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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에 ‘먼저 온 미래’

등록 2022-08-23 14:45 수정 2022-08-24 00:36
폭우가 내린 2022년 8월8일 밤, 서울 강북의 한 횡단보도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폭우가 내린 2022년 8월8일 밤, 서울 강북의 한 횡단보도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2022년 8월 둘째 주, 정체전선으로 인해 전국에 비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폭우로 인한 피해는 컸다. 8월17일 오후 3시 정부 집계를 보면 사망 14명, 실종 6명, 부상 26명, 이재민 2873명이 발생했다. 인명 피해뿐 아니라 10만1880마리의 가축 폐사, 축구장 2600개 크기의 농작물 침수 피해, 축구장 145개 크기의 농경지 유실과 매몰, 산사태 483건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이번 폭우로 기후변화의 무서움을 실감했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실제로 이번 폭우의 원인은 기후변화였을까. 정확한 인과관계는 추후 과학적 검증으로 밝혀지겠으나 많은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아니고서는 이러한 집중호우를 설명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극한 기후 현상은 과학자들이 이미 예견하고 대비를 촉구해왔던 바이기도 하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21년과 2022년 세 차례에 걸쳐 제6차 IPCC평가보고서를 냈다. IPCC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관한 세계 최고 권위의 보고서다. 이 보고서를 보면, 2011~2020년에 1850~1900년보다 지구 표면 온도가 1.1도 상승했다. 1.1도 상승으로 한국에서는 폭우와 폭염, 유럽에서는 사상 최악의 가뭄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들이 발생했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 세계 195개 국가는 산업화 이전에 견줘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노력을 하기로 합의했다. IPCC 보고서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낮은 시나리오(SSP1-1.9)부터 가장 높은 시나리오(SSP5-8.5)까지 모두 5개의 시나리오를 상정했는데, 이 중 배출량이 가장 낮은 시나리오조차 2040년까지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한다는 계산 결과가 나왔다. 2040년까지는 18년밖에 안 남았다. 앞으로 더욱 달아오른 지구에서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까.

기상청 소속 국립기상과학원이 2021년 말 펴낸 ‘남한 상세 기후변화 전망보고서’를 통해 그 일단을 전망해볼 수 있다.

이 보고서는 IPCC 보고서의 다섯 가지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 중 온실가스를 크게 감축하는 ‘저탄소 시나리오’(SSP1-2.6)와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하는 ‘고탄소 시나리오’(SSP5-8.5), 두 가지 경우를 분석했다.

먼저 강수량. 1일 최대강수량의 경우, 2000~2019년 전국 평균이 125.7㎜이다. 두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2040년까지 1일 최대강수량이 17~18% 증가하고, 21세기 후반기(2081~2100년)엔 21~39% 증가한다. 그다음은 폭염이다. 폭염일수는 2000~2019년 전국 평균 8.8일이었다. 그런데 2040년까지 폭염일수는 2배 증가하고, 21세기 후반기에는 3~9배 증가한다. 역대 최악의 폭염이 덮친 2018년의 폭염일수는 31일이었는데, 앞으로 이와 비슷하거나 이보다 더 센 폭염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이번 여름의 폭우와 폭염은 기후위기 시대에 ‘먼저 온 미래’인 셈이다.

기후변화는 폭우, 폭염뿐 아니라 가뭄, 산불, 해수면 상승, 멸종, 질병 악화 등 전방위적으로 우리 삶을 위협한다. 인류에겐 이런 기후위기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단 ‘재난의 일상화’를 막기 위해 기후변화를 ‘완화’시키는 노력이 지금 당장, 더욱 필요하다.

김규남 <한겨레> 스페셜콘텐츠부 기후변화팀장

3strings@hani.co.kr

*뉴노멀: 이주의 주요 뉴스 맥락을 주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코너로 <한겨레> 김규남, 이승준, 장수경 기자가 돌아가면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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