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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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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면 공정하고도 재밌을까

공정여행 패키지 기획한 국제민주연대 “사전 답사가 준비의 핵심”
등록 2009-03-12 18:14 수정 2020-05-03 04:25

국제민주연대는 지난 2월21일부터 3월1일까지 8박9일의 ‘국내 최초’ 패키지 공정여행을 다녀왔다. 장소는 소수민족과 차마고도로 유명한 중국의 윈난성.

현지인의 도움이 필수적

준비 과정을 돌아보면, 공정여행 꾸리기의 핵심은 ‘사전 답사’다. 현지인에게 최대한 수익이 돌아가면서 우리 관광객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을 적당한 현지 숙소(객잔)와 음식점을 물색해야 한다. 프로그램 진행에 필요한 안내자들도 현지 소수민족으로 찾아야 한다. 여행 참가자들이 현지의 자연과 그속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짜려면 현지인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마을의 광장에서 함께 춤추고, 농가의 탁자에서 현지 음식을 먹어보는 일이 현지인들의 도움 없이 가능하겠는가. 또 친환경적이어야 한다. 여행의 기본 속성인 소비와 파괴를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아무리 ‘공정’이라는 수식어가 붙어도 여행은 여행이다. 여행이란 여행지의 의식주와 문화를 겪으며 자신의 견문을 넓히고 즐기는 행위다. 여행에 참가한 사람들이 즐겁지 않다면, 성공한 여행은 아니다. 공정여행이 시민단체의 사회참여적 행위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국제민주연대가 가장 고민한 지점이 여기였다. 공정여행도 기본적으로 여행이다. 기존 시민단체 활동가들이나 대안학교 학생들이 참여한 ‘공정 봉사활동’과는 달라야 했다. 참가자들이 진정으로 즐거워하고, ‘근래에 가장 재미있었던 여행’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재미가 있어야 했다. 철저한 사전 답사와 준비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참가자에게 충분히 설명하라

이제 여행은 끝났다. 1차 여행의 평가는 참가자들의 몫일 것이다. 여행 참가자들은 공정여행에서 돌아온 지 이틀 만에 스스로 인터넷 카페를 열고 공정여행 1기 모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런 모임들이 앞으로 계속될 공정여행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공정여행을 준비하고 있을 또 다른 단체나 여행사들에 한마디 조심스러운 조언을 하고 싶다. “공정한 구조를 먼저 만들어놓고, 참가자들에게 그 구조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하라. 여행의 현장에서는 그 구조 안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갖춰라. 여행은 재미있어야 한다.”




국제민주연대의 공정여행 권장사항
군것질 권장, 내복은 필수


1. 공정여행에서는 현지인을 만날 때 열린 마음으로 항상 웃는 행동을 권장합니다. 여행자와 현지인의 간극을 가장 크게 줄여줄 수 있습니다.
2. 공정여행에서는 겸손한 마음가짐과 조심스런 행동을 권장합니다. 우리의 기준으로 판단하여 미개하다거나 불결하다거나 종교적 차이 등으로 인하여 무례를 범하지 않는 여행문화를 만들고자 합니다.
3. 공정여행에서는 보디랭귀지를 적극 권장합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고 의사소통을 하지 않고 통역에만 의지하려 하지 마십시오.
4. 공정여행에서는 100% 현지식의 식사를 합니다. 여러 한국 관광객들이 외국 여행에서 (특히 패키지 여행에서) 선호하는 한국식의 식사를 제공하는 음식점은 거의 100% 외지의 자본이 들어온 경우입니다. 공정여행에서는 원래부터 음식 장사를 하고 있었던 현지 사람들(최대한 소수민족들)의 음식점을 찾을 것입니다.
5. 차를 오래 탄다고 불평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윈난의 경우 윈난성 내의 항공교통이 잘 발달돼 있어 현지의 여행지들 사이를 이동할 때 항공을 이용하면 매우 짧은 시간에 편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정여행에서는 어마어마한 화석연료 소비의 대상인 항공 이동을 자제합니다.
6. 공정여행에서는 군것질을 적극 권장합니다. 보이는 대로 군것질 많이 하시기 바랍니다.
7. 공정여행에서는 시시때때로 쇼핑을 많이 하길 권장합니다. 현지인들의 경제에 가장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입니다. 대형 쇼핑센터를 들르는 시간은 전혀 없습니다. 곳곳에서 현지 소수민족들의 역사와 숨결이 담긴 민속공예품들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8. 공정여행에서는 팁문화를 권장합니다. 숙소와 식당, 운수회사, 여행지 등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팁문화는 권장하고 싶습니다.
9. 최대한 1회용 세면도구의 사용을 줄이고자 세면도구는 꼭 준비해가시라고 권합니다.
10. 내복 등 충분한 속옷을 준비해가십시오. 윈난의 소수민족 지역은 큰 규모의 호텔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스팀난방이 되지 않으며, 그 정도 기온에 적응해서 사는 것이 그들의 일상입니다.
11. 가이드가 없습니다. 여행기획자와 통역자가 함께하지만 이들 역시 공정여행 참가자들과 함께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로 보시면 됩니다.

최정규 국제민주연대 회원·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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