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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낯선 제안 “같이 갑시다”

포털과 언론이 서로 삿대질하는 한국에서 ‘저널리즘’을 돕겠다는 구글이 자아내는 긴장… 구글 제공 정보 트렌드에 적응하는 것은 독일까 약일까
등록 2015-11-19 10:41 수정 2020-05-02 19:28
니컬러스 휘터커는 지난 11월11일 서강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의 미래’란 제목의 강연을 하고, 구글 뉴스랩의 전략과 뉴미디어 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구글은 서강대학교와 함께 실험적인 뉴스 제작을 함께할 장학생을 모집하는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 2015’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박승화 기자, 구글 뉴스랩 캡처

니컬러스 휘터커는 지난 11월11일 서강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의 미래’란 제목의 강연을 하고, 구글 뉴스랩의 전략과 뉴미디어 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구글은 서강대학교와 함께 실험적인 뉴스 제작을 함께할 장학생을 모집하는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 2015’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박승화 기자, 구글 뉴스랩 캡처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른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 양상은 단일하지 않다. 유사 이래 인류의 역사를 디지털에 저장하려면 약 50억기가바이트(GB)쯤의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인류는 이틀마다 그만큼의 데이터를 새로 만들어내고 있다. 2012년 이후 유튜브는 지금까지의 영화와 텔레비전 프로그램 전부를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콘텐츠를 일주일마다 갱신해간다. 초과잉 정보 속에서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정보 불안’(information anxiety)에 시달리고 있다.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일상화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중독된 사람이 늘어나고 있지만 ‘좋은’ 정보에 도달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과잉과 소외 속에서 그 많은 정보는 사실상 ‘공짜’에 가깝다.

미디어 산업 경로를 ‘안내’하려는 야심

구글(Google)은 전세계 검색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엔진’이다. 본인들이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구글은 광폭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상징하는 기표이면서 동시에 포괄하는 기호다.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그 변화들을 끝내 관리하는 통제자이기도 하다. 미디어 환경 변화의 패러다임이 제아무리 다층적인들 지금, 구글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구글이 얼핏 경합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저널리즘의 미래’를 걱정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인터넷 생태계에서 구글은 단독자가 아닌 언론이 생산해낸 정보들의 총합이자, 유통되는 회로 그 자체다.

뉴스의 소비가 감소하고 언론의 전망이 어둡다는 건, 구글의 미래와도 직결된다. 허름한 창고에서 시작해 세계의 네트워크를 지배하게 된 이 글로벌 기업은 영민하게 그 지점을 주시하고 있다. ‘구글 뉴스랩’(https://newslab.withgoogle.com)은 ‘조사-보도-배포-최적화’로 이어지는 언론 활동 전반의 경로를 제시하고, 궁극적으론 미디어 산업 전반을 ‘안내’하리라는 야심찬 목표를 현실화하려는 집단이다.

지난 11월11일, 구글 뉴스랩의 아웃리치 매니저인 니컬러스 휘터커를 만났다.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그는 빽빽한 강연과 포럼 일정을 소화하며 구글의 전략을 알렸다. 왜 구글이 저널리즘의 미래를 걱정하는지에 대해 그는 “다양한 형태의 언론과 언론인들이 존재해야 하며, 그들의 역량이 확대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구글 뉴스랩의 목표라고 정리했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언론사는 물론 적절한 독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언론인들을 구글이 총체적으로 돕겠다는 것이다. 언론과 ‘경합’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구글의 인식은 한국적 풍토에선 한참 낯선 접근법이다.

포털과 언론사는 협력할 수 있을까

구글의 이러한 인식을 국내 상황에 대입하면 긴장감이 발생한다. 디지털화 이후 포털 중심의 뉴스 체계가 자리잡은 한국적 상황에서, 검색엔진이 뉴스 제작 전반에 ‘개입’하고 ‘지도’까지 하려는 시도를 한다면 어떻게 이해될까. 게다가 이런 시도가 ‘혁신’이란 이름으로 호명된다면 말이다. 네이버로 대변되는 한국의 포털 사이트들 역시 뉴스의 유통만 담당하고 있진 않다. ‘검색어 순위’로 뉴스 환경을 통제하고, 기사를 선택하며 사실상 제한받지 않는 ‘편집권’을 (얼마 전까지) 행사했다. 비판과 역비판의 과정을 밟으며 언론사에 좀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지만 어떤 언론도 포털 사이트의 뉴스 개입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들은 포털 사이트들이 미디어의 미래를 갈취하고 있다고 힐난한다. 포털의 정책이 바뀔 때마다 생존 조건을 다시 점검해야 하는 입장에서 불가피한 처세다. 반면 포털 사이트들은 언론사들이 품격을 내버린 채 ‘어뷰징’으로 푼돈 따먹는 경쟁에만 혈안이 돼 있으면서 애먼 구조 탓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완벽하고 끔찍하게 악화가 양화를 밀어낸 환경에서 그 공범들이 서로에게 책임론에 대해 날선 삿대질로 말하는 꼴을 벌써 십수 년째 반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 뉴스랩의 접근법은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포털과 언론사가 어떤 상상력으로 협력해야 하는지에 대해 어떤 영감을 제시한다. 예컨대, 구글은 “사람들이 뉴스를 소비하고 정보를 접하는 방식은 변화하고 있음”을 가장 먼저 판단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 변화를 언론은 선험적으로 알지 못한 채, 늘 한발 늦게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니컬러스 휘터커는 “정보 제공자에게 독자의 정보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무엇에 신경 쓰는지”를 분석해 언론과 공유하면 언론은 “사람들이 더 많이 머무는 정보를 만들 수 있고 그것이 결국 구글에도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이러한 선순환을 실현하기 위해 구글은 정보의 ‘트렌드’(www.google.com/trends)를 지역·이슈·시간대별로 정리해 제공하고 있다. 사람들이 어떤 정보를 따라 움직이고 있는지를 데이터로 구현해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개별 언론사 입장에선 엄두를 낼 수 없는 작업이다. 이미 어떤 언론들은 이 자료를 활용해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당연히 편집국 내부의 완결성만으로 기사를 생산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폭발적인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적응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선택할 권한이 언론에 있을까. 논쟁적일 수 있는 질문이고, 대답은 유보적일지 모른다. 다만 구글의 뉴스 알고리즘이 여기에 맞춰 변화하고 있음은 자각해야 한다. 이제 언론의 영향력보단 정보의 흐름이 더 중요해졌다.

구글의 뉴스 검색 서비스 알고리즘 원칙은 ‘수조 개의 웹페이지 및 콘텐츠에서 사용자의 검색어와 가장 일치하는 답변을 계산한다’는 것이다. 매우 원론적인 얘기다. 구글은 이 알고리즘의 유지를 위해 1년에 평균 500회 이상 알고리즘 체계를 수정하는데, 자신들이 판단하는 ‘양질의 콘텐츠’가 더 선호되는 형식을 계속 추가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휘터커는 “알고리즘 역시 판단”이라며, 그 판단의 기준은 “정확하고 높은 콘텐츠의 품질”이라고 설명했다. ‘정확하고 높은’ 것의 정의에 대해선 “사람들이 기대하는 새로운 형식의 스토리텔링은 언제나 좋은 시그널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뉴스랩 제공 툴 활용 여부는 언론사의 선택

‘새로운 형식’과 ‘스토리텔링’. 다시 원론적인,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얘기다. 국내외 많은 언론들이 새로운 형식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 역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결국 구글도 중뿔난 방법은 없다는 것일까.

휘터커는 “언론과 구글이 하는 일이 결국 비슷하다”며 “사람들이 어떤 정보를 찾느냐에 따라 정보에 도달하는,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트랜스젠더’ 이슈, 미국 프로농구(NBA)와 복싱에 대한 필리핀의 교차적 관심, 그리고 시사지 이 올해의 인물로 블라디미르 푸틴을 선정하며 구글의 데이터를 사용한 예를 들면서, 휘터커는 언론이 ‘데이터’와 ‘시각화’에 대한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구글 뉴스랩은 더 쉽게 뉴스를 시각화하고 더 정교하게 콘텐츠를 데이터화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툴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언론사의 선택이다. 니컬러스 휘터커는 국내에선 흔해진 형식인 ‘카드 뉴스’를 알지 못했다. 어떤 부분에선 이미 우리가 더 적응해 있단 얘기이기도 하다. 여전히 판단이 저어된다면 일단 구글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탐색해보길 권하고 싶다. 구글의 제안은 언젠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서툰 한국말로 외쳤던 그 구호 같다. “같이 갑시다.”

니컬러스  휘터커  구글  뉴스랩  매니저  1문1답


“기술도  좋아야  좋은  언론”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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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뉴스랩은 어떤 일을 하는 조직인가.
목표는 크게 3가지다. 우선 저널리스트들에 대한 교육과 트레이닝이다. 이를 위해 뉴스랩에 있는 다양한 툴의 사용법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둘째, 새롭게 등장하는 미디어들의 발굴이다. 마지막으론 다양한 정보의 검색 지원이다.
구글이 뉴스랩과 같은 조직을 만들고 자원을 투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수년 동안 전세계 다양한 미디어들을 방문하며, 저널리스트들이 기술과 툴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단순한 관심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의 변화가 곧 미디어 환경의 변화라는 인식이다. 새로운 기술과 툴을 콘텐츠에 접목하면 새로운 모델과 수익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저널리스트들이 정보를 더 잘 찾아야 한다. (웃음) 그게 저널리즘의 발전이다.
구글은 검색 사이트다. ‘뉴스’와 ‘뉴스가 아닌’ 콘텐츠를 어떻게 나누나.
몇 가지가 있지만, 검색 알고리즘에서 뉴스가 되는 것과 아닌 것을 선별한다. 검색엔진으로서 중요한 건 전통적 의미의 뉴스냐 아니냐가 아닌, 더 품질이 좋은 콘텐츠가 서비스되는 것이다.
매체의 영향력과 기사의 중요성을 구분하지 않는단 말인가.
알고리즘상에서 판단될 뿐이다. 구글에 있는 모든 콘텐츠가 동등한 조건이고 각각의 시그널을 발생시킬 뿐이다. 언론사에 소속된 기사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품질 좋은 콘텐츠가 두드러지게 검색되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시대, 기자와 기사들이 갖추어야 할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디지털에 부합하는 스토리텔링 능력과 독자 개발이다. 누가 읽을지를 정확히 설정하고, 적합한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전통적 기사가 아닌 새로운 방법으로 도전해야 한다. 설령 실패한다고 해도 끝이 아니라 계속 해나간다는 열린 마음으로, 데이터를 분석·활용하고 신기술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확장해가야 한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디지털 저널리즘을 어떻게 훈련해야 하는가의 고민도 있다.
그나마 그런 질문을 하고 고민하는 뉴스룸은 성공적으로 적응한다. (웃음) 구글을 활용하라고 말하고 싶다. 저널리스트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툴들을 이미 개발했다. 뉴스룸 차원에서는 신기술을 활용하는 이들에게 보상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혼자가 아니라 공동으로 적응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팀을 만들어야 한다. 기자의 디지털 숙련도는 개인뿐 아니라 언론사의 미래에도 중요한 문제다.
구글의 관심이 프로그램이나 툴과 같은 기술적 문제에 너무 집중돼 있는 것은 아닌가. 오히려 가벼운 뉴스가 증가하면서 공적 사안에 대한 외면도 발생하고 있다.
뉴스를 소비하지 않는 젊은 독자들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는 장치로서의 고민이다. 물론 저널리즘 차원에선 콘텐츠와 기술이 균형을 잡아야 한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콘텐츠에 대한 숙련과 기술에 대한 숙련이 동시에 중요하다는 점이다. 콘텐츠만 좋은 언론은 더 이상 좋은 언론이 아니다. 기술도 좋고 콘텐츠도 좋은 언론이 모든 것을 갖춘 언론이다. 기술을 통해 심층적인 탐사 보도가 가능한 사례도 이미 충분하지 않나.
비디오 저널리즘 전문가라고 들었다. 구글은 유튜브를 인수한 이후 동영상 검색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동영상이 뉴스의 미래라고 생각하나.
동영상만이 할 수 있는 뉴스가 있고, 그 몰입도는 다른 콘텐츠에 비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뛰어나다. 예컨대, 360도 카메라 같은 기술은 홍콩 소요 사태나 시리아 사태 등에서 활자로는 전달할 수 없는 경험을 독자에게 선사했다. 동영상은 인간적 측면의 감정 공유 가능성도 갖고 있다. 무엇보다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고, 볼 수 있다.
더 나은 종이 매체를 만들기보다 디지털 저널리즘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할까.
양자의 선택 문제가 절대 아니다. 나 의 경우에서 보듯,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을 만들고 디지털에서 지면으로 가는 공생의 사례가 여럿 있다. 소수의 독자를 타깃으로 해서 모바일 매체를 만들고, 유튜브나 SNS를 성공적으로 활용해 인쇄 매체로 성공한 사례들까지 등장하고 있다. 지면의 한계를 디지털로 극복하고, 디지털과 지면을 연계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박로명 교육연수생 romyung9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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