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판정과 서울 퀴어퍼레이드 일정이 절묘하게 맞물렸다. 내 페이스북 친구들의 프로필과 타임라인이 무지개색으로 도배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태반이 뮤지션이거나 관련 업계 종사자다. 음악계는 ‘퀴어 프렌들리’하구나 새삼 실감했다. 하긴 음악 자체의 태생이 게이다. 음악의 아버지는 바흐, 어머니는 헨델이라지 않는가?
아무튼, 이번 기회에 나도 좀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중요한 건 이 두 가지다.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성적 지향이란 대부분 태어나는 순간 결정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후천적 영향, 특히 누구를 만나고 다니는지가 성적 지향에 영향을 끼친다고 하는데 이해하기 힘든 얘기다. 게이들이 만나고 다니는 게 대부분 헤테로섹슈얼이기 때문이다. 과학적 근거도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기억한다’고 쓴 것은 그것을 따로 메모해서 외워둘 정도로 동성애에 관심이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그 열정으로 썸녀의 프로필을 숙지하겠다). 독실한 가톨릭이자 부산 아지매인 어머니도 ‘모태 게이론’에 동의하고 있었다. 단, 어머니는 동성애를 ‘여자가 아이를 가진 동안 나쁜 것을 보고 들어서 생긴 선천적 장애’라고 했다. 그래서 그 딱한 영혼들을 위해 기도한다는 것이다. 그 기도를 30대 후반으로 접어든 아들의 스태미나를 위해 해달라고 말할까 하다 말았다. 어머니가 속한 교단이 시청 앞에서 북을 치고 발레를 하는 쪽이 아니라는 데 감사할 따름이다.
많은 기독교인들은 동성애가 창조주의 뜻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이른바 ‘창조주의 뜻’이라는 것을 곱씹어볼수록, 나는 동성애야말로 거기에 부합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이의 생각을 짐작하지 말고 그이가 실제로 한 일을 보자. 창조주는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는가. 요세미티공원의 기암괴석이나 종유굴, 극지방의 오로라 같은 것들을 만들어놓았다(이런 장관은 대개 인적이 드문 곳에 있어서 놀라움의 효과를 극대화하곤 한다). 또한 창조주는 돌고래와 펭귄과 사막여우처럼 사랑스러운 피조물을 빚었다. 그와 동시에 실로 엽기적인 생물들도 선보였다. 바퀴벌레를 좀비로 만든 뒤 몸을 파먹으면서 성장하는 기생 말벌이나, 꼽등이의 뇌를 장악하여 물에 투신하게 하는 연가시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기생생물들의 메커니즘은 잔혹하리만치 정교해서, 누군가 이들을 설계해놓고 ‘어이쿠!’ 하고 어깨를 으쓱했으리란 상상은 도무지 들지 않는다. 아, 딱정벌레도 빼놓을 수 없다. 손 크신 창조주는 무려 35만 종의 딱정벌레를 만들었다. 개체 수가 아니라 종 수가 35만이다! 이에 대해 유전학자 홀데인은 “신은 딱정벌레에 대해 병적으로 집착한 분이었던 것 같다”는 논평을 남겼단다. 나는 그것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자, 창조주가 볼거리에 열광하고 다양성에 집착한다는 점은 이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기왕지사 자기를 닮게 한 피조물 중, 아예 유성생식의 굴레에 매이지 않는 일군의 인간을 세대마다 일정 비율로 태어나게 해서 삶을 예찬하고 사랑을 숭배하는 역할을 맡기는 건 창조주가 응당 할 법한 일이 아닐까? “나 참, 인간이란 녀석들 하는 꼬락서니 하고는. 기껏 볼트·너트로 나눠서 만들어놨더니 아기 만드느라 얼마 안 되는 인생을 한껏 즐기지도 못하잖아? 신나는 음악도 연주하고 새로운 옷도 짓고 지상 최대의 쇼를 만들어서 너희도 한바탕 놀고 내 눈과 귀도 즐겁게 해보란 말이야! 안 되겠어. 게이들을 넣으면 좀 보고 배우는 바가 있겠지.” 바로 이것이 슬럼프에 빠진 아담을 위해 이브를 만들고 난 다음 얼마 안 있어 야훼가 한 말은 아니었을까? 그러고 보니 예수 그리스도에게도 아빠가 둘이었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친다. 이런, 음악만 게이가 아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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