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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스타] 플스여왕과 서민CD

등록 2007-04-20 00:00 수정 2020-05-03 04:24

▣ 박종찬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pjc@hani.co.kr

‘너희 중에 하드에 불법 게임 하나 없는 자 나에게 돌을 던져라?’

부산 사하경찰서가 게임기 CD 100억원어치를 불법 복제해 판 혐의로 오아무개(4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세상에 미묘한 파장이 일었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는 2004년부터 서울·포항 등에 복제 공장을 차려놓고 4만~7만원 하는 게임기 CD를 불법 복제해 4천~7천원씩에 팔았다. 이렇게 오씨가 복제한 CD는 11만여 개에 이르렀고, 저렴한 가격 탓에 ‘서민CD’라 불리며 불티나게 팔렸다. 남자인 오씨가 누리꾼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려고 사용한 ‘플스(일본 소니사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의 약칭)의 여왕’이라는 아이디는 불법 CD 유통의 대명사로 통했다. 오씨는 경찰 조사에서 “헐값에 게임기 CD를 사려는 사람이 많아 하루에 2시간밖에 못 자고 작업을 했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사업(?)은 번창했다.

누리꾼들은 ‘플스여왕’의 구속을 야동(야한 동영상)계의 전설 ‘김본좌’의 구속에 버금가는 사건으로 받아들였다. ‘김본좌’는 지난해 10월 일본 음란물 2만여 건을 P2P 사이트를 통해 불법 유통시킨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인물로, 누리꾼들은 그를 ‘음지의 슈바이처’ ‘야동의 문익점’ ‘한국의 래리 플린트’라고 부르며 ‘본좌복음’ 등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했다.

오씨의 구속 소식이 알려진 4월12일 ‘플스여왕’은 단숨에 포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일부 누리꾼들은 “플스여왕에게 불법 게임 CD를 산 것도 저작권법 위반이 되느냐”고 지식검색에 물었다. ‘플스여왕’ 구속으로 자신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까 염려한 것이다.

CD 불법 복제 행위에 대한 노골적인 동정론도 쏟아졌다. “▶◀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플스여왕.”(네이버 dachead) “거성이 떨어졌다. 본좌에 이어 여왕까지… 과연 난세로다.”(whdlfp77)

그러나 일부 블로거들은 ‘서민CD’가 은폐하고 있는 저작권 침해의 불법성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돈 주고 합법적으로 즐기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상황. 범죄자들이 당당하게 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니 어처구니가 없다.”(블로거 슈나)

플스여왕은 구속됐지만, 그가 불법 복제 CD를 유통하려고 구축해놓은 사이트는 여전히 누리꾼들을 유혹하고 있다. “정품 발매 게임은 100% 정품에서만 카피합니다. 365일 연중무휴 100% A/S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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