 실제 사망자 수를 이와 비교했습니다. [그림2]의 회색 띠는 지난 3년간 사망자 수의 최대 값과 최소 값을 나타내고, 분홍색 선은 올해의 사망자 수입니다. 미국 차트를 보면, 사망자 수가 3월 중순까지 과거와 특별히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다가 이후 정상적인 값에서 완전히 이탈해 폭증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초과사망이 심한 주에는 2만 명 이상인데 지금도 그 현상이 지속하고 있습니다. 한국 통계청은 정기적으로 초과사망 통계를 발표하는데, 한국과 미국의 차트를 비교하면 한국에선 초과사망이 생기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 코로나 사망자 5만 명 더 있을 수도

나아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3월1일부터 8월1일까지 미국의 초과사망자는 21만3500명인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15만4900명이라는 것을 고려해도 5만8600명이 여전히 초과사망자로 남아 있다고 짚었습니다. 코로나19 사망으로 확인된 것을 제외한 초과사망자가 5천 명 넘는 9개국(멕시코는 멕시코시티)의 사례도 [그림3]이 보여줍니다. 물론 이를 모두 ‘코로나19로 분류되지 않은 코로나19 사망자’로 볼 수는 없겠지만, 이 중 상당수가 코로나19와 관련한 사망일 것이라고 추측됩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된 뒤 더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확인될 것입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 중 다수에게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건 그 자체로는 다행일 수 있습니다(그렇더라도 장기간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가 있으니 절대 방심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무증상자 문제는 사회적으로 매우 심각합니다. 무증상자도 유증상자만큼이나 전파력이 있는데다, 증상이 없어 본인은 물론 상대도 접촉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유증상자보다도 더 어려운 문제입니다. 지금 한국은 팬데믹 2차 기로에 서 있습니다. 모든 분이, 특히 건강한 젊은 분이, 나도 모르게 감염된 상태로 남을 전염시킬 수 있다는 긴장감을 갖고 더 철저히 사회적 거리 두기에 임해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신현호 경제분석가·<나는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말한다> 저자

*코로나19 재확산_위기에 처한 삶 모아보기
http://h21.hani.co.kr/arti/SERIES/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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