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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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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 더 스쿨

[기획 연재] 경계의 아이들/ 교육부가 외면한 학업중단 청소년,

영국처럼 학교 복귀 프로그램 제공해 두 번째 선택의 기회 줘야
등록 2011-03-03 11:37 수정 2020-05-03 04:26

교육·복지 문제의 해법을 북유럽 모델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학교 밖 아이들’에 대한 해법이 북유럽엔 없다”고 김형국 미래와균형 소장은 말했다. 복지제도의 기반 위에서 교육의 평등성을 강조하고, 직업교육·평생교육 제도가 탄탄한 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 등에선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학습능력이 뒤처지는 학생까지도 교육기관의 책임이라 여기는 이들 나라에서 퇴학은 더구나 상상 못할 일이다(849호 기획 연재 ‘진정한 마스터 만드는 핀란드’ 참조).


종합적 청소년 대책으로 접근한 영국
이 분야의 외국 모델은 오히려 계층·계급 격차가 심한 미국·영국·일본 등이다. 미국은 흑인·히스패닉 등 유색인종 학업중단자가 많이 발생한다. 고비용의 사립학교 제도가 발달한 영국이나 가공할 입시경쟁을 치르는 일본에서도 학업이탈자가 많다. 이들 나라의 학업중단자 규모는 한국의 2배 이상이다. 미국은 가출·노숙 청소년 쉼터를 통해 단기 보호를 제공하고, 이들의 자립을 돕는 수준 이상으로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공교육이 일단 붕괴하고 나면 뒷감당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웅변하는 사례다.

서울시교육청 학업중단연구팀의 일원인 채효정 학벌없는 사회 활동가가 지난 2월16일 저녁 한빛청소년대안센터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업중단 청소년을 면담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 안수찬 기자

서울시교육청 학업중단연구팀의 일원인 채효정 학벌없는 사회 활동가가 지난 2월16일 저녁 한빛청소년대안센터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업중단 청소년을 면담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 안수찬 기자

영국은 1989년 아동법을 제정하면서 학교 밖 청소년 문제에 새롭게 접근했다. 지방정부의 ‘학교 밖 청소년’ 보호 의무를 규정하고, 지자체 공무원·경찰·의료진·보호관찰담당자·시민운동가 등으로 구성된 ‘지역아동보호위원회’를 설치했다. 특히 교육부 주도로 ‘커넥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교육·취업·주택·성·건강·법 문제를 총괄하며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통합 서비스 체제를 구축했다. 학생 한 명이 학업을 중단하면 곧이어 지방교육청의 책임 아래 ‘재적응 심사위원회’가 구성돼, 해당 청소년의 복귀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한다.

김형국 소장은 “(학교 복귀를 교육부 중심으로 푸는 영국에 비해) 한국에선 지방교육청에 내려보내는 교육부의 교부 예산 가운데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것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그 몫은 주로 여성가족부가 담당한다. 2004년 여성가족부가 한국청소년상담원을 통해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를 만든 것이 관련 대책의 효시다. 2006년부터는 영국의 커넥션스 프로그램을 본뜬 ‘지역사회청소년통합지원체계’(CYS Net)를 운영하고 있다. 2007년에는 ‘청소년 전화 1388’ 서비스를 시작해 위기 청소년에 대한 긴급구조와 통합지원 체제를 갖췄다. 다만 김 소장은 “학생들이 학교를 그만두기 전부터 지원체제를 충분히 알게 하고, 그만두는 즉시 복귀를 돕는 시스템을 갖추진 못했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촘촘히 연계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대안학교에 문제 떠넘겨

‘학교 부적응’은 학업중단의 중요한 이유다. 엄격한 교칙도 문제지만 성적 상위 학생들을 기준 삼는 교과과정 자체가 청소년들을 학교 밖으로 내몬다. 프랑스에선 중학교 1~2학년 과정을 3년 동안 이수하는 학급을 모든 학교가 설치할 수 있다. 보통 학급보다 학생 수를 줄이고 하루 3시간 이상의 ‘자유 시간’도 배치했다. 성적 하위 학생들을 다그치고 내모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눈높이와 생활방식에 맞게 ‘더뎌도 다 함께’ 가는 철학이다. 학교 부적응 현상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중학교 단계에 이를 설치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국의 학업중단 청소년들은 “동생 또래 아이들과 함께 공부해야 하므로 복학하기 싫다”는 말을 자주 했다. 나이와 학년을 동일시하는 현행 교과과정은 학업중단 청소년들 앞에 놓인 또 다른 장벽이다. 일본은 이런 청소년들을 위해 ‘단위제 고등학교’를 설치·운용하고 있다. 학년에 따라 교육과정을 구분하지 않고, 과목 이수에 따른 학점제 방식으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취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형편과 능력에 따라 고교 과정을 마칠 수 있다. 누군가는 2년, 또 다른 누군가는 4년 만에 졸업장을 받겠지만, 학업을 중단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입시 경쟁이 치열한 일본의 특성상, 단위제 고등학교가 ‘낙오자’의 학교로 이해되는 상황은 참고할 대목이다.이와 관련해 교육과학기술부가 2009년 12월 발표한 ‘대안학교 확대 방침’은 논란거리다. 교과부는 학업중단자의 45%를 수용할 수 있도록 오는 2012년까지 대안학교를 200개교(2만4천 명 규모)로 늘리는 한편 미인가 대안교육시설 지원도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영국 등에선 학업중단자가 원래 다니던 학교에 복교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대안교육 프로그램은 복교 적응을 위한 ‘단기 과정’으로 활용할 뿐이다. 심지어 각 학교마다 복교자를 위한 ‘대안 교실’을 늘리고 있다. 학업중단자까지 공교육이 품어야 한다는 게 정책의 원칙이다. ‘문제아’를 대안학교에 떠넘기는 우리 분위기와 비교된다.

김성기 협성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이유’부터 제대로 파악하자고 주문한다. 일선 학교에선 퇴학 사유를 가사·질병·부적응 등으로 도식화해 보고한다. 김 교수는 “개인·가정·학교·사회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학업중단자에 대해선 그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세심한 처방을 내릴 수 있다”며 “자세한 면담을 통해 구체적인 학업중단 이유를 기록하는 것에서 대책이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조규필 한국청소년상담원 복지개발팀장도 “학업중단 청소년은 ‘발굴’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단 학교를 벗어나면 일정한 소속이 없어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찾아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러 조사와 통계를 가다듬어 이들의 실체를 정교하게 들여다보는 일이 급하다는 것을 현장 전문가들은 절감하고 있다.

저소득층 학업중단이 핵심 문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을 거쳐 학업중단 청소년 관련 정책을 맡는 ‘책임교육과’를 신설했다. 유럽 각국의 교육부는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교육 예산을 투자해왔다. 아직 한국 교육부에는 관련 부서가 없다. 지방교육청 가운데는 서울시교육청이 처음으로 이를 도입했다. 올해 들어서는 서울시교육청 예산으로 ‘초·중·고 학업중단 학생 실태분석과 정책대안 개발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3월 말께 조사 결과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구 책임을 맡은 김형국 미래와균형 소장은 “자녀가 학업중단 위기에 처하면 고소득·고학력 부모는 사전에 유학·이민 등의 방법으로 대처하지만, 저소득·저학력 부모는 정보와 자원이 부족해 자녀의 학업중단 이후 더 큰 위기를 겪게 된다”며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빛청소년대안센터는 학업중단자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전인 1991년부터 거리의 청소년을 돌봤다. 최연수 소장은 “처음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콩나물시루에 물 주기였다”며 웃었다. 작은 도움과 지원으로도 명백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이라는 뜻이다.

글·사진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학업중단 청소년을 돕는 곳

언제건 어디서건 무엇이건 도움과 상담이 필요한 청소년은 국번 없이 1388(한국청소년상담원 헬프콜센터)로 전화하면 된다. 잠자리와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쉼터에 찾아올 수 있도록 택시까지 보내준다. 지역 청소년상담지원센터에서 상담받은 뒤, 학업·취업·건강 등 도움을 제공할 다른 기관을 안내한다.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자활·취업 프로그램인 ‘두드림존’(www.dodream.or.kr)을 운영하고 있다. 학력과 상관없이 눈높이 상담과 교육을 통해 생활 자립과 취업까지 책임교육·상담을 진행한다.
사단법인 학벌없는사회와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은 지난해부터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교실 ‘삶은 달걀’을 운영하고 있다. 성·분노·배움·인터넷 등에 대해 서로 생각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 02-961-0216·02-744-7827
한빛청소년대안센터는 형편이 어려운 학교 밖 청소년의 검정고시 준비를 돕는다. 올해로 19년째 외롭고 힘들게 학교 밖 청소년의 친구가 되었다. 후원자도 기다린다. 02-404-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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