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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탄소배출권 거래는 ‘오염시킬 권리’ 시장

이산화탄소를 돌로 만드는 신산업 역시 자본주의 논리에 포섭
자본이 주도하는 ‘탄소중립’의 결말은?

제1431호
등록 : 2022-09-27 00:14 수정 : 2022-09-27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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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기업 ‘클라임웍스’가 아이슬란드에 세운 ‘직접탄소포집’ 공장 모습. 글로벌 기업들이 직접탄소포집 기술에 적극 투자하고 있으며,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2021년 상금 1억달러를 내건 탄소포집 기술대회를 열기도 했다. ‘클라임웍스’ 누리집

2022년 6월22일 유럽연합(EU) 의회는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을 수입할 때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내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연합 바깥에서 생산한 철강, 전력, 비료, 알루미늄, 시멘트, 유기화학품, 플라스틱, 수소, 암모니아 9개 품목을 유럽으로 수출하려는 기업은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만큼 돈을 추가로 내야 한다. 유럽 국가들이 수입품에 세금을 더 걷는 효과가 있어 ‘탄소세’라고도 불린다.

한국 수출액 7조7천억원, EU 탄소세 적용받아
구체적으로는 탄소배출량 1t당 ‘탄소국경조정제도 인증서’ 1개를 구매해 제출하는 방식이다. 인증서 가격은 탄소배출권 가격과 연동하는데, 결국 탄소를 배출한 만큼 탄소배출권을 사야 유럽에 제품을 수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2023년부터 시범 실시되며 이 기간에는 기업들이 수출품의 탄소배출량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인증서 구매 의무가 시행된다. 유럽연합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당초 5개 품목(철강·전력·비료·알루미늄·시멘트)에만 이 제도를 적용할 방침이었지만 의회 논의 과정에서 규제 적용 품목이 늘어났다.

유럽 국가들은 1990년대부터 산업 전환 등으로 탄소감축 전략을 추진해왔다. 기업들이 저탄소 설비투자를 늘리면서 생산원가가 올라가자 정부는 수입품에도 탄소배출 규제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유럽 내 규제만 강화할 경우 기업들이 역외로 생산시설을 옮길 수 있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나라의 기업들과 가격경쟁에서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이번 제도로 한국을 포함해 러시아, 중국 등이 크게 영향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유럽연합에 수출하는 주요 품목인 철강은 탄소국경조정제도 적용 이후 수출이 11%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23%, 러시아는 24%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우리나라가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적용받는 9개 품목을 유럽에 수출하는 규모는 2019~2021년 연평균 55억1천만달러(약 7조7천억원)로, 우리나라의 전체 유럽연합 수출액의 9.9%를 차지한다.

2022년 현재 전세계 탄소배출국 1위인 중국은 유럽의 움직임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환경부는 2021년 7월 탄소국경조정제도의 초안이 발표되자 “기후정책에 국가별 경제발전 단계를 고려해야 하며, 사실상 이산화탄소 관세에 해당하는 이 제도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불만은 “산업화를 먼저 이룬 나라들이 탄소를 많이 배출해 지구 온도를 올려놨는데 왜 책임은 다른 나라에 지우냐”는 것이다. 중국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를 보면, 1751~2017년 약 270년간 세계는 1조5천억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국가별 누적 배출량을 보면 미국이 약 3990억t으로, 전체 배출량의 25%를 차지했다. 유럽연합 국가들의 누적 배출량은 3530억t(22%)으로 두 번째다. 중국은 누적 2천억t으로 12.7%를 차지했다. 한국은 누적 160억t(1%)을 배출했다.

2015년 국제사회가 채택한 파리기후협정은 기후위기에 각 나라가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을 지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심해지고 세계경제도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강해지면서 유럽 등 선진국들이 탄소감축 의제를 무역장벽의 수단으로 쓰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20년 12월 보고서에서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논의는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세계 공통 목표가 있기는 하나,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유럽 경제회복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 또한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보호무역주의, 일방주의적인 정책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고 했다.

리튬 추출을 위해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외곽에 설치한 소금물 웅덩이. 이곳을 포함해 볼리비아와 칠레, 아르헨티나를 잇는 삼각지대에서 세계 리튬 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탄소감축 의제를 무역장벽으로 사용하나
국제사회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규정한 교토의정서(1997년)를 맺은 지 25년이 지났지만 세계 에너지 사용량은 계속 늘어나며 기후위기는 심해지고 있다. 2022년 4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제56차 총회에서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세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감축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채택했다. 이에 산업계는 ‘기술’로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는 화두를 이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기 중 탄소를 직접 포집해(DAC·Direct Air Capture) 땅속에 저장하는 기술이 있다.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을 넘어 이미 배출된 탄소를 ‘제거’한다는 것인데 최근 들어 각광받는 기술이다.

직접탄소포집 기술을 앞세운 대표 기업은 스위스의 ‘클라임웍스’다. 이 회사는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돌’로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커다란 팬으로 빨아들인 공기를 필터에 통과시켜 이산화탄소만 걸러내고 이를 지하 800m 아래 공간에 보내면 화산암과 반응해 암석으로 굳어진다. 수천 년이 걸리는 자연현상을 2년 안에 가능하도록 단축한 기술이다. 클라임웍스는 2021년 9월 화산지대가 있는 아이슬란드에 직접탄소포집 공장 ‘오르카’를 지었다. 이 공장은 연간 최대 3만6천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2022년 4월 세계 기업들로부터 6억5천만달러(약 9천억원) 투자를 받았고, 마이크로소프트·스트라이프 등 탄소감축을 선언한 기업이 클라임웍스와 거래하고 있다. 현재 공기 중 탄소 직접 포집 기술은 클라임웍스 외에 캐나다의 카본엔지니어링, 미국의 글로벌서모스탯 등의 기업이 선도하고 있다.

전기차 활용 위한 리튬 추출의 딜레마
그러나 직접탄소포집 기술이 만능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탄소포집 설비 가동에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클라임웍스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비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 전문 저널 <엠아이티(MIT) 테크놀로지 리뷰>의 선임에디터 제임스 템플은 2021년 7월 기사에서 탄소 제거 기술이 과대평가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구온난화를 1.5도 이내로 유지하려면 2050년까지 매년 최대 100억t의 탄소를 제거해야 하는데 직접탄소포집, 이산화탄소 흡수 광물 활용, 바이오에너지와 탄소포집 저장 기법의 결합 등 어떤 방안도 대규모로 탄소를 제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직접탄소포집은 비용과 에너지가 많이 드는데, 바이오에너지를 쓰더라도 식량 재배 등 다른 용도에 필요한 토지를 소비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탄소감축이라는 인류의 과제가 산업계에 이끌려갈수록 결국은 자본의 논리에 포섭되고 불평등과 차별을 야기하리라는 우려가 노동계를 중심으로 나온다. 2022년 9월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민주노총이 주최한 ‘기후정의를 위한 노동의 지구적 연대와 체제 전환’ 국제포럼(기후정의 국제노조포럼)에서는 이런 문제의식이 쏟아져 나왔다.

프랑스노총(CGT) 국제국 기후담당인 로맹 데스코트는 유럽연합의 탄소감축 정책이 ‘산업 전환은 시장이 주도하고 정부는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는다’는 신자유주의 관점에서 추진되며, 정부 정책이 결국은 기업의 이윤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탄소국경조정제도는 탄소배출권제도로 기업의 재정 부담이 가중되자 이로 인한 경쟁력 약화를 만회하기 위한 것”이라며 “각기 다른 영향을 받는 노동자 집단 간 불균형, 산업 전환 준비 정도가 달라 생기는 국가 간 불균형, 오염 산업을 열악한 지역으로 외주화하는 등의 문제는 모두 무시된다”고 말했다.

친환경·신소재로 각광받는 리튬 개발 전쟁이 벌어지는 남아메리카는 탄소감축의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준다. 리튬은 전기자동차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핵심 원료다. 세계적인 여행지로 유명한 우유니 소금사막을 포함해 칠레-아르헨티나-볼리비아 사이 ‘리튬 트라이앵글’ 지역(4만3천㎢)에는 리튬광산이 몰려 있다. 이 삼각지대에 전세계 리튬 매장량의 절반 이상이 묻혀 있다. 리튬 개발 업체들은 채굴량의 85%를 소금물에서 얻는데, 염수를 이용하다보니 배관 등 설비를 담수로 세척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상당량의 담수가 쓰인다. 훌리안 아기레 아르헨티나노총 국제국장은 “리튬 추출로 안데스 지역 원주민이 물 부족을 겪고, 환경파괴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정부는 외환시장, 자본시장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다국적기업의 리튬 추출을 계속하게 한다. 리튬 수요 증가는 안데스 영토 전역에서 사회적 갈등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소비·분배 구조 변화를 목표로 해야
기후정의 국제노조포럼 참가자들은 탄소감축 정책에서 발생하는 국가 간 불평등은 물론이고 국가 내 계층 불평등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해 나온 카이라 레세 미주노총(TUCA) 지속가능발전 담당 임원은 “현재 탄소감축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탄소시장, 탄소배출권 거래 등은 ‘오염시킬 권리’를 만들어 가격을 매긴 뒤 사고팔아 금융시장을 발전시키는 것일 뿐 실제 온실가스는 감축되지 않는 거짓 해법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생산 및 소비, 분배 양식을 포괄적이고 구조적으로 바꾸는 것을 기후위기 대응의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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