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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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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글바글10-1062호

업&다운 + 이주의 숫자
등록 2015-05-19 08:01 수정 2020-05-02 19:28

01 탕탕탕탕탕탕탕탕. 5월13일 서울의 한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 사고가 터졌다. 25m 거리 표적을 겨냥해야 하는 탄알 가운데 8발이 사람을 조준했다. 3명이 숨지고 범인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는 자존감의 추락과 군복무 시절의 분노가 난사(亂辭)돼 있다. 군의 본질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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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1991년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필한 혐의로 기소된 강기훈씨가 24년 만에 무죄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1호 법정에서 사과의 표현은 들리지 않았다. 담당 변호사가 말했다. “(유서대필 사건이 아닌) 유서대필 ‘조작’ 사건으로 불러달라.” 스물일곱이었던 청년은 지금 간암으로 신음하고 있다. 당시 수사·재판을 맡았던 검사·판사들은 잘살고 있다.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03 ‘시다’의 아들은 어머니를 잊지 않았다. 임흥순 작가가 이탈리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은사자상을 받았다. 수상작은 아시아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곡진하게 담은 . 임 작가는 말한다. “노동은 인간 존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국가권력이 한때 애용했던 용어를 빌리자면 ‘노동자풍’의 작품.

04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는 5월11일 정부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한 의견 표명을 두고 논의했다. 일부 인권위원들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인권위가 왜 자꾸 노동에 끼어드느냐고 하더라.”(윤남근 인권위원)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인권위 입장을 밝히는 것은 조심스럽다.”(최이우 인권위원) ‘봉숭아학당’이라는 말이 나온다.

05 서울 여의도에도 봉숭아학당이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막말 물의’의 책임을 물어 정청래 최고위원의 직무를 사실상 정지시켰다. 그 와중에 이른바 ‘비노’ 쪽은 문 대표에게 리더십 부재를 책망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내년 4월 총선의 공천을 두고 벌이는 힘겨루기의 전초전. 그사이 정당 지지율은 올해 최저치인 22%.

06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9년 만든 청계재단이 수상하다. 장학재단이라면서 4년 사이 장학금 지급액이 6억원대에서 3억원대로 반토막 났다. 단기금융상품 투자액은 반대로 1억원에서 7억원대로 뛰었다. 2012년 이후 기부금 실적은 0원. 퇴임 뒤에도 단골 뉴스맨. 그러나 뒷맛이 개살구처럼 떫고 시고, 그리고 지저분하다.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07 요즘 사람들은 경찰 앞에서 눈물을 자주 흘린다. 경찰이 최근 5차례 집회·시위에서 쓴 캡사이신 최루액이 719.7ℓ. 지난해 전체 사용량 193.7ℓ의 3.72배에 해당하는 양. 물대포도 무데뽀로 쐈다. 5월1일 하룻밤에 무려 4만ℓ, 1.5ℓ 페트병으로 치면 2만6천 병이 넘는다.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사용량. 경찰은 웃고 시민은 운다.

08 규모 7.8의 강진으로 8천여 명이 목숨을 잃은 네팔에서 또다시 5월12일 규모 7.3의 강진이 일어났다. 설상가상으로 곧 우기. 약해진 지반에 산사태·홍수까지 우려된다. 풍찬노숙(風餐露宿), 전전반측(輾轉反側)의 땅에 사고무친(四顧無親)의 사람들이 늘어간다. ‘지구촌’이라는 말을 우리들 자신이 입증해야 할 순간.

서울서대부초 관계자 제공

서울서대부초 관계자 제공

09 녹색 견장에 서울대 교표를 수놓았다. ‘계급’은 점으로 구분한다. 하나는 학급 부회장, 둘은 학급 회장, 셋은 전교 부회장, 넷은 전교 회장. 이병-일병-상병-병장으로 이어지는 군대 계급과 판박이. 국립 서울대학교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풍경. 교장 가로되, “오랜 전통이고 미풍양속이다”. 점 하나 잘못 찍으면 님이 남 된다.

10 국가정보원은 5월13일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불경·불충의 죄로 4월30일 숙청됐다고 밝혔다. 언론사들의 대서특필이 이어졌다. 고사포·화염방사기 따위를 언급하면서 숙청의 정황을 전했다. 그런데 5월11일 조선중앙TV가 방송한 2013년 기록영화에 현영철이 등장한다. 숙청된 인물은 북한 방송에 등장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누구를 믿어야 할까.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 다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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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강정호가 닻을 시원하게 올렸다. 타율 2할9푼8리(5월15일 기준). 본격 3할 타자로 변신 중. 5월10일 경기에서는 메이저리그에서 100년에 한 번 나올 법한 삼중살(트리플플레이) 수비도 해냈다. 강정호는 5월11일 시즌 2호 홈런도 터뜨렸다. 닻을 올린 강정호의 돛이 바람을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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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학원 가기 싫은 날’이라는 제목의 동시가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단군 이래 동시가 이처럼 큰 사회적 파급력을 끼친 일도 처음일 듯. 일부 기독교 신자들은 ‘사탄의 영이 지배하는 책’이라며 동시집의 전량 폐기를 부추겼다. 초등학생이 그런 동시를 쓸 수밖에 없었던 사회 현실은 뒤로 숨었다.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다. ‘잔혹 동시’보다 잔혹한 한국의 5월 가정의 달.





이주의 숫자 11039200000000000


2013년 국민순자산(국부)이 1경1039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통계청이 발표한 ‘국민대차대조표’ 잠정치. 국부는 모든 경제주체들의 자산에서 부채를 뺀 뒤 건설·설비·토지자산을 더한 것이다. 2012년보다 371조5천억원 늘었고, 2011년 1경원을 돌파한 지 2년 만에 1천조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가구당 평균 순자산도 522만원 늘었다고 한다. 정부 발표가 있던 날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가족의 우편함에는 독촉 고지서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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