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우려가 벌써 제기되고 있다. ‘스폰서 검사’ 진상규명위원회 조사단이 검사 위주로 꾸려진 사실 때문이다. 검사가 검사를 조사해서 제대로 성과를 낸 적 없다는 사실을 이미 많은 이가 알고 있다. 국민적 우려를 충분히 반영해 진상규명위원회를 새롭게 꾸려보면 어떨까. 조사단장에는 어차피 수사를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대신 조사의 공정성을 위해 현직보다는 전직 가운데 골라야 한다.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적절하다. 검찰 재직 시절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며 굵직한 사건을 담당한 그는 2009년 퇴임한 대통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끝에 결국 저승사자가 뭔지 제대로 보여줬다. 홍보 담당으로는 권오성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을 추천한다. 최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를 총괄한 권 부장검사는 평소 탁월한 언론 감각과 원만한 대(언론)인 관계를 수사에 적극 활용해왔다는 사실이 높게 평가됐다. 워낙 언론 활용에 능하다 보니 ‘수사를 입으로 한다’는 비판도 종종 제기되지만, 홍보 담당 정도로는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진상규명위원회를 총지휘할 진상규명위원장 자리에는 어렵더라도 아주 특별한 그분을 모셔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시사 현안이 터질 때마다 ‘나도 한때’ 화법으로 적절히 개입해주신 그분께서는 모르는 게 없으시며, 게다가 이번에 ‘스폰서 검사’를 폭로한 건설업체 사장처럼 건설업체를 직접 경영하신 적도 있으시다. 지난 2007년 “못생긴 여자가 서비스 더 좋다”는 ‘(성)생활의 지혜’를 온 국민에게 소개한 ‘용자’인 그분이 검찰 간부 성접대 의혹도 낱낱이 까발려주실 것으로 믿는다. 그분의 이름을 굳이 밝혀달라고 요구한다면 우리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
다들 ‘스폰서 검사’ 뉴스에 정신이 팔린 사이 는 ‘어설픈 2인조’ 남파간첩 기사를 최선을 다해 대서특필했다. 귀순한 지 올해로 만 13년, 한국 나이 88살 되신 황장엽 어르신의 ‘목을 따기 위해’ 왔다는 암살단의 남파 목적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이들의 행적은 수상하다 못해 코믹하다. 보도를 보면, 이들은 1992년 인민무력부 정찰국 전투원으로 선발돼 2004년부터 대남침투와 요인암살을 위한 고강도 훈련을 받은 특수정보원이다. 그런데 이들이 침투한 방식은 ‘탈북자 위장’이다. 탈북자는 모두 국정원의 합동신문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내로 침투하기 위해 치밀한 사전 계획을 짠 것”치고는 황당한 침투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들은 ‘국내 침투’와 동시에 국정원에 체포됐다. 체포된 뒤 황장엽 어르신 친척으로 행세했다는 사실도 의혹투성이다. 아무리 중국집 이름과 비슷하다 해도 국정원은 엄연히 동북아 최고의 정보기관 가운데 한 곳인데, 귀하신 황장엽 어르신의 친인척 관계도 파악하지 못하리라고 판단한 근거는 대체 뭘까. 어쨌든 이런 유의 사건을 최선을 다해 대서특필할 때야말로 가 비로소 가 되는 순간이다. 앞으로도 큰 웃음 부탁한다, 파이팅!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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