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열 분이나 신청하셨어요.”
11월 초, 배우 박원상을 빼닮았으나 본인은 이제훈이라고 우기는 환봉(스님) 기자가 놀라며 말을 걸었다. 한가위 퀴즈큰잔치에 상품으로 내건 ‘X기자 부부와 함께하는 음주권’에 열 분의 독자님이 신청했다는 얘기였다. 선물 하나라도 더 챙겨드리고 싶은 마음에 내놓은 얼척없는 이벤트. 나도 충격을 금치 못했다. 물론 열 분의 독자님들께는 오지게 감사한 마음이지만, 한때 의 최고의 인기 칼럼이었으나 지금은 지면 막기용으로 전락해버린 내 칼럼의 현주소를 방증케 하는 순간이었다. “예전 같으면 100명의 신청자가 답지했을 것이야~.” 스님은 되도 않는 소리 하고 앉았네~라는 표정으로 세 분의 당첨자 명단을 주고 가버렸다. 그나저나 10년 동안 로션이라곤 바른 적 없는 것 같은 슈퍼 울트라 드라이한 얼굴하고는~. 집에 ‘쾌남’ 로션 없니?
한 분씩 독자님께 전화를 드렸다. “의 X라고 합니다.(나도 이름이 있는데…)” “아~ 네.(근데 왜 나한테?)” “한가위 퀴즈큰잔치에 X기자 부부 음주권 신청하셨죠?(심심한 위로를 먼저~)” “제가요?(설마 그럴 리가요?)” “아~ 네. 엽서에 분명 그렇게 써 있는….(환봉 스님~ 나를 시험에 빠뜨리나요?)” “아~ 네. 그런 거 같기도 하네요.(이거 보이스피싱은 아니겠지? 다른 거로 주시면 안 되나요?)” “안타깝게도 다른 상품은 당첨이 안 되었습니다.(내 팬은 어디에?)”
심지어 어떤 독자분은 내 칼럼의 존재 자체도 모르고 계셨더랬다. 환봉 스님~ 나무관세음보살~. 그렇게 살가운 통화를 마치고 단톡방을 만들어 약속 날짜를 잡았다. 주중은 힘들다고 하시어 12월 초 주말로 회동 날짜를 잡으며 와잎에게 가능한지를 물었다. 와잎은 “아직도 칼럼 써?(엥간히 좀 써라~)”라고 물은 뒤 다짜고짜 “냉면 먹으러 가면 되겠네~(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야지~)”라고 자답했다. 아~ 놔~. 내 칼럼은 나만 보는 건가.(편집장은 책임져라~) 그동안 와잎의 음주폭행을 더 야무지게 팔아먹지 못한 내가 한스러웠다.
와잎의 요구대로 독자님들에게 서울 충무로 필동면옥에서 뵙자고 청했다. 팬(은 아니고 독자) 미팅에 냉면과 수육이 빠져야 쓰겠는가.(먹는 거라도 내 위주로 해야지~) 세 분의 독자님들은 시간차를 두고 당도했다. 그렇게 처음 본 다섯 명이 어색하게 통성명을 하고 마치자 와잎이 랩 주문으로 흥을 돋웠다. “여기 제육 2개, 만두 2개, 맥주 3병, 소주 2병 주세요~.” “아~.” 독자님들이 일제히 탄성을 내질렀다. 제가 심심한 위로를 드린 이유를 아시겠죠?
소맥을 말면서 그동안 시즌1이었던 주객전도, 시즌2였던 킬링캠프를 비롯, 독자와의 무박2일 캠핑 이벤트, 이런 모든 내용을 묶어 책으로까지 펴내 2쇄까지 찍었다는 얘길 주저리주저리했다. 독자님들은 “아~ 네~(안물 안궁)”라고 답할 뿐이었다. 와잎은 원님 덕에 나팔 부는 얼굴로 신나게 제육·만두&소맥을 들이붓고 있었다. 난 환봉 스님을 저주하며 속으로 절규했다. “그 많던 내 팬들은 어디로 간 거야~.”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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