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사고였다. 2015년 12월8일 저녁 알리앙즈 카페 안을 밝히던 모든 전등이 한순간에 꺼졌다. 카페에서는 ‘앙코르 사진 축제 & 워크숍’에서 주최하는 ‘프로페셔널 워크숍’이 진행 중이었다. 갑작스러운 어둠에도 워크숍 참가자들은 미동조차 없었다. 사진 편집 작업에 집중하며 대화를 이어갔다(사진❷ ❸).
“남편이 임신한 아내의 배에 손을 얹고 있는 사진❶은 좋은데…. 다른 사진에는 부부가 서로 외로워 보여. 사진에 친밀감이 부족해.” 튜터(Tutor)를 맡은 사진가 오카하라 교스케가 학생인 얀공의 사진을 보며 말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얀공은 캄보디아 여성과 결혼한 중국 남성을 따라다니고 있었다. 오카하라와 얀공은 남은 기간 이들 부부와 어떻게 더 가까워질 수 있을지 상의했다.
튜터인 오카하라도 이 워크숍의 ‘학생’ 출신이다. 그는 워크숍 이후 ‘피에르 & 알렉산드라 불라’상, 게티이미지 그랜트, 유진스미스 펠로십 등을 석권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사진가 중 한 명으로 부상했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그에게 사진 찍는 기술이 아닌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12월7일 축제 운영위원회 사무실 옆 카페에서 만난 프랑수아즈 칼리에 축제 프로그램 감독은 축제의 핵심 키워드 3가지를 꼽았다. “‘발견’ ‘교육’ 그리고 ‘공유’가 중요합니다.” 유명 사진가이자 에디터인 그는 2007년부터 축제 기획에 참여해왔다. 그를 포함한 운영자 3명은 1년 중 11개월 동안 축제를 위한 사진가 발굴과 후원자 모집에 힘을 쏟는다.
“50년 넘게 사진가로 에디터로 살아왔는데 어느 날 문득 ‘왜 서구에 의한 사진 기록밖에 없는 것일까’ ‘왜 아시아 사진가들은 세계적으로 알려지기가 더 어려울까’ 같은 의문이 생기더군요.”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한 앙코르 사진 축제는 비즈니스 중심의 다른 사진 축제와 달리 유망한 아시아 사진가의 작업을 널리 알리고 재능 있는 젊은 사진가를 교육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축제 이름에 굳이 ‘워크숍’을 나란히 표기한 이유이기도 하다.
워크숍 학생은 매회 30명을 뽑는다. 지원 자격은 ‘경력 3년 이하’로 제한돼 있다. 선발만 되면 캄보디아행 차비를 제외한 숙박·식사·교육비가 무료다. 2015년 지원자는 3천여 명. 축제 튜터로는 매그넘 사진가 앙투안 아가타, 소라브 후라,
축제는 주로 11~12월에 열리며 워크숍 지원은 6~8월에 마감된다. 축제 홈페이지( angkor-photo.com)에서 신청할 수 있다. 지원자들은 모두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야 한다. 칼리에 감독에게 ‘어떤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물었다. “응모 작품을 보면 어디선가 복사해온 것 같은 비슷한 내용과 이미지가 많아요. 사진 테크닉과 미학에만 집중해 스토리가 없기도 하고요. 제일 중요한 것은 이야기가 살아 느껴질 수 있도록 창의적 시각으로 내용을 담아 촬영하고 편집하는 겁니다.” 그는 ‘장기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야기가 살아 꿈틀거리도록 촬영
이번 축제의 기획 전시물 가운데서는 앙코르 유적의 ‘미공개’ 과거 사진을 엿볼 수 있는 ‘20세기 캄보디아로의 여정’(A Journey into 20th Century Cambodia)이 주목을 끌었다. 식민지 시절 프랑스가 세운 조사연구기관 ‘프랑스극동학원’(EFEO·Ecole Francaise D’Extreme-Orient)이 보유한 2만6천여 장의 사진 아카이브에서 칼리에 감독이 고른 80장이 세상에 공개됐다. “인류학적으로 중요한 아시아의 사진 기록을 발견해 조명하는 일도 이 축제의 사명입니다.”(칼리에 감독) ‘서구 중심’ 앵글에 물음표를 던지는 앙코르 축제의 여정도 끝나지 않았다.
김성광 사진부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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