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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다른 나라에도 선수촌이 있나요?

등록 2010-03-30 07:22 수정 2020-05-02 19:26
다른 나라에도 선수촌이 있나요? 한겨레 김봉규 기자

다른 나라에도 선수촌이 있나요? 한겨레 김봉규 기자

요즘 겨울올림픽 중계를 보다 문득 궁금한 점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올림픽과 같은 큰 국제대회를 앞두고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태릉선수촌에 들어가 합숙훈련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선수촌이 다른 나라에도 있는지 궁금합니다.(김대희)

→ 세계의 선수촌에 대해 정리된 자료를 찾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대한체육회와 태릉선수촌 관계자들의 전언을 들었는데요. 2011년 8월 준공을 앞둔 충북 진천의 제2선수촌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외국의 사례를 살펴본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중국에는 선수촌이 여러 군데 있고, 미국과 독일, 오스트레일리아에도 있다”며 “‘스포츠 G7’으로 불리는 국가는 대부분 선수촌을 운영한다”고 전합니다.

전언과 자료를 종합해보면, 외국에도 일부 선수촌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종목별로 운영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태릉선수촌처럼 여러(사실상 가능한 모든) 종목의 선수들이 올림픽 등을 앞두고 집단 합숙을 하면서 훈련하는 ‘선수촌’이 있는 나라는 드물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나라가 명하면 국민은 따른다, 논리가 강하게 관통하는 사회가 아니면 아무리 국가대표 마크를 달아도 일정 기간 의무로 합숙하면서 훈련을 강제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1966년 6월30일 건립된 태릉선수촌은 현재 9만3천여 평의 터에 빙상장·수영장 등 22개의 현대식 시설이 들어서 있습니다. 여기에서 주요 국제경기를 앞둔 시기에 18개 종목 선수들이 입촌해 훈련을 받지요. 여름철 올림픽 28종목 중에 태릉에 훈련시설이 없는 승마·카누 등 종목의 선수들은 외부에서 훈련을 합니다. 축구대표팀도 대개 경기 파주의 훈련센터에서 연습을 합니다. 물론 외부에서 훈련할 경우에도 ‘스포츠 코리아’답게 훈련비는 지원됩니다.

일정 기간 의무 합숙을 해야 하는 시스템은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2000년 여자 수영 유망주 장희진 선수는 국가대표에 선발됐지만 학업을 이유로 입촌을 거부해 논란이 됐지요. 그런데 한때 박태환 선수는 입촌을 하지 않고 훈련을 하기도 했습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해당 종목 감독의 의견을 반영해 각 종목 협회가 선수의 입촌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감독이 선수촌 밖에서 훈련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고 협회가 이를 받아들이면 입촌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거지요. 물론 선수의 ‘명성’이 받쳐주지 않으면 이런 예외를 적용받기는 힘듭니다.

태릉선수촌이 지어진 1966년, 한반도 스포츠사에 심상찮은 연도 아닙니까? 북한이 1966년 영국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해인데요, 태릉선수촌도 이런 북한의 성과에 자극받은 박정희 정권의 대응으로 지어졌단 얘기가 있습니다. 이렇게 체제 경쟁의 산물로 지어진 태릉선수촌은 진천 제2선수촌 준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여기엔 태릉선수촌이 포괄하지 못했던 10개 종목 선수들의 훈련시설을 짓는다고 하네요. 어느새 선수촌 폐지 논란은 먼 옛날 얘기가 돼버린 걸까요.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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