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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4-06-07 03:37 수정 2020-05-02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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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격 사퇴하면서 코앞에 닥친 지방선거 구도에 미칠 파장을 두고 여야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처지에선 세월호 참사 이후 성난 민심을 달랠 ‘수습책’으로 꺼내든 안대희 카드가 치부만 드러낸 채 맥없이 주저앉은 터라 또 한 번의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애초 공직사회의 환부를 도려낼 최적격의 인물이라며 ‘관피아’(관료 마피아) 척결로 분위기 반전을 노린 카드였던 만큼, 정작 후보자 자신의 흠집 탓에 중도 사퇴에 이르자 집권 초부터 이어졌던 인사 참사의 결정판인 양 받아들여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여권으로선 또 하나의 대형 악재를 만난 셈이다. 그렇다고 섣불리 판단하긴 힘들다. 박 대통령과 여권이 위기에 빠질수록 보수층 결집이라는 또 다른 흐름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선거전 막판으로 갈수록 각종 여론조사에서 적극 투표층이 늘어나는 추세다. 여권 지지층에서 이런 흐름이 더욱 뚜렷하다.
하지만 여야 가운데 지방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느냐는, 그 자체로선 상징적 의미만 있을 뿐이다. ‘그들’만의 셈법이요, 일종의 단기 성과인 것이다. 길게 봤을 때 더 중요한 건,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의 의미를 정확히 짚어내는 일일 것이다.
현 정부의 국정운영 능력은 이미 레드카드를 받기 직전 상황에 내몰려 있다. 취임 이후 끊이지 않는 공안통치 논란과 인사 파행에 이어, 이제 국가 존재 이유의 근간인 구성원의 생명과 안전조차 챙기지 못하는 무능력한 정권임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과 일부 주변 인사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진짜 궁금해하는 건, 단순히 ‘안대희 이후’ 카드가 아니다. 눈길이 쏠리는 지점은 오로지 박 대통령 자신이 국정운영의 기조를 계속 고집하느냐, 근본적으로 바꾸느냐의 갈림길뿐이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국정의 핵심 자리를 맡긴 인물들의 면면엔 대체로 공통점이 있다. 박 대통령은 ‘국가관이 투철한 사람’이라며 높은 점수를 매길지 모르나, 그들은 대통령과 ‘함께’ 책임감 있는 자세로 국정을 이끌어갈 21세기형 공직자라기보다는, 그저 ‘통치’를 정당화하고 뒷받침해주는 전근대형 신료일 뿐이다. 그간 박 대통령이 보인 행태는, 어찌 보면 통치자의 입장에서 특정한 스타일의 신료를 신뢰하고 그들에게 애정을 보이다 못해 아예 지나치게 ‘의존’하는 일종의 분리불안 증상에 가깝다. 이제라도 박 대통령이 스스로의 ‘존재감’을 증명해 보여줬으면 하는 게 솔직한 바람이다. 의지와 이성, 책임과 공감의 능력을 지닌 한 사람의 온전한 자유인임을. 그것만 해낸다면 다 풀린다.



■ 이 창간 20주년 기념으로 제1002호부터 네 차례에 걸쳐 진행한 기획 연재 ‘동아시아 핵발전 현장을 가다’가 한국기자협회로부터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부문 수상작에 선정됐습니다. 은 기획 연재 내용을 ‘핵 아시아’라는 제목의 인터랙티브 기사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동아시아 일대의 핵발전 현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인터랙티브 기사를 미처 보지 못한 분들은 이제라도 경험해보세요(www.hani.co.kr/interactive/nukeasia/index.html). 공들여 기획 기사를 준비했던 김성환·박현정·엄지원 기자(취재)와 정용일·김명진 기자(사진)에게 축하와 격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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