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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하의 뉴노멀

[뉴노멀] 삼성의 통 큰 기부? 최선의 선택!

제1361호
등록 : 2021-04-30 03:18 수정 : 2021-04-3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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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제공

삼성 일가가 고 이건희 회장이 남긴 미술품을 대거 기증하기로 했다. 대한민국의 의료 발전을 위해 1조원을 내놓겠다고도 했단다. 언론은 ‘통 큰 결단’이라며 칭송하기 바쁘다. 삼성 일가가 감당해야 할 상속세는 너무 많아서 단위가 헛갈릴 정도이다. 12조원이니 7천억원이니 하는 액수가 12만원이나 7천원을 논하는 정도로 느껴진다. 어느 언론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옥중에서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상담을 받아야 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세율이 너무 높아 상속을 세 번 받으면 경영권을 잃는 나라라는 한탄도 나왔다.

이건희 회장 유족이 자기들 입장에서 가장 논란이 적을 선택을 한 건 사실이다. 세상이 좋아진 건 맞다. 그러나 ‘통 큰 결단’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가령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그 위상에 걸맞은 세계적 수준의 작품을 갖게 된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과연 일부 언론이 표현하는 것처럼 이건희 회장이 나라를 위해 미술품을 수집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최근까지 한쪽에서 뜨거웠던 이슈 중 하나는 ‘미술품 물납제’였다. 부동산과 유가증권에 한해 허용된 세금 대납을 미술품 등 문화재에까지 확대하자는 거다. 애초 이건희 회장 재산 상속 문제 때문에 시작된 논의는 아니었다. 하지만 삼성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미술품을 매각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미술계 일부가 총대를 멨다. ‘이건희 컬렉션’의 해외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게 오히려 ‘삼성 특혜’라는 반발을 부르면서 미술품 물납제 도입 논의는 결실을 얻지 못했다. 그렇다고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사진)를 내다 팔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재용 부회장 등에게 ‘이건희 컬렉션’은 상속받을 수도 없고 처분할 수도 없는 존재가 됐다. 기증해서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게 최선의 선택이다. ‘통 큰 결단’ 서사는 이 ‘최선의 선택’의 효과를 배가하는 장치다.

다른 나라에 견줘 재벌 일가가 부담해야 할 상속세가 과다하다는 주장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너가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주식 등의 상속을 받으려면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의 경우 ‘가업 승계’가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이 대목은 가업상속공제 등의 방도가 있기에 삼성 사례와 함께 얘기할 것은 아니다.

삼성가의 상속세 부담을 다른 나라 사례와 비교할 거면 세 가지 측면을 함께 봐야 한다. 첫째, 그래서 3대 세습은 바람직한가? 이재용 부회장도 4대 세습은 안 하겠다고 했다. 둘째, 삼성가의 재산 형성 과정엔 늘 여러모로 떳떳지 못한 그늘이 있었고 우리 사회는 이를 바로잡는 데 미온적이었다. 셋째, 재벌 일가가 다른 세금은 형평에 맞게 부담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상속세만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출 게 아니다.

일각에선 ‘통 큰 기부’가 ‘이재용 사면’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데, 어렵다고 본다. 이재용 부회장 사법처리 문제는 ‘피플파워’를 자칭했던 정권의 몇 남지 않은 ‘알리바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걸로는 불충분하고 더 나아가야 한다. 재벌 총수에게 엄한 것을 넘어 실질적으로 힘없는 사람 편이 되는 정부가 언젠가는 등장할 것으로 믿는다.

김민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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