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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석과 양윤경, 동지여 굳세게

등록 2012-09-04 18:53 수정 2020-05-03 04:26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단순한 멜로디에 명료한 노랫말. 2008년 5월, 서울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웠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현장에는 늘 이 노래가 울려퍼졌다. 집회 참가자들도 한 손에 촛불을 든 채 이 노래를 흥얼거리곤 했다. 이 ‘거리의 히트곡’ 를 작사·작곡한 이는 ‘스타 민중가요 작곡가’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윤민석(47·사진)씨다.

1980~90년대 ‘스타 민중가요 작곡가’

지난 4월 서울 면목동 녹색병원에서 열린 1982년 부산 미 문화원 방화사건의 주역이었던 김은숙씨의 암 투병을 응원하는 음악회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윤민석씨. 최근 누리꾼들은 암 투병 중인 윤씨 부인 양윤경씨를 도우려는 음악회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 면목동 녹색병원에서 열린 1982년 부산 미 문화원 방화사건의 주역이었던 김은숙씨의 암 투병을 응원하는 음악회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윤민석씨. 최근 누리꾼들은 암 투병 중인 윤씨 부인 양윤경씨를 도우려는 음악회를 준비하고 있다.

한양대 무역학과 84학번인 윤씨는 , 그리고 도종환 시인의 시를 노랫말로 붙인 꽃다지의 등을 발표해 1980~90년대 대학가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309일간 고공 시위를 한 김진숙씨의 글에 곡을 붙인 를 발표하는 등 최근까지 꾸준하게 활동을 해왔다.

그가 본격적인 민중가요 작곡가로 나선 건 1996년부터다. 1992년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에서 노동당 산하 단체인 애국동맹에 가입해 ‘김일성 찬양 노래’를 작곡했다는 혐의로 구속돼 3년을 복역한 그는, 출소 뒤 민중가요 전문 레이블인 ‘프로메테우스’를 만들었다. 민중가요를 들고 상업가요계에 진출하려 했던 윤씨는 실패의 쓴맛을 본 뒤, 2001년 12월 ‘송앤라이프’(songnlife.com)라는 민중가요 사이트를 열고 MP3로 민중가요를 무료로 보급하는 일에 나섰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집회 때 발표한 노래 가 조회 수 7만 건을 넘겨 대중의 주목을 받았고, 2002년에는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를 풍자한 를 발표해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늘 씩씩하던 윤씨가 지난 8월14일 트위터(@Nsomeday)로 아내의 암 투병 사실을 공개하며 누리꾼의 도움을 요청했다. “누가 1억만 빌려주세요. 헛소리나 빈말 아니고요. 욕해도 좋고 비웃어도 좋아요. 아내 좀 살려보게요. 뭐든 다해보게요. 병이 깊으니 결국 돈과 시간과의 싸움이네요.”

부인도 ‘조국과 청춘’ 출신 가수

윤씨의 부인 양윤경씨는 등의 민중가요를 부른 노래패 ‘조국과 청춘’의 가수 출신이다. 오래전부터 앓아온 암이 올해 초 재발해 입원했다. 윤씨는 활동 내내 저작권료를 받지 않은 탓에 후원금 등으로 생계를 이어왔으며, 2008년 7월에는 ‘재정적자 누적과 개인적인 지병 악화’를 이유로 송앤라이프 활동을 접은 바 있다. 그는 올해 초 페이스북에 송앤라이프(facebook.com/SongnLife2012) 사이트를 열고 다시 활동에 나섰으나, 아내의 투병으로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이런 안타까운 사연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서 그를 돕자는 자발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누리꾼과 시민단체 활동가를 중심으로 “노래를 들으며 윤씨에게 진 빚을 돌려주자”며 최근 ‘윤민석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꾸려졌다. 이들은 9월15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노천극장에서 윤씨의 후원 음악회를 열고, 윤씨가 작곡한 노래를 부르며 모금 활동 등에 나서기로 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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