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예의 바르다는 게 뭐죠?

[고래토론] 존댓말·인사·매너… ‘예의’를 말하다
등록 2017-02-15 11:21 수정 2020-05-02 19:28
이 지면은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학부모를 위해 과 가 함께 만듭니다. 경제·철학·과학·역사·사회·생태·문화·언론 등을 소개하는 ‘아삭아삭 민주주의 학교’와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고래토론’을 격주로 싣습니다.
참여 박진영, 이솔향, 이하림, 정은화, 황선미 (모두 전북 고창 선동초등학교 6학년)
진행
촬영 김중원 삼촌(바라 스튜디오)
‘예의’라는 주제로 토론한 전북 고창 선동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 왼쪽부터 이하림, 정은화, 이솔향, 박진영, 황선미.

‘예의’라는 주제로 토론한 전북 고창 선동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 왼쪽부터 이하림, 정은화, 이솔향, 박진영, 황선미.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말투와 마음가짐을 예의라고 해. 우리는 흔히, 어떤 사람에게 예의를 지키면 당연히 그 사람도 나를 존중해줄 거로 기대해. 하지만 꼭 그렇진 않은 거 같아. 세상에는 무례한 사람도 많고, 상대방에게만 예의를 지키라고 소리치는 사람도 많거든. 예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전북 고창 선동초등학교 6학년 동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눴어.

예의라는 건 뭘까

은화  존댓말.

선미  어린이가 어른한테 지켜야 할 것들.

하림  바르게 행동하는 거.

솔향  90도로 인사하는 거.

진영  친구들 사이에도 예의를 지켜야지. 싸우지 않고.

선미  그리고 음, 심한 말을 하지 않는 거.

솔향  심한 말?

하림  욕이나 비속어 같은 거 말이야.

은화  부모님 욕하면 안 돼.

하림  어, ‘패드립’(패륜적 발언)은 완전 아니지.

솔향  부모님이나 선생님, 그러니까 어른 말을 잘 듣는 것도 예의 같아.

선미  그럼 선생님이 시키는 건 무조건 다 해야 해?

진영  아니, 그건 아냐.

하림  할 수 있는 것만 해야지.

진영  옳은 것은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하지 않아야 해.

선미  친구 사이에서도 지켜야 할 예의가 있어. 친구한테 선물 줄 때 ‘내가 전에 그만큼 줬으니까 너도 이만큼 줘야 해’라고 생각하는 건 예의가 아니야.

하림  맞아. 그런 마음으로 주는 것도 별로고, 그렇게 기대하는 것도 별로야.

진영  솔직히 나도 친구 사이에 예의를 잘 지키는 편은 아니야. 그러니까 말이랑 행동을 좀 고쳐야 해.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면서 말이야. 특히 남자애들, 빨간 옷 입으면 붉은 악마라고 하고 노란 옷 입으면 단무지라고 하잖아. 검은 옷 입으면 검은 악마라고 하거나 제주산 흑돼지라고 막 놀리고.

은화  자기들은 만날 똑같은 옷 입고 오면서.

이런 건 무례하다고!
“아무리 존댓말을 쓴다고 해도 상대방은 기분 나쁠 수 있어. 존댓말 하면서도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깔아뭉갤 수 있으니까 말이야.” -황선미

“아무리 존댓말을 쓴다고 해도 상대방은 기분 나쁠 수 있어. 존댓말 하면서도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깔아뭉갤 수 있으니까 말이야.” -황선미

선미  동생, 아오! 동생은 나를 그냥 막 때리고 도망가. 정말 예의 없어.

진영  후배들이 어깨 치고 갈 때. 뛰어가다가 꼭 치고 가. 그리고 절대 미안하다고 안 해.

솔향  나보다 어린 남자애들이 반말할 때. 진짜 웃긴 게 여자애들은 반말하지 않는데 남자애들은 반말해.

진영  선생님께 인사했는데 인사를 안 받아주시면 정말 불쾌해.

하림  맞아,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도 예의가 있어야 해.

은화  집에서도 그래. 엄마·아빠가 회의하는데 날 끼워주지 않을 때가 있거든. 그때 무시당하는 느낌이야. 그건 정말 가족 사이에 예의가 아닌 거 같아.

진영  요즘 1·2학년 동생들은 인사를 잘 안 해. 짜증 나.

은화  막말하고.

진영  솔직히 나도 그런 적 있어. 시내 갈 때 고속버스를 탔는데 버스 안에서 큰 소리로 전화 받았어. 거기에 자는 사람도 있었는데.

선미  난 버스 안에 쓰레기를 버리고 내린 적이 있어.

진영  나는 다니는 곳마다 쓰레기를 버렸어. 쓰레기통까지 가기 귀찮아서 버리고 모르는 척했지. 그냥 가면 아무도 모르니까.

솔향  지금 다들 고백하는 거야? 나도 공중화장실에서 쉬하고 물 안 내린 적 있어, 크크.

모두  하하하.

존댓말을 해야 꼭 남을 존중하는 걸까
“솔직히 어느 자리에 있느냐에 따라 대우가 완전 다른 것 같아. 힘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말이야.” -이솔향

“솔직히 어느 자리에 있느냐에 따라 대우가 완전 다른 것 같아. 힘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말이야.” -이솔향

하림  존댓말을 해야 남을 존중하는 건가?

은화  그건 아닌 거 같아.

하림  맞아, 영어에는 존댓말이 없잖아.

솔향  그 나라의 문화니까.

은화  우리나라에선 존댓말을 안 하면 예의가 없다고 해.

진영  이건 우리의 문화지.

선미  좀 별로인 거 같아. 지키기 싫어.

진영  꼭 존댓말이 아니어도 행동으로 예의를 지킬 수 있어.

선미  존댓말을 써도 상대방이 기분 나쁠 수 있어. 존댓말 하면서도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깔아뭉갤 수 있으니까 말이야.

하림  어쨌든 어린 애가 나한테 반말하면 기분 나쁘잖아.

선미  그건 그래. 짜증 나.

하림  자기주장만 내세우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을 거 같아.

진영  나라가 망할 거 같아.

선미  어색해지겠지.

진영: 내 편도 없어질 거야. 예의가 없으면 주변에 사람이 안 오잖아.

솔향  조금 자유로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 망설이는 일이 없어질 거 아냐.

선미  그래서 할 말, 안 할 말 가리지 않고 막 하면 어떡해? 혼란스러울 거 같아.

진영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림  솔직히 우리의 평소 모습은 완전 장난 아니지만, 지금 여기서는 예의를 지켜서 천천히 잘 이야기하잖아.

솔향  이미지 관리하는 거지, 크크.

진영  오히려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게 편할 수도 있어.

하림  난 불편할 거 같아.

선미  길거리가 온통 쓰레기장이 되는 거 아니야? 갑자기 존댓말 쓰다가 안 쓰면 어색할 거 같기도 하고.

진영  그래도 자기 생각을 좀 편하게 말할 수 있잖아.

은화  옷도 제대로 안 챙겨 입어도 되고.

하림  나는 그게 더 불편할 거 같아.

솔향  맞아, 우리는 이미 이게 익숙해.

왜 어린 사람에게 예의 더 강조하나
“학교를 오래 다닌 사람 중에도 예의 없는 사람이 많을걸.”-정은화

“학교를 오래 다닌 사람 중에도 예의 없는 사람이 많을걸.”-정은화

선미  예의는 자기보다 어린 사람들한테 더 많이 지키라고 해.

진영  음, 어른이 우리보다 더 오래 살았으니까.

하림  어린이는 생각을 펼쳐가는 단계니까 잘 가르치려고 그러는 거 아닐까? 잘 이끌려는 거지.

진영  예의를 잘 아는 어른으로 크라고.

선미  그런데 왜 어른들이 더 예의가 없는 거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가?

솔향  어느 자리에 있는지에 따라 대우가 완전 다른 것 같아. 힘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말이야.

진영  힘없는 사람은 인사를 더 잘해야 해.

하림  말투도 완전 다르잖아.

은화  옷도 달라.

진영  사는 곳도 다르고.

선미  행동도.

은화  정말 많이 달라. 그러니까 생각하는 것도 다를 거야.

하림  완전 다르지. 어리고 힘없는 사람이 더 인사를 하고 예의를 지키는 거 같아. 그래야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솔향  너무 꼽꼽쟁이 같다.

나쁜 어른한테도 예의 지켜야 하나
“꼭 존댓말이 아니어도 행동으로 예의를 지킬 수 있어.” -박진영

“꼭 존댓말이 아니어도 행동으로 예의를 지킬 수 있어.” -박진영

솔향  집에 돈이 많은지 적은지에 따라서 사람을 다르게 대해.

선미  우리 반 애들이?

솔향  아니, 우리 반 애들 말고 도시 사람 중에서 말이야.

선미  돈이 많으면 더 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솔향  최순실 딸이 그랬잖아. “돈이 없는 너희 부모를 탓하라”고. 어이없어. 팍 패고 싶었어.

선미  남을 때리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짓이지만, 이건 그 사람이 먼저 화나게 했으니까 때려도 될 거 같아.

하림  그런 거 하지 말라고 법이 있는 거야.

선미  법이 제대로 못하고 있잖아. 먼저 화나게 한 사람에게 왜 벌을 안 줘?

하림  그래도 법은 지켜야지.

선미  전에 친척 오빠가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어. 그런데 게임에서 진 사람들이 무리지어서 이긴 사람을 찾아내 아주 무례하게 굴었대. 우리 오빠가 가서 싸웠어. 나중에 경찰이 오빠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했어. 억울하게! 법이 그렇다는 거야. 그 법은 오빠한테 하나도 유리하지 않았어. 그런데도 지켜야 해?

진영  법을 안 지키면 나라가 망하잖아.

선미  그 나라가 제대로 역할을 못하잖아.

솔향  나쁜 짓 한 어른한테도 예의를 지켜야 해?

진영  아니.

하림  나이 많은 어른인데도?

선미  범죄를 저지른 사람인데 왜 예의를 지켜?

솔향  여하튼 어른이니까, 존댓말이라도 해야겠지.

선미  존댓말을 한다는 건 예의를 지키는 거고…. 아, 좀 애매하네.

진영  범죄까지는 아니어도 무례한 어른이 많아. 약속도 안 지키고, 어린이라고 무시하고. 내가 전에 어떤 축제에 갔는데 한 아저씨가 나를 밀어서 다쳤거든. 아저씨가 연고를 가지고 오겠다면서 갔는데 결국 안 왔어. 내가 어른이었다면 아저씨가 그렇게 말만 하고 도망가지는 않았을 거야.

하림  나이가 많으면 어린 사람보다 더 위라고 생각하나봐.

선미  진짜 뭘 잘 모르는 거지.

솔향  그런 건 부모님이 안 알려줬나?

진영  혹시 어릴 때 일만 하거나, 다른 이유로 배우지 못했을 수도 있지. 그래서 잘 모르나?

은화  학교 오래 다닌 사람 중에서도 예의 없는 사람 많을걸.

선미  맞아, 잘난 체하고. 다른 사람 깔보고.

솔향  모두에게 존댓말을 썼으면 좋겠어. 어른도 아이들한테 존댓말을 하고, 부모도 자식들한테 하고.

하림  욕이나 비속어를 덜 쓰는 거!

진영  아예 쓰지 말자고 하진 않네, 크크.

진영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에 상대방의 기분을 먼저 생각해야 할 거 같아.

은화  공공장소에서 트림이나 방귀가 나올 때 참는 것?

모두  하하하.

‘혼란’은 꼭 막아야 해?
“시킨다고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시키는 사람도 예의를 지켜야 해. 내가 진짜 피곤해서 쉬고 싶은데, 그것도 모르고 계속 뭘 시키면 예의가 없는 거야.” -이하림

“시킨다고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시키는 사람도 예의를 지켜야 해. 내가 진짜 피곤해서 쉬고 싶은데, 그것도 모르고 계속 뭘 시키면 예의가 없는 거야.” -이하림

솔향  예의를 안 지키면 정말 불편할까?

하림  질서가 무너지는 거 본 적 있어?

솔향  없지.

하림  난 있어. 얼마 전에 작가를 만나는 어떤 행사장에 갔는데 거기서 다른 학교 애들이 질서를 지키지 않았어. 자기가 먼저 사인을 받겠다고 막 나서서 줄이 다 무너지고…. 정말 어지러웠어.

선미  그렇지만 시키는 대로 다 한다고 해서 질서가 있는 게 아니잖아.

하림  꼭 그런 건 아니야. 시킨다고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시키는 사람도 예의를 지켜야 해. 내가 진짜 피곤해서 쉬고 싶은데, 그것도 모르고 계속 뭘 시키면 예의가 없는 거야.

은화  힘없는 사람은 많이 무시당하는 거 같아.

솔향  그래서 동물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해. 동물은 힘이 없으니까.

진영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좋겠어. 힘없는 사람이나 동물은 억울하게 당하고 죽으면서도 말을 못해.

솔향  그러니까 억울하지 않게 말을 해야지.

은화 시끄러워도 어지러워도 말은 해야 할 거 같아.

*스스로 생각하는 힘, 동무와 함께하는 마음이 교양입니다. 하나뿐인 어린이 교양지 와 만나세요. 구독 문의 031-955-9131



독자  퍼스트  언론,    정기구독으로  응원하기!


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