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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말로 공격하고 막았나

더불어민주당 경선 토론회 후보들 ‘언어’ 분석…

문재인·안희정·이재명·최성의 ‘공격-방어 전략’
등록 2017-03-28 20:56 수정 2020-05-03 04:28
이렇게 취재했습니다
대통령선거 때 이뤄지는 TV토론은 일종의 ‘경연장’이다. 후보의 자질, 지도력, 정치적 이념 등이 ‘언어(말)’를 통해 펼쳐진다. 상대 후보를 적절히 공격할수록, 공격을 멋지게 방어해낼수록 경연에 참여한 후보가 빛난다. 은 김은정 경희대 소통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과 함께 두 차례의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를 분석했다. 후보들이 취한 ‘공격-방어 전략’을 몇 가지 항목으로 분류해 그 횟수와 내용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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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문재인 후보님이 안보관 강조하다가 본의와 다르게 오해받은 게 있습니다. (5·18) 광주 피해자들에게 항의받을 수 있는 일인데, 저는 그 문제를 광주 학살 세력의 후예인 새누리당의 잔당들하고 손을 잡고 권력을 나누겠다 하는 분(안희정 후보)이 지적한 것 보고 놀랐습니다.”(이재명 후보)

“(…) 너무 정치를 극단적으로 비교해서 공격하지 마세요. 제가 현재 의회에서의 협치와 대연정을 강조하는 것을, 갑자기 그 학살 세력의 후예들이라고 상대를 규정하는 것도 제가 볼 때는 좀 문제가 있고.”(안희정 후보)

“바른당, 새누리당은 (후예) 맞지 않습니까?”(이재명 후보)

“그래도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합니까.”(안희정 후보)

의견과 사상이 말을 통해 충돌하는 현장

지난 3월21일 MBC 에서 방송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6차 토론회. 이재명 후보(경기도 성남시장)와 안희정 후보(충남도지사) 사이에 설전이 오갔다. 이틀 전인 19일 KBS 5차 토론회 뒤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벌어진 ‘문재인 후보 사진’ 논란과 안 후보가 주장하는 ‘대연정’ 이슈가 얽힌 공방이었다.

3월19일 5차 토론회 때 ‘내 인생의 사진’을 공개하는 순서에서 문재인 후보는 군 복무 시절 사진을 들고나왔다. “이 사진은 특전사 공수부대 때 사진이다. 공수부대 때 내 주특기는 폭파병이었다. 나중에 제1공수여단의 여단장이었던 전두환 장군, 반란군의 우두머리였는데,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 나의 국가관, 안보관, 애국심은 대부분 이때 형성된 것이다.”

전남 광주 출신인 최성 후보(경기도 고양시장)는 “전두환 표창을 버리셔야지 갖고 계시냐”며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1980년 5월23일치 신문에 최초로 실린 광주 항쟁 사진을 들고나와 “오늘날 정치인 안희정을 만든 이 사진은 내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던 안희정 후보 쪽은 토론회 이후 “광주에 사과하라”며 문재인 후보를 공격했다.


대통령선거 때 이뤄지는 TV토론은 대통령이 되려는 후보들의 의견과 사상이 ‘언어(말)’를 통해 충돌하는 구체적인 현장이다. 미국 정치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이 전통적으로 TV토론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온 이유다.

대선을 앞두고 TV토론에서 시작된 논쟁이 텔레비전 화면 밖으로 확산돼 충돌하고, 다시 TV토론 안으로 들어와 재충돌하는 양상을 띠는 정치커뮤니케이션의 소통 구조를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더불어민주당은 3월3일 CBS 라디오 방송을 시작으로 21일 MBC 토론회까지 총 여섯 차례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를 열었다.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최성 등 후보 4명이 토론회 때마다 격돌했다. 문재인 후보의 ‘기득권’, 안희정 후보의 ‘대연정’,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등을 놓고 상대 후보들은 날카로운 창을 들어 공격했고, 그때마다 해당 후보는 미리 준비해온 방어 전략을 폈다. 이런 공격-방어 전략을 지켜본 유권자들은 때로 실망하고, 때로 열광했다. 표심을 흔드는 결정적 장면도 몇 차례 있었다.

은 김은정 경희대 소통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경선 토론회에서 나타난 각 후보들의 언어를 분석했다. 김 전임연구원은 역대 대통령의 언어를 수사학 관점에서 분석해온 연구자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 대통령이 힘과 권력을 내세우는 ‘제왕적 대통령’이었다면, 현대사회에서 대통령은 ‘소통하는 대통령’의 이미지가 강하다. 대중 정치인으로서 말과 설득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고, 정치적 위기에 맞선다.

대통령선거 때 이뤄지는 TV토론은 대통령이 되려는 후보들의 의견과 사상이 ‘언어(말)’를 통해 충돌하는 구체적인 현장이다. 미국 정치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이 전통적으로 TV토론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온 이유다. “대선 TV토론은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성격, 배경, 행적 등 인물과 관련된 개인적 이미지는 물론 후보자의 자질, 업무 수행능력, 지도력, 정치적 이념 등 지도자 이미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선거 제도이다.”(이상철 ‘2008년 미국 대통령 후보자 TV토론의 수사 기법과 전략 분석’)

2007년 한나라당 경선 후보 검증 청문회 때 박근혜 당시 후보는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를 묻는 외부 검증위원들의 질문에 “최 목사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사람이 왜 한 명도 없나. 실체 없는 네거티브다”라는 방패로 줄곧 맞섰다. 박근혜에게 최태민이란 이슈는 ‘공격을 위한 공격’으로만 여겨졌던 것이다. 그때 박근혜의 언어, 그때 박근혜의 방어 전략은 ‘(최태민의 딸인)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터졌을 때도 그대로 재현됐다.

‘좋은’ 토론과 ‘안 좋은’ 토론 가늠하는 잣대 [%%IMAGE6%%]

더불어민주당 경선 토론회는 가장 주목받는 대선 예선 무대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나란히 차지하는 문재인·안희정 후보, 그리고 4위권인 이재명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다투기 때문이다. 4월8일 결정될 민주당 대선 후보는 본게임에서도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각 정당의 경선 토론은 후보자들의 정책과 인물을 평판하는 정치적 소통의 장이다. (중략) 후보자에 대한 이미지는 경선 과정에서 발언하는 담론의 레토릭과 경선 토론에서 채택하는 발언과 수사적 전략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이상철,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 민주당과 공화당 경선 토론 분석’)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도 경선이 진행 중이지만 편의상 민주당 경선 토론회만 분석 대상으로 한정했다. 총 여섯 차례 경선 토론회 중에서 3월14일 지상파 4사 및 YTN 토론회, 3월17일 종합편성채널 5사 합동토론회 2건을 주요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3월19일 KBS, 3월21일 MBC 토론회는 시간 제약 때문에 분석 대상이 되지 못했으나, 기자들이 직접 시청한 뒤 앞선 2건의 토론 분석 결과로 나온 ‘틀’에 알맞은 발언 예시를 따로 골라냈다.

구체적인 분석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두 차례 토론회에서 ‘공격’에 해당하는 발언들을 분류한 뒤 각 후보가 어느 후보를 공격했는지, 어떤 주제로 공격했는지를 다시 나눴다. 후보자 관련 공격은 인사·조직/ 부정·비리/ 자질·소통 등 3가지 하위 항목으로, 정책 관련 공격은 정치·정당/ 경제·민생/ 외교·안보/ 적폐 청산과 정책 전반/ 복지/ 재난·재해 등 6가지 하위 항목으로 분류했다.

둘째, ‘방어’ 전략을 분석했다. 위기 상황에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펴는지 살피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베노이트(Benoit)의 ‘이미지 회복 메시지 전략 분석틀’을 변형해 사용했다. 방어 전략은 크게 5가지(아래 그림2 참조)로 나뉜다. ①사실 자체를 부인하거나 공격자를 오히려 공격하는 ‘부인 전략’ ②상황이 불가피했다고 능력 부족을 호소하거나 특정 인물이나 조직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해 비난 대상을 이동시키는 ‘책임 회피 전략’ ③과거의 정치적 업적을 내세워 입지를 강화하거나, 자신의 선의를 강조하는 ‘정당화 전략’ ④피해를 최소화하거나 ‘나는 앞으로 이렇게 하겠다’고 주장하는 ‘타협 전략’ ⑤‘죄송하다’고 잘못을 인정하는 ‘시인·사과 전략’ 등이다.

대선 토론에서 공격과 방어가 얼마나 많았느냐는 ‘좋은’ 토론과 ‘안 좋은’ 토론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텔레비전 토론은 후보자 간의 공격과 방어가 일어나는 충돌이 많을수록 시청자에게 보다 많은 판단과 선택의 기준을 제공해줄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후보자의 설득적 공격과 방어에 대한 관심이 더 큰 의미를 갖는 것이다.”(송종길, ‘2002년 대통령 후보 텔레비전 토론에서 나타난 수사학적 토론 전략’)

공격 펀치는 지지도 1위 문재인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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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김은정 전임연구원의 분석 결과, 공격-방어 전략에서 후보별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우선 후보별 ‘공격 횟수’만 봐도 흥미롭다. 위 그림1에서 알 수 있듯이, 공격 펀치는 특정 후보한테 집중됐다.

문재인 후보는 여론조사 지지도 1위 후보답게, 다른 세 후보를 골고루 공격하는 여유를 보였다(안희정 5번/ 이재명 8번/ 최성 3번). 주로 공격 대상으로 삼는 주제도 후보 개인보다 정책 내용에 초점을 맞췄다.

“엊그제 나온 공약을 보면 국공립대학 등록금을 전부 제로로 무상으로 하겠다, 이런 공약을 하셨거든요. 그런데 우리 당의 총선 공약은 반값 등록금 하겠다는 겁니다. 이건 정책을 당에 맡겨야 한다는 (안희정 후보님) 앞의 주장하고는 모순되는 입장 아닙니까?”(3월17일 토론회) “이재명 후보님은 법인세를 최고세율 22%에서 30%로 올리자고 주장합니다. 모든 국가들이 법인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는 거꾸로 한꺼번에 올리면 기업이 어떻게 감당할까요?”(3월17일 토론회)

이에 비해 안희정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주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문재인 10번/ 이재명 3명/ 최성 3번). 문 후보의 ‘통합’ 리더십과 문 후보 주변의 인물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재인 후보님이 정치에 입문하신 뒤 당대표까지 지내신 과정을 보면 손학규, 김한길, 박지원, 안철수 전 대표에 이르기까지 모두 당을 떠났다. 모든 책임이 다 문 후보에게 있다고만 돌리진 않겠다. 그러나 당대표와 당의 실질적인 리더로서 문 후보께서 통합의 리더십을 효과적으로 발휘 못했다.”(3월14일 토론회)

이재명 후보는 공격 횟수가 25번으로 많은 편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다양하게 공격 포인트를 바꿔가면서 문재인 후보를 공격했다(문재인 14번/ 안희정 9번/ 최성 2번). 주로 태도나 입장 변화, 주변에 모여드는 기득권 세력 등을 꼬집으며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거론했다.

“우리는 민주당의 후보가 되려고 하는 것이지 후보 개인이 본선을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대통령선거를 하는 게 아니라 민주당이 대통령 후보를 뽑는데 대통령 후보가 독자적으로 섀도 캐비넷 다 만들고 세력 다 만들면 당은 역할이 없지 않습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3월14일 토론회) “사드도 입장이 네 번 바뀌셨다. 사드 문제는 한반도의 중대한 문제다. 국회 의견을 묻겠다면서 후보 본인의 의견을 아직 안 냈다.”(3월17일 토론회)

최성 후보는 공격 횟수가 26번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 가운데 17번을 안희정 후보에게 집중한 점이 흥미롭다. 문재인 후보 공격은 3번뿐이었다. 최성 후보는 토론회에서 여러 차례 “문재인 후보를 도우려 나왔다”는 세간의 오해를 해명한 바 있다.

‘대선 자금’ 문제 둘러싼 안희정-최성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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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4일 경선 토론회에서 ‘대선 자금’ 문제를 둘러싼 최성 후보의 공격과 안희정 후보의 방어는 총 여섯 차례 토론회 중에서 가장 긴장이 고조됐던 순간이다.

“의 대선 후보 검증 기사를 보면 최종 판결문을 근거로 안희정 후보가 2002년 대선 당시에 삼성 등으로부터 총 52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고 개인 아파트 구입 등으로 3억6천만원을 유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진실은 무엇인가요?”

안희정 후보의 얼굴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안 후보는 최성 후보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같은 당 동지한테 그런 방식으로 질문을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일부 자금에 있어서 유용 사실에 대해서는 제가 사과 말씀을 올렸습니다.”

그 뒤에도 최성 후보는 거듭 이 문제를 물고 늘어졌고, 안희정 후보는 “집을 이사하는 과정에서 임시변통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 부분은 이미 제가 인정했고 사과를 드렸다” “2010년, 2014년 도지사 선거 때도 다 공개됐던 사실이다. 이미 도지사로서 공적인 선택을 받았다. 나는 국민 여러분께 정치적으로 사면받고 복권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앞으로도 대선 후보들은 몇 차례의 TV토론을 통해 상대방을 공격하고 자신을 방어함으로써 정책을 설득하는 한편, 영화 캐릭터처럼 멋진 자신만의 이미지를 유권자에게 각인시키려 노력할 것이다.

이같은 안희정 후보의 ‘방어 전략’은 위 그림2에서 잘 드러난다. “같은 당 동지한테 그런 질문을 받을 줄 몰랐다”는 발언은 이를테면 ‘공격자를 역공격’하는 ‘부인 전략’에 해당한다. 이미 도지사 선거를 통해 사면·복권받은 셈이라는 방어 논리는 ‘정당화 전략’에, “이미 사과를 드렸다”는 말은 ‘시인·사과 전략’이다.

안희정 후보는 다른 후보들보다 ‘책임 회피 전략’을 적게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나머지 세 후보에게 ‘대연정’ 문제로 계속 공격받을 때도 안 후보는 ‘선의’를 강조하거나 더 높은 가치를 언급하는 방식의 ‘정당화 전략’으로 설득에 나섰다.

후보들 전체적으로 ‘부인 전략’과 ‘정당화 전략’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인’은 ‘오해’를 강조하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문재인 후보가 가장 많이 공격받은 ‘문재인 캠프로 모여드는 기득권 세력’에 대한 논란만 봐도 그렇다.

“(5·18 발포가 전두환의 지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전인범 장군의 발언은 저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시인·사과 전략) “저는 저 자신이 5·18 때 구속되었던 사람이라는 걸 말씀드리고요. 5·18 정신 누구보다도 존중하고 계승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정당화 전략) “모든 사람들이 이런저런 약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분들이 또 함께 모여서 장점을 살려나간다면 그것이 우리 정권 교체의 밑거름이 되고 또 앞으로 우리 국정을 제대로 발전시켜나갈 그런 인재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타협 전략)

“문재인은 , 안희정은 ”
가로축은 후보별 답변 시간을 1천 프레임 내외(구간당 33~35초)로 나눈 것이고, 세로축은 각 구간 후보 얼굴에 드러난 감정별 비중을 의미한다(여섯 가지 감정을 모두 더하면 1).

가로축은 후보별 답변 시간을 1천 프레임 내외(구간당 33~35초)로 나눈 것이고, 세로축은 각 구간 후보 얼굴에 드러난 감정별 비중을 의미한다(여섯 가지 감정을 모두 더하면 1).

문재인 후보는 3월19일 5차 토론회 때도 안희정 후보로부터 인사 문제로 공격받자 “역대 정부에서 ‘시스템 인사’를 가장 깐깐하게 했던 정부가 참여정부인데 그 민정수석이 바로 나다. 인사에 대해서 누가 추천했는지 실명제를 해서 인사가 잘못됐다면 두고두고 책임지게 하는, 그리고 그 기록을 반드시 청와대에 남겨서 후세에 심판받도록 하면 된다”며 ‘부인’과 ‘정당화’, ‘타협’ 방어 전략을 동시에 폈다.

이재명 후보는 기본소득이나 증세 등 정책 문제에는 ‘타협 전략’을 주로 썼고, 음주운전이나 논문 표절 등 후보 개인에 대한 공격은 ‘공격자 공격’ 방식으로 적극적 ‘부인 전략’을 택했다. 최성 후보는 다른 후보들에 견줘 공격받는 횟수가 적었기 때문에 방어 메시지 수 자체도 적었다. 이 때문에 최성 후보는 질문에서 다른 후보를 역공하면서 동시에 자기방어 전략을 주로 폈다.

경선 TV토론회에서 나타난 후보들의 감정흐름을 분석한 흥미로운 시도도 있다. 비영리 정치통계연구소인 사단법인 상수동전략그룹은 강신진 홍익대 게임학부 교수팀(EGLAB)이 개발한 ‘감정분석 플랫폼’을 활용해 3월14일 4차 토론회를 분석했다. 영상에 나타나는 후보들의 얼굴 표정 등 생체신호를 수집해 감정 변화와 패턴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감정은 기쁨, 거부, 분노, 슬픔, 놀람, 껄끄러움 등 6개 범주로 분류했다.

위 그림3에서 나타나듯이, 문재인 후보는 전체적으로 차분한 감정흐름을 보이면서도 캠프 영입 인사 등 인사 문제를 이야기할 때 ‘놀람’ 등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다. 안희정 후보는 대선 자금 관련 문답 때 ‘거부’ 수치가 급격히 상승하는 등 감정의 진폭이 컸고, 이재명 후보는 음주운전과 논문 표절 등의 이슈 때 감정이 요동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TV토론에서는 논리적 내용 못지않게 감성적, 시각적 이미지도 유권자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2016년 미국 대선을 분석한 책 를 최근 펴낸 안병진 경희사이버대학 교수는 ‘영웅’을 원하는 미국인들이 영화 에 나오는 반란자처럼 등장한 샌더스 대신 에서 민주주의를 조롱하고 위대한 소수자를 찬양한 아나킨 같은 트럼프를 선택했다고 비유했다.

안 교수에게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경선 토론회 등에서 보인 모습을 영화와 연관지어 설명해달라고 부탁했다. “문재인 후보는 실제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적폐 청산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영화 , ‘선의’와 ‘대연정’을 강조하는 안희정 후보는 진흙탕에서 적과 싸우며 무언가를 성취하려 했다는 점에서 영화 , 기성 정치권과 타협하지 않는 급진적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이재명 후보는 정치영화 (Bulworth)를 떠올리게 한다.”

앞으로도 대선 후보들은 몇 차례의 TV토론을 통해 상대방을 공격하고 자신을 방어함으로써 정책을 설득하는 한편, 영화 캐릭터처럼 멋진 자신만의 이미지를 유권자에게 각인시키려 노력할 것이다. 5월9일 투표일까지 남은 시간은 40여 일. 시간이 많지 않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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