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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태 사실증명과 또 하나의 와잎

평양냉면의 신진사대부, 남양주 '능라'
등록 2017-06-29 16:55 수정 2020-05-03 04:28
X기자

X기자

“언니~ 칼럼이랑 너무 똑같아서 감사해요.”

지난 주말, 함께 캠핑을 간 대학 후배의 아내님이 와잎을 보고 한 말이다. 이로써 그동안 이 칼럼이 다 개뻥이고 날조라는 와잎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증명됐다. 그동안 팬들로부터 숱한 질문을 받았더랬다. 칼럼 사실인가요? 와잎님 캐릭터가 정말인가요? 그때마다 난 사실만을 써야 하는 직업적 숙명을 얘기했지만 상대방은 ‘닥치고~ 너 같으면 믿겠냐?’는 얼굴이었다. X기자는 참기자였다.

후배 아내님은 평소 칼럼으로만 알던 와잎을 만난다는 사실에 설렌다고 했다. 직접 당하면 생각이 달라지실 거라는 말은 차마 못했다. 와잎을 보자마자 캔맥주를 건네며 말했다. “목 마르시죠? 언니~ 너무 보고 싶었어요.” 이산가족 상봉하는 줄. 와잎은 파안대소하며 “사람이 됐네~ 됐어~”를 연발했다. 오늘도 피해자 확보됐네~ 됐어~. 와잎들은 의자에 앉아 캔맥주로 상견례를 했다. 후배 아내님과 와잎은 ‘언니 너무 좋아요~. 자기 너무 좋아요~’ 하며 주거니 받거니 신나버렸다. 현이와 덕이구만~. ‘너 나 좋아해 나 너 좋아해’구만~. 엘레강스한 동기 아내님은 대낮 ‘취기의 주부들’ 출현에 신기한 듯 웃고 있었다. 많이 놀라셨죠. 댁에 가서 꼭 청심환 드세요~.

고기 굽느라 화롯대에 숯을 채워넣는데 불똥이 발등에 떨어졌다. 앗 뜨거~. 벌겋게 물집이 잡힌 발등에 찬 맥주캔을 올려놓자 와잎이 날 보며 말했다. “어디서 돼지 타는 냄새가 나더니만~. 족발에 아깝게 웬 맥주여?” 후배 아내님이 환호했다. “언니 칼럼이랑 너무 똑같아요~. 너무 러블리해요~.” 환장한다~. 러블리가 아니고 어글리고요~. 제수씨 주사추태 사실증명서 하나 발급 좀 해주세요~.

새벽 1시께 마무리된 전날 술자리를 복기하며 두 와잎은 식전 댓바람부터 캔맥주를 드셨다. 마중물이니? 알고 보니 후배의 아내님도 한술 하는 고수였다. 최근에는 택시에 전 부치고 떡실신하는 바람에 백차(경찰차)까지 출동한 적이 있다고 후배가 힘없이 말했다. 또 하나의 와잎이었다. 갑자기 아내님이 말했다. “미쳤나봐~. 왜 그랬지. 근데 언니처럼 캔맥주에 빨대 꽂아 먹으니 세상 편해요~. 너무 감사해요~.” 후배 녀석이 한숨을 쉬었다. 미안하다, 상우야~. 와잎은 어깨를 거들먹거렸다. 큰일 했다~ 큰일 했어.

두 와잎의 아삼륙에 뒤풀이를 안 할 수 없었다. 검색으로 캠핑장 부근 능라 평양냉면을 찾았다. 규모가 상당했다. 와잎은 앉자마자 냉면 4개와 수육, 순대, 감자만두 그리고 소주 1병, 맥주 2병을 시켰다. 아예 주문 외웠니? 돼지수육은 함께 나온 부추와 사과 슬라이스가 느끼한 맛을 잡아줘 상큼했다. 순대와 만두도 담백하니 정성스러웠다. 드디어 냉면이 나왔다. 고명을 보니 나름 실력 있는 집의 포스. 육수 먼저 들이켜니 봉피양과 정인면옥에 가까운 진한 맛이 느껴졌다. 면도 적당한 찰기로 맛났다. 옆에서 와잎이 외쳤다. “숨겨진 냉면 맛집이로구나~. 소주 막 들어가는구나~” 옆에서 어느새 또 다른 와잎이 돼버린 아내님이 화답했다. “언니~ 너무 멋지세요. 우리 따로 봐요~.” 제발 좀 따로 보시길~. 운전하느라 술도 못 마신 후배와 난 서로의 처지를 위로하기 위해 따로 보자며 부둥켜안았다.

xreporter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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