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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티드랩] 발표 43년 만에 차트 9위의 비밀

음악의 성공 좌우하는 ‘네트워크 효과’
등록 2020-10-31 14:08 수정 2020-11-03 01:48
믹 플리트우드(위 오른쪽)의 틱톡 가입 영상과 그가 소속된 록밴드 플리트우드 맥의 <드림스>를 배경음악으로 써서 틱톡에 올린 영상(위 왼쪽). 캐나다 독립음악가 파우푸의 <데스 베드(커피 포 유어 헤드)> 영상(아래). 영상 갈무리

믹 플리트우드(위 오른쪽)의 틱톡 가입 영상과 그가 소속된 록밴드 플리트우드 맥의 <드림스>를 배경음악으로 써서 틱톡에 올린 영상(위 왼쪽). 캐나다 독립음악가 파우푸의 <데스 베드(커피 포 유어 헤드)> 영상(아래). 영상 갈무리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 빌보드 싱글차트 1위의 시끌벅적함이 사그라지던 10월 초, 다른 차트에서도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10월8일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는 1977년 발표한 록밴드 플리트우드 맥의 <드림스>(Dreams)가 전세계 차트 9위를 차지했고, 13일에는 캐나다의 독립음악가 파우푸의 <데스 베드(커피 포 유어 헤드)>(Death Bed(Coffee for Your Head))가 사운드클라우드에 공개된 지 1년 만에 빌보드 록앤드얼터너티브 싱글차트 1위를 차지했다. 사운드클라우드는 누구나 음원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으로, 빌리 아일리시가 ‘과제’로 제출하기 위해 처음으로 자신이 만든 곡을 올렸다거나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비정규 믹스테이프를 발표하는 플랫폼으로 유명하다.

두 성공 사례에는 사운드클라우드, 유튜브, 트위터,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가 골고루 기여한다. 그런데 단순히 ‘소셜미디어 덕분에 성공했다’는 설명보다는 ‘네트워크 효과’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 경제학자 하비 라이벤스타인이 소개한 ‘네트워크 효과’ 이론은 특정 상품에 대한 누군가의 수요가 사실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받는다는 이론이다. 책 <오가닉 미디어>에서 윤지영은 이것을 정보기술(IT) 비즈니스 영역에 접목한다. 핵심은 “네트워크의 가치는 사용자가 아니라 링크(친구관계)의 규모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플리트우드 맥의 <드림스>는 한 중년 남성이 크랜베리주스를 마시면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틱톡 영상이 발단이었다. 최소 조회수 2500만 건을 기록한 영상의 배경음악이 <드림스>였다. 다음날 플리트우드 맥의 공식 트위터가 영상을 리트위트(RT)하면서 7만 건 이상 퍼졌고, 73살 믹 플리트우드(밴드 리더)는 며칠 뒤 틱톡에 가입한 첫 영상으로 스케이트보드 패러디 영상을 올렸다. 팔로어는 순식간에 20만 명 이상 늘었는데 스포티파이에서 플리트우드 맥의 월간 청취자는 거의 2천만 명에 이르렀다.

파우푸는 비바두비라는 영국 싱어송라이터의 2017년 데뷔곡 <커피>(Coffee)를 사운드클라우드에서 발견하고, 이 음원을 샘플링으로 <데스 베드>를 만들었다. 독립음악을 소개하는 ‘프로모팅 사운즈’(Promoting Sounds)라는 유튜브 채널이 이 노래를 추천했고, 4개월 만에 1천만 뷰를 기록했다. 그사이 농구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의 비극적인 죽음을 애도하는 틱톡 영상의 배경음악,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만나지 못하는 연인들의 러브레터 배경음악으로 쓰이던 노래는 틱톡에서 수십억 뷰를 넘기며 빌보드 록앤드얼터너티브 싱글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때 중요한 건 연결성이다. 여유를 좋아하거나 독립음악을 좋아하는 등 취향이나 고민이 연결되는 사람들이 이 음악을 퍼뜨렸다. 소박하지만 진정성 있는 ‘스토리’ 때문이다. 팬덤은 바로 이런 감각을 기반으로 형성되는 네트워크 효과의 결과다. 오래 걸리고 쉽지 않다. 그러나 이름 없는 개인, 평범한 사람들이 이런 대규모 바이럴(입소문)의 시작점이 된다는 게 중요하다. 이것이 현재 음악의 가장 놀라우면서도 큰 어려움인데, 이 고난을 돌파하려면 먼저 ‘창작의 정의’를 좀더 공적인 것으로 옮기는 시도가 필요할지 모른다. 이 음악과 글이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차우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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