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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안철수와 백신의 공통점

등록 2020-12-25 10:09 수정 2020-12-26 02:04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갑자기 서울시장 선거 출마 선언을 했다(사진).
대권으로 직행할 거라며 재보선 출마는 없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으나 말을 바꾼 거다. 독재정권이라는데, 진심인지 모르겠다. 과거 식자들이 민주 대 반민주 구도의 한계를 많이 논했는데, 같은 주장이 자리만 바꿔 돌아왔다. ‘새 정치’를 말하지만 정작 새로운 정치를 보여준 일은 없는, 그 모습 그대로라는 생각이다.

정치공학으로 보자면 남는 장사다. 재보선 국면에서 존재감을 만들지 못하면 대권도 없는 거였다. ‘비호감’을 극복하지 못하는 국민의힘이 대권 주자 등판론을 두고 폭탄을 돌리는 시기에 범보수 단일화 가능성을 만든 것은 일단 성과다. 단일화 절차에 합의하고 결과에 승복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지만, 어쨌든 보수정치가 재보선을 향한 전열 정비에 첫발을 내디딘 격임은 부인할 수 없다.

보수정치의 선거 대응에서 단일화가 형식이라면 백신에 대한 대통령 책임론은 내용의 한 축에 해당한다. 보통 이 시기 야당의 선거 전략은 민생 문제와 정권심판론을 연결하는 거였다. 그런데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보니 방역이 곧 민생인 국면이 됐다. 백신 책임론은 전통적인 민생파탄론의 코로나19 버전인 셈이다. 보수야당은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이유 중 하나를 방역 대책의 성공이라고 생각하는지, 이걸 설욕의 기회로 보는 분위기다.

그런데 논란 자체를 선거용 공세로 평하고 말 일은 아니다. 미국 등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관련 뉴스가 전파를 타는 상황에서 ‘우리는 언제 맞나’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가 확보했다던 4400만 명분의 백신이 정작 접종 시기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니 국민의 우려는 당연하다.

우리가 글로벌 제약사를 지원하고 선구매 계약을 체결한 강대국들 같을 수는 없고, 2021년 가을까지 접종을 마칠 수 있으면 성공이라는 견해도 있으니 호들갑을 떨 필요까진 없다. 당장 수개월 전으로만 돌아가도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의 성과는 장담할 수 없었고, 국내 생산이 가능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우위에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이 국민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그간의 과정에 대한 대통령의 진심이 담긴 설명이 있었으면 한다. 5부 요인(국회의장·대법원장·국무총리·헌법재판소장·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과의 회동에서 지나가듯 낙관론을 펴고 말 일은 아니다. 국민도 어려움을 이해할 것이다. 김태년 원내대표 등 여당 사람들도 ‘가짜뉴스’에 가까운 일부 극단적 사례를 들어 문제 제기 자체를 ‘불순한 의도’로 치부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순수한 진심만이 담긴 정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진심이 필요한 때가 없는 건 아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문제가 그렇다. 정책 역량을 높이 평가한 인사로 보이지만,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관련 발언은 충격적이다. 단지 속물적 화법이 문제라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다. 정말 문제는 이 발언의 배경에 나타난 인식이다. 공개된 녹취록의 변창흠 후보자는 사고 방지의 이유를 그 비극성이 아니라 ‘시정의 부담’에서 찾고 있다. 본심이 진보여서 같은 편이 된 게 아니라 ‘우리 편’이 진보여서 자기도 진보가 된 게 아닌지 의심된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청문회는 안 끝났지만, 적격 인사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백신이든 장관 인사든 유불리만 따지는 걸 떠나 진심을 보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민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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