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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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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도 ‘대장동 게임’ 속 말이었나

더 이상 추격자 아닌 1등 후보, 제대로 인정하고 사과하고 대책 세워야
등록 2021-10-02 17:54 수정 2021-10-03 03:12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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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르트 속 유산균도 아니고 무슨 돈을 수백억, 수천억원 쓸어 마셨나. 집값이 왜 그리 안 잡히는지, 그 많은 부동산 대책이 왜 다 무소용인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그야말로 ‘뛰는 정책’(정치) 위에 ‘나는 꾼’(업자)이다. 잘 짜인 ‘대장동 게임’ 속 말은 과연 누구였을까.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도 그 한 명이었을 수 있다. 관이 민간자본을 이용해 공공이익을 거둔 게 아니라, 민간자본 외피를 쓴 투기세력이 관을 이용해 자기 이익을 극대화한 실체가 드러나는 중이다. 국민은 이 사실을 직관으로 알아버렸는데 이재명 본인은 그 정도라도 개발이익을 ‘뜯어냈다’는 성과만 거듭 앞세운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민망함은 오롯이 국민 몫이다.

그는 애초 자신이 대장동 개발사업의 설계자라 했다. 성남시장 시절 최대 치적이라더니 이제 와선 토건비리 세력, 국민의힘 탓만 한다. 더불어민주당 내 경쟁 후보인 박용진이 정확하게 지적했듯 지금과 같은 이재명의 ‘눙치고 버티고 발끈하는’ 태도는 흡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비리가 터졌는데 대통령이 ‘나는 거기서 받아먹은 게 한 푼도 없다’고 대꾸하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이재명은 당시 개발의 결정권자로서 아무런 책임이 없을 수 없다. 놀란 이들을 위로하고 대책을 내놓아야 할 책임 또한 무한대로 있다. 대통령을 하겠다면 말이다.

이재명은 더 늦기 전에 이를 인정하고 사과부터 하기 바란다. 제대로, 정확히 말이다. 실수였든 실패였든 한계였든, 토론회 때 마지못해 유감을 표명하는 정도로는 안 된다. 당시 관련자들을 신속히 수사에 협조시키고 모든 자료를 내놓고 필요하면 본인도 직접 수사받을 일이다. “수사든 뭐든 빨리 해달라”고 말로만 촉구할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국민의힘 게이트’라는 말도 그만하면 좋겠다. 그 당의 주축이 토건투기 세력이라는 거 모르는 사람 없다. 그들에게 그 딱지를 붙이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간 해먹은 정도는 차이 날망정, 여당도 자유롭지 않다. 대장동 건으로 지금까지 드러난 것 말고 또 어떤 게 튀어나올지 모른다. 이재명 측근의 연루 가능성도 간단치 않다. 단지 ‘그 아빠 아들’이 50억원 퇴직금 받아먹었다고 비난만 할 처지가 아니다.

그는 더 이상 아등바등 추격하는 위치가 아니다. 집권 여당의 1등 후보다. 사람들은 그를 시장이나 도지사, 대선 경선 후보로만 보지 않는다. 이미 대통령 자리에 올려놓고 판단한다. 기민하게 ‘개발이익 환수 법제화’ 토론회를 연 것은 평가할 만하나, 그 자리에서 “국민의 짐, 도둑의 힘” 운운하며 야당을 비아냥대고 조롱한 것은 무례하기 짝이 없는 태도다. 국민을 향한 조롱이자 비아냥으로 들린다. 이 일이 그렇게 가볍나. 의기양양한 척 연출했다면 한심하고 정말 의기양양하다면 위험하다. 자칫 더 큰 게임의 말이 될 수 있다.

모쪼록 국민의 직관을 무시하지 말기 바란다. 그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준 것이 바로 이 직관이다. 늘 옳아서 지지하는 게 아니다. 제대로 할 것 같아서다. 이번 일로 토건비리 세력에 ‘통수 세게’ 맞았으니 억울해서라도 가장 잘 쓸어버리리라 보는 시각도 있다.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다. 그런 간절함 앞에서 ‘1등 후보’ 이재명은 좀더 정중하고 정직하길 바란다.

이재명의 최측근 두 사람이 가족 법인까지 만들어 부동산을 줄줄이 소유했거나 ‘갭투자’로 부적절하게 이득을 본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이재명이 이끄는 경기도는 지난해 다주택자인 공무원 등은 사실상 4급 이상으로 승진시키지 않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빛이 강한 만큼 어둠도 깊다. 그동안 내세우고 자랑하며 ‘인정투쟁’ 해온 모든 것이 앞으로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는 넘어가지지 않는다. 그는 무대의 정중앙에 있다. 어떻게 대처하는지 객석에서 훤히 보인다. 숨소리까지 들린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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