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준표 대구시장(왼쪽)과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 한겨레 자료 사진
6·3 대통령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 수성을 지역구에 출마했던 2020년 4월 제21대 총선 직전, 홍 시장 쪽에서 최소 7건의 공표·미공표 여론조사를 명태균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미래한국연구소에 의뢰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5600여만원을 지불한 내역이 담긴 문건이 확인됐다. 미래한국연구소의 회계책임자였던 핵심 제보자 강혜경씨는 이 문건을 두고 “홍 시장 쪽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 금액을 홍 시장의 최측근인 박재기 전 경남개발공사 사장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현금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이 문건과 강씨의 증언대로라면 홍 시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게 된다.
2025년 4월11일 한겨레21이 단독 입수한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비용 청구서 세 장을 보면, 청구서는 모두 대구 ‘수성을’ 지역에서 2020년 3월과 4월 초 이뤄진 여론조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비용을 청구하는 내역을 적시하고 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여론조사 업체다. 2020년 총선 당시 홍 시장은 고향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구 공천을 신청했지만,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공천관리위원회는 홍 시장에게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청했다. 이에 홍 시장은 한발 물러서 경남 양산시을 지역구 공천을 신청했지만, 컷오프됐다. 홍 시장은 이후 2020년 3월15일 미래통합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할 지역을 물색했고, 대구 수성을 지역구에 최종 출마해 이인선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를 2.74%포인트 차로 가까스로 누르고 5선 의원이 됐다.

한겨레21이 입수한 미래한국연구소의 제21대 총선 대구 수성을 지역구 여론조사 실시 금액 청구서. 한겨레21이 확보한 미래한국연구소 김태열 전 소장과 회계책임자 강혜경씨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 청구서는 당시 대구 수성을 지역구에 출마한 홍준표 대구시장 쪽의 의뢰로 미래한국연구소가 최소 7건의 공표·미공표 여론조사를 진행한 비용을 기록하고 있다.
청구서는 ‘수성을’을 청구 대상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미래한국연구소가 이 지역에서 시행한 여론조사 횟수는 모두 7건이고, 이 가운데 공표 여론조사는 2건, 미공표 여론조사는 5건이다. 이 청구서에 대해 김태열 미래한국연구소 전 소장도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홍 시장 여론조사를 시행하고 그 비용은 홍 시장의 최측근인 박 전 사장에게 직접 현금으로 받았다”며 “박 전 사장이 당시 홍 시장 총선 캠프를 총괄하고 있었고, 해당 여론조사가 홍 시장에게 직접 보고되는 것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강혜경씨와 같은 내용의 증언인데, 김 전 소장은 특히 2020년 3~4월께 여론조사 결과를 들고 명씨와 함께 홍 시장 사무실에 갔을 때 명씨가 직접 홍 시장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하는 장면까지 봤다고 증언했다. 김 전 소장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의원 후보(홍준표) 방이 있었다. (명씨와 박 전 사장이) 그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며 “명씨가 박 전 사장과 함께 들어가서 여론조사 결과를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는 홍 시장이 명씨는 물론 미래한국연구소와의 관계까지 전면 부인해온 그동안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문건과 증언이다. 홍 시장은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과 관련해 그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는 박 전 사장이 개별적으로 한 것이고, 본인은 몰랐다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특히 명씨에 대해선 “명태균과 한 번이라도 만난 일이 있었어야 여론조작 협잡을 하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전 소장은 “(홍준표 당시 후보) 선거 사무실 위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면서 돈을 받았다. 청구서가 있으면 그걸 가지고 가서 받았다”며 “받은 돈이 500만원일 때도 있고, 1천만원일 때도 있었다. 워낙 자주 갔어서 방문 횟수는 세세히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혜경씨 역시 한겨레21과 만나 “홍 시장과 명씨는 2014년 이후 경상남도의 정책 여론조사와 수첩 제작 용역을 수주하며 알게된 오래된 사이”라며 “2020년 총선 출마 검토 때 지역구마다 명씨의 미래한국연구소가 여론조사를 진행해줬다. 홍 시장은 명씨와 관계가 가장 깊은 정치인 가운데 한 명”이라고 말했다.
한겨레21이 확보한 당시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보고서를 보면, 대구 수성을 지역구에선 2020년 3월21일, 3월25일, 3월31일~4월1일, 4월5~6일, 4월10일, 4월12일, 4월13일 등 최소 7건의 여론조사가 진행됐다. 당시 공표·미공표 여론조사를 진행한 강혜경씨는 “‘유권자 성향 분석’을 통해 여론조사를 홍 시장에 유리하게 만들었다”고 증언했다. 미리 유권자의 성향을 분석한 표본을 바탕으로 홍 시장이 이기는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얘기다. 한겨레21은 미래한국연구소 내부 자료를 통해 홍 시장이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출마를 검토한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구와 경남 양산시을 지역구, 대구 수성을 지역구의 유권자 ‘성향 분석’ 자료가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명씨의 우호적 여론조사와 홍 시장의 해당 지역구 출마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홍 시장과 명씨의 이 같은 거래에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장윤미 변호사는 “선거 캠프 자금이라는 건 딱 정해진 법의 범위 내에서 집행하고,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면 회계 장부에 남도록 해야 하는데 제3자가 그것을 납부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의 소지가 매우 농후해 보이기 때문에 수사는 불가피해 보인다”며 “또한 여론조사가 조작됐다면 공정한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도 “측근(박 전 사장)이 알아서 여론조사 비용을 내고 의뢰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홍 전 시장 캠프에서 의뢰를 했는데 측근이 대납한 것이라고 하면 정치자금법 위반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며 “측근(박 전 사장)이 캠프의 핵심에서 일 한 것인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21은 이 문건과 증언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복수의 홍 시장 쪽 관계자와 박 전 사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연락했지만, 이들은 아무도 답변을 해오지 않았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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