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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예산 확대에 나라 거덜?

문재인 정부 첫 예산안 뜯어보니…
착시효과 감안하면 복지예산 증가율 크게 낮아져

제1190호
등록 : 2017-12-04 13:54 수정 : 2017-12-0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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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 등 조정소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11월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새해 예산안을 심사하고 있다.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안 법적 처리 시한을 앞두고 국회에서 마지막 신경전이 한창이다. 여야의 입장차가 워낙 뚜렷해 합의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무엇보다 복지예산 확대, 사회간접자본(SOC) 축소를 둘러싸고 막판 기싸움이 치열하다. 그런데 이 싸움, 조금 이상하다. 싸움의 근거가 되는 예산을 들여다보면 여야 양쪽의 셈법과 잘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여야의 엇갈린 평가

내년 예산안에 대한 여야의 엇갈리는 평가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전체 예산안 규모에 대한 평가다. 여당은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위한 ‘확대 예산’이라 하고, 자유한국당은 과도한 ‘슈퍼증액 예산’이라 한다. 둘째는 복지예산 확대에 대한 평가다. 여당은 소득 주도 성장을 이끄는 복지 확대 예산이라 하고, 자유한국당은 나라 거덜내는 무책임한 복지 확대라고 한다. 셋째는 사회간접자본 축소에 대한 평가다. 여당은 사람투자 확대를 위한 SOC 축소라 하고, 자유한국당은 지방경제 죽이는 과도한 SOC 축소라고 한다.

여야의 주장은 정반대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야가 자신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현실을 과장한다면 진실은 여야의 주장 중간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 2018년도 예산안 규모의 진실은 ‘적극적 재정 확대’와 ‘과도한 재정 확대’ 중간 어딘가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국회예산정책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내년도 예산안은 확대 예산이 아니라 ‘미세한 축소 예산’이라고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재정 확장 또는 축소 여부를 판단하는 데 쓰는 재정충격지수(FI 지수)라는 지표가 있다. 재정충격지수가 양의 값이면 재정 확대를, 음의 값이면 재정 긴축을 뜻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의 재정충격지수는 -0.05~-0.09다. 긴축재정이라는 의미다. 확장 예산이라는 학문적인 근거는 부족하다. 또한 예산 증가율이 7.1%지만 이는 본예산 기준에 따른 증가율이고 최종예산(추경예산) 기준으로는 4.6% 증가율에 그친다.

복지예산 규모도 마찬가지다. 내년도 복지예산 증가율은 13%다. 보수 정부 9년간 연평균 복지예산 증가율 7.6%와 비교해보면 복지예산이 크게 확대되었다는 여당과 야당의 주장은 맞는 말처럼 보인다. 지나치게 확대되었는지, 또는 충분하게 확대되었는지에 따른 어감만 다를 뿐이다.

복지, 예산은 늘고 혜택은 줄고

그러나 필자가 몸담고 있는 나라살림연구소는 2018년 복지예산 확대가 복지 혜택 확대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번 복지사업 규모 확대는 융자사업 금액이 늘었기 때문이다. ‘전세임대융자사업’이라는 3.3조원짜리 초대형 복지사업이 신설됐다.

전세임대융자사업 3.3조원은 말 그대로 융자사업이다. 3.3조원을 복지비용으로 지출하는 사업이 아니라 3.3조원을 빌려주고 시장보다 이자를 적게 붙여 돌려받는 사업이다. 결국 실제 복지 지출액은 시장과 차이가 나는 이자 액수만큼에 불과하다. 약 2%포인트 이자를 덜 받으니 실제 복지에 사용되는 금액은 660억원(3.3조원×2%)이다. 예산서에는 3.3조원이라 적혀 있지만, 실제로는 아니다. 융자사업의 특징상 복지예산의 통계 규모가 커 보이는 착시현상이 났다. 마찬가지로 다가구매입임대융자, 주택환경개선사업융자 등 2018년 예산 증가분 0.7조원도 복지지출 증대 착시효과를 불러온 요인들이다.

이렇게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예산 4조원을 뺀 내년도 복지예산 증가율은 9.8%다. 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나라를 거덜낼 만큼의 지나친 복지 확대는 아니라는 뜻이다.

초대형 신설 사업은 또 있다. 최저임금 인상분을 보전해주는 ‘일자리안정자금지원’ 예산 3조원이다. 앞서 말한 주택 관련 융자사업 확대액과 새로 생긴 일자리안정자금지원 예산액 3조원을 빼면 2018년도 복지예산 증가율은 7.8%에 그친다. 보수 정부 9년간 연평균 예산 증가율 7.6%와 비슷한 수준이다.

SOC 예산도 실상을 들여다보면 여야의 주장과 사뭇 다르다.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된 SOC 투자 규모는 18조원이다. 올해 22조원과 비교해보면 20%나 삭감됐다. 여야 모두 SOC 예산은 대폭 삭감되었다는 논리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야당은 ‘과도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뿐이다.

SOC는 전통적으로 불용액(안 쓴 돈)이나 이월액이 많은 분야다. 예산서에 있는 돈 중 실제 쓰지 못하는 것이 많다. 이는 SOC 예산이 지역구 의원이 지역사업을 따왔다는 홍보에 주로 쓰이기 때문이다. 집행 가능성이 적은 SOC 예산을 따와도 생색내는 데는 충분하다. 집행하지 못할 사업이라도 일단 예산서에 집어넣으니 ‘페이퍼 예산’만 늘어났다.

실제 2016년 결산서를 보면 예산서에 편성됐는데도 지출하지 못한 금액이 1.6조원이나 된다. 내년도 SOC 예산서상 금액이 대폭 깎였다 해서 SOC 공사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의 말마따나 집행률에 맞춰 SOC 예산 규모를 합리적으로 정비한 것뿐이다. 신규 공사가 크게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다른 듯 같은 여야 주장

이에 더해 마침 올해 끝나는 대형 SOC 사업이 많다. 총 2.4조원 사업인 평창동계올림픽 대비용 원주~강릉 복선철도 사업은 올해 마무리됐다. 자연스레 예산 규모가 줄어들 요인이 생긴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SOC 사업을 대폭 줄였다고 해석하기보단, 예산서상의 SOC 규모를 정비했으며 지난 정부에서 하던 공사가 마무리돼 돈 나갈 일이 줄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여야가 하는 말만 보면 여야의 주장은 대단히 상반돼 보인다. 그러나 정치적 수사를 제외하고는 크게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여야의 험악한 말싸움에도 예산안 법적 통과 시점을 하루 앞두고 막판 극적인 타협이 점쳐지는 이유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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