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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토크] AI면접 과정 공개하면 될 일

등록 2020-10-31 09:56 수정 2020-11-02 02:02

“AI면접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스터디룸 몇 시간이나 예약할지.” “AI면접 책상에서 보려는데 노트북 카메라가 아래쪽에 있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단순히 점수 많이 맞으라는 것도 아니고…. 헷갈리고 어렵네요.”

인공지능(AI)면접 취재를 위해 취업준비생 카페에 가입했습니다. 취준생들이 AI면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였죠. ‘AI면접’ ‘AI역량검사’라고 검색해 나온 게시물을 ‘사람지능’으로 분석해보니, 취준생들이 느끼는 AI면접에 대한 감정은 ‘막막함’이었습니다. 그 막막함이 TTS(Text To Speak·문자를 음성으로 전환하는 기술)로 귓가에 맴도는 듯했습니다. AI역량검사 업체 쪽에선 “많이 준비한다고 잘 볼 수 있는 시험이 아니다”라고 하지만, 취준생에게 그런 말이 통할 리 없습니다. 준비 없이 대충 볼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좋은 점수가 나오는지도 모르고, 결과조차 알 수 없는 ‘블랙박스’지만 이를 넘어서야 취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취준생들은 AI면접이 더 공정하다고 믿었습니다. 2020년 8월 구인정보 업체 ‘잡코리아’가 상반기 취업활동을 한 구직자 1688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공정성에선 AI면접(48.1%)이 대면면접(28.3%)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만큼 사람 면접관 또는 면접제도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믿을 만한 사람을 뽑는 데, 사람을 쓰는 게 못 미더워 AI를 쓰는 것이라면, 사람보다 더 혹독하게 AI를 검증해야 합니다. 그러나 민간기업은 물론 공공기관조차 AI면접 솔루션에 대해 이렇다 할 검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한겨레21>의 검증 보도는 업체 홍보 자료와 실제 운영의 차이를 분석하고, 이를 쓰는 기업과 공공기관의 평가를 담은 수준에 그쳤습니다. 이런 기초 수준의 보도에 대해 공공기관 취준생들이 내놓은 반응은 “AI가 사람보다 공정하다”고 믿었던 예전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한겨레21> 보도 이후 이 카페 회원 586명(10월30일 자정 기준)이 참여한 ‘공공기관 AI면접에 대한 의견’ 조사에서 “측정 방법과 알고리즘을 비공개하는 현재의 AI면접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한 이는 86.8%에 이르렀습니다. 46.3%가 “측정 방법과 알고리즘을 공개해 AI면접이 공정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뒤 시행해야 한다”고 답했고, 42.2%는 “AI면접은 시기상조다”라고 답했습니다. 이 카페 운영자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모든 취준생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AI면접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나왔기 때문에 AI면접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또한 공공기관들이 최소한 AI면접 검증은 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렇지 않은 점이 밝혀져 더욱 신뢰가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진보네트워크센터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는 AI면접을 채용 과정에 활용하고도 AI면접 알고리즘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공공기관 한 곳에 대해 정보공개소송을 냈습니다. 다른 기관에 대해서도 추가 소송을 검토한답니다. 공공기관들은 소송 대상이 될까봐 걱정한다고 합니다. 소송에 걸릴 게 두려웠다면 처음부터 공개를 잘했으면 될 일인데 말입니다. 아니, 애초에 AI면접을 충분히 검증·분석하고 시행했어야 합니다.

AI면접을 도입한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AI면접이 공정하다고 믿는다면, 최소한 시험 결과라도 응시생들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2015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와 고용노동부가 만든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 인사·노무 편>에는 “입사지원자의 채용시험 성적은 개인정보이므로 성적 열람에 대한 요구가 있는 경우 본인에게 직접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을 지키면 되는 일입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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