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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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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백혈병 산재 조사 믿을 수 없다”

세계 3대 연기금 운용사 APG자산운용,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재조사에 우려 표명한 소식지 발간
등록 2011-01-07 01:12 수정 2020-05-02 19:26

‘삼성(전자)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Independent inquiry needed at Samsung).
삼성전자의 백혈병 산재 논란과 관련해 세계 3대 연기금 운용사 가운데 하나인 네덜란드 ‘APG자산운용’은 2010년 12월에 발간한 소식지에서 반도체 생산라인에 대한 삼성의 재조사를 신뢰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APG자산운용은 지난 5월 다른 기관투자가들과 함께 당시 삼성전자 최지성 사장 앞으로 ‘공동질의서’를 보내 백혈병 논란과 관련해 “삼성전자 출신 노동자들이 제기한 노동자의 건강과 작업환경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 심각한 의혹을 표명한다” 고 밝힌 바 있다.







» APG자산운용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공장 재조사에 대해 독립성이 필요하 다고 2010년 12월에 발간 한 소식지에서 밝혔다.

» APG자산운용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공장 재조사에 대해 독립성이 필요하 다고 2010년 12월에 발간 한 소식지에서 밝혔다.

‘반노동자적 관리 방식’ 강도 높은 비판도

삼성전자는 지난 7월부터 국내외 산업보건전문가 20여 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꾸려 조사를 진행 중이다. 2007~2008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두 차례 조사에서 문제점을 밝혀 내지 못했지만, 계속 백혈병 및 림프종 환자가 발생하고 이 가운데 10명이 숨지는 등 논란이 계속되면서 시민단체와 기관투자가로부터 꾸준히 재조사를 요구받은 데 따른 것이다.

그런데 APG자산운용이 삼성의 재조사에도 우려를 밝힌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독립성이었다. APG자산운용은 소식지에서 “현재 진행 중인 (외부 환경 컨설턴트에 의한) 조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뢰의 기반을 갖추지 못했다”며 “삼성전자가 독립적인 제3자의 조사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독립적이지도 투명하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APG자산운용은 그 근거로 삼성전자가 조사단의 산업보건 전문가와 직접 계약을 맺고 비용을 지불하는 점을 꼽았다. APG자산운용 관계자는 과의 통화에서 “인텔 등 비슷한 사고가 발생한 글로벌 기업들은 자신들이 돈을 마련해 펀드를 만들어 비용을 댔지만, 조사단 운영은 독립적인 기구에 맡겼다”고 말했다.

APG자산운용은 아울러 조사단이 어떻게 조사를 벌일 것인지, 어떤 전문가가 참여하는지 등은 물론 전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언제 조사에 참여할지 등을 삼성전자가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 참여한 연구진은 삼성전자와 이해관계가 없어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며 “명단이 공개될 경우 연구활동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있어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APG자산운용은 나아가 삼성의 부적절한 처리 방식에는 그룹 전체에 만연한 ‘반노동자적 관리 방식’(worker-unfriendly labour regime)이 자리잡고 있다고 밝혔다. APG자산운용은 “우리가 삼성 임원들과 직접 만난 자리에서도 (이같은 인식이) 확인됐다”며 “그들은 (이번 재조사를) 노동자들의 건강 및 안전문제 규명 차원이 아니라 노동단체 활동가들의 부적절한 문제제기에 대응하는 것으로 인식했다”고 전했다.

끝으로 APG자산운용은 “삼성에 요구되는 수준만큼 노동자들을 존중하지 않는 상황이 삼성의 장기 수익성에 위험을 초래하고, 그 위험이 주주들에게도 전가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삼성이 계속 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에 책임을 지고 대처하는 데 실패한다면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더 큰 비판에 직면할 것” 이라고 말했다. 또 “이는 삼성의 브랜드 가치에 오점을 남기고 전자제품 제조사로서 매우 달갑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굴지의 기관투자가들에게 발송

APG자산운용 관계자는 과의 통화에서 “삼성전자의 주식을 가진 주주로서 삼성전자를 비판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노동자 인권과 생명에 대한 문제여서 강하게 비판한 것”이라고 말했다. APG자산운용은 분기별로 소식지를 발간해 세계 굴지의 기관투자가들과 네덜란드 연기금 가입자들에게 발송한다.

이정훈기자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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