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한국에서는 더 이상 우산이 ‘생산’되지 않는다. 제조공장이 없다. 우리가 쓰는 우산이나 양산은 죄다 수입품이라는 얘기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2010년 우리나라는 7199만달러어치의 우산(양산 포함)을 수입했다. 원화 강세인 요즘 환율로 따져도 759억여원에 달한다. 올해는 전반기에만 우산 수입에 5798만달러를 썼다. 1995년 우산 수입액이 400만달러에 불과한 점에 비춰보면 15년 사이에 20배 가까이 늘었다.
시중 우산 83% 기준 부적합대부분의 우산은 역시 중국에서 들여온다. 지난해 수입액 7199만달러 가운에 6896만달러를 중국에 지급했다. 10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세청은 우산류 통관품을 무게와 수입액으로 분류한다. 박스째로 수입되고 완제품이 아닌 부품으로 수입되는 경우가 있어서 우산이 몇 개나 들어오는지 파악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우산 업계에서는 한 해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우산을 몇 개로 추산할까. 이탈리아 브랜드인 ‘발렌티노 루디’ 우산을 중국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우산愛(애)’ 장세유 대표는 “1년에 정상적으로 수입되는 우산을 2천만 개 정도로 본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정상적으로 수입된다는 말은 관세 13%를 제대로 물고 들어오는 우산을 말한다. 반면 원가가 우리돈으로 1700원 정도에 불과한 저가 우산들은 중국산 참깨 등과 섞여 들어와 유통된다고 한다. 장 대표는 “이런 우산들은 우산 원단의 질이나 실버코팅, 바느질 땀수, 발수력, 우산살이나 중봉 두께 등에서 기준치에 한참 못 미친다”고 했다. 생산업체명이나 연락처도 없다. 이른바 ‘무표우산’이다. 시중에 팔리는 우산의 70~80%가 이런 우산들이라고 장 대표는 귀띔했다. 비 오는 날 지하철역 입구에서 싸게 파는 3천원짜리 우산도 이런 유에 속한다. 지하철에서만 한 해 50만~60만 개가 팔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우산애’에서는 조금 비싸더라도 욕 안 먹는 제대로 된 우산을 만들겠다며 다른 브랜드 우산들을 분해·연구한다. “무표우산의 품질이 어떤 수준인지 보여주겠다”며 마트에서 6천원 정도에 팔리는 검정색 장우산을 장 대표가 펴들었다. 기자가 지난 5월 급한 김에 샀다가 바로 그날 뒤집어진 우산과 같은 제품이었다. 비바람이 분 것처럼 팔에 임팩트를 주면서 한 번 흔들자 중봉(우산 꼭지에서 손잡이까지를 이루는 대)이 맥없이 휘어졌다. 그걸 보고 있자니 또 욕이 나왔다. 또 다른 ‘무표’ 접이식 우산은 윗살을 떠받든 받침살을 잡은 손가락에 살짝 힘을 주자 모기 뒷다리처럼 똑똑 부러져 나갔다. 쇠로 만들었다는 게 이 모양이다. 2009년 기술표준원 조사 결과를 보면, 시중에 유통되는 우산·양산의 83%가 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우산·양산 업체인 ‘협립-신광-세화’의 트로이카 체제였다. 80년대에 세화가 처음으로 ‘피에르가르뎅’ 라이선스를 얻어 브랜드 우산을 만들었고 백화점에도 입점했다. 그러다 90년대부터 중국에서 우산이 수입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외국 브랜드의 라이선스 생산이 대세다.
중국산의 영향 탓인지 우산 가격은 다른 물가에 견줘 별로 오르지 않았다. 장 대표는 “20년 전에도 5천~6천원 하던 우산이 지금도 5천~6천원 한다. 예전에는 차에 우산을 싣고 영업하다가 과태료를 물 일이 생기면 경찰에게 우산을 주기도 했다. 중국집에서도 우산 하나를 주면 자장면 2~3그릇을 먹을 수 있었다”며 “우산처럼 가격이 거꾸로 가는 제품도 없다”고 했다.
체형 커져 골프우산 인기우산은 봄철 행사가 많은 3~6월에 많이 나간다고 한다. 어버이날·스승의날의 영향도 크다. 그냥 맞으면 감기에 걸리기 딱 좋은 봄비가 내리는 시기나 눈이 오는 겨울에도 은근히 많이 팔린다. 우산 유통에서 가장 큰 손님은 기업이다. 기념품이나 판촉물로 많이 나간다. 보험회사의 경우 “당신을 보호해준다”는 의미에서 우산을 판촉물로 많이 사용한다. 예전에는 골프우산이 “파라솔 같다”며 인기가 없었는데, 요즘은 골프 치는 인구도 늘고 체형도 커져서인지 잘 나간다. 2003~2004년 기술표준원에서 주관한 ‘제5차 한국인 인체치수조사’에 따르면, 남자(25~59살)의 평균 어깨 넓이는 47.2~47.5cm, 여자(25~59살)는 42.5~43.2cm였다. 이는 1997년 4차 조사 때보다 2cm씩 커진 사이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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