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팀장을 지낸 정혁준 기자에게 물어봤습니다. 정 기자는 8월12일치에 국토해양부가 ‘여의도의 53배’에 가까운 1억6천만㎡의 4대강 주변 지역을 자연보전 구역이나 휴식 공간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또 4대강 개발 반대 여론이 아직 비등한 가운데 강변까지 개발해 ‘막개발’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래저래 4대강 개발을 반대할 이유가 늘어나네요. 어쨌든 정 기자는 ‘여의도의 53배’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 이유를 묻자 “경제 기사에 수치가 많이 등장하는데 ‘여의도’라는 구체적인 공간을 들어 비교하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고 대답합니다. 보통 작은 공간을 비교할 때는 축구장 면적에 비교하고, 큰 공간은 여의도와 비교한다고 합니다. 여의도는 서울에 있는 섬이고 사람들에게 친근한 공간이어서 자주 비교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서정렬 영산대 교수(부동산금융학)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서 교수는 세 가지로 요약했는데요. 하나는 개별적인 크기를 식별할 수 있는 섬이라는 점, 둘째는 국회의사당·증권거래소 등 유명 건물이 있는 지리적 특성, 세 번째는 벚꽃축제나 예전의 국군의 날(10월1일) 퍼레이드 등으로 일반인에게 익숙한 장소라는 점을 꼽았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여의도 면적은 얼마나 될까요? 이번엔 서울 영등포구청에 물어봤습니다. 영등포구청 지적과 유영길 주무관은 “한 달에 서너 차례 다른 공간과 비교할 목적으로 여의도 면적이 얼마인지 묻는 전화가 온다”고 밝혔습니다.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아예 외우고 있었습니다. 유 주무관은 “여의도 면적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여의도 섬 전체로 839만6210㎡(약 254만 평)이며, 홍수 때 물에 잠기기도 하는 하천이나 둔치 등을 제외한 면적(여의도순환도로인 윤중로와 그 내부)은 294만6808㎡(약 89만 평)”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준이 두 가지여서 혼란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비교 대상이 되는 것을 커 보이게 하거나 작아 보이게 하기 위해 두 기준 가운데 임의로 하나를 선택해 쓴 측면이 있습니다. 서정렬 교수도 “두 기준이 혼용돼 쓰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의도의 몇 배’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기사나 정부 발표를 볼 때는 어느 면적을 기준으로 했는지도 살펴봐야 좀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정부나 언론은 언제부터 여의도를 면적 비교의 기준으로 썼을까요? 서울시에 물어봤지만, 정확한 유래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서울시 행정국 백호 행정과장은 “공무원 생활을 시작할 때인 1991년에도 여의도를 면적 비교 때 썼다. 유래를 찾기는 힘들지만 아마 여의도가 개발된 1960년대 이후가 아니겠느냐”고 짐작했습니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뉴욕 맨해튼이 면적 비교에 많이 쓰인다고 합니다. 맨해튼은 여의도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섬이면서 금융기관이 집중된 월스트리트가 있는 곳이니까요.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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