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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일밍아웃 하시오

2013년 이슈를 장악한 사람들
등록 2013-12-24 06:25 수정 2020-05-02 19:27
김명진

김명진

밀양 주민들▶ 그들에게 2013년은 가장 잔인한 한 해로 기록될 듯하다. 지난해 1월 송전탑을 막아서다 분신자살한 경남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 이치우(당시 74살)씨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죽음을 맞이해야 했기 때문이다.

밀양을 관통하는 765kV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한국전력과 마을 주민들 사이의 갈등은 이미 8년이 넘었다. 이치우씨의 죽음으로 지난해 9월 잠시 공사를 멈췄던 한전은 올해 5월 조경태 민주당 의원이 주관한 주민-한전 간 토론회에서 의견을 좁히지 못하자 다시 삽질을 시작했다. 밀양 송전탑 갈등은 이미 ‘전 사회적 문제’로 자라났다. 정치권·시민사회단체는 주민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기 위해 ‘전문가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잠시 멈췄던 공사는 두 달 만에 재개됐다.

밀양 주민들은 한전의 송전탑 공사를 막아서며 타는 듯한 여름을 보냈다. 지난 9월 정홍원 국무총리가 밀양을 찾았지만, 그는 주민들의 ‘진짜 이야기’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그저 ‘가구당 400만원’이라는 개별 보상안을 던졌을 뿐이다. 마을은 사분오열했고 주민들의 상처는 깊어만 갔다.

이제 밀양 주민들은 모두 ‘폭탄’이 돼가고 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이 10월1일 공사 재개를 선언하면서 밀양 송전탑 공사장 부근에는 경찰이 가득 깔렸다. 가을걷이도 미룬 채 주민들은 자재를 산으로 실어나르는 헬기를 막기 위해 경찰과 맞섰다. 송전탑 공사 현장에 움막을 세우고 지키던 평밭마을 할머니들은 몸에 쇠사슬을 감았다. 경찰과 주민 사이에 크고 작은 충돌이 이어지고, 주민들이 병원에 실려갔다. 대치가 길어지자 경찰은 주민들을 연행해갔다.

한전이 공사 강행의 명분으로 내세운 신고리 핵발전소 3호기의 완공 시기는 계속 늦춰지고 있다. 그사이 자신의 축사 근처로 765kV 송전탑이 지나가는 사실에 괴로워하다 농약을 마신 유한숙(71)씨가 12월6일 숨을 거뒀다. 12월13일에는 96번 송전탑 농성장에서 동화전마을 주민 권아무개(53)씨가 수면제를 다량 복용하고 자살을 기도했다. 밀양의 ‘잔인한 겨울’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hwany@hani.co.kr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나 없다, 던 말은 꼭 들어맞았다.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사이트의 방문자 수가 일평균 30만 건을 넘어선다는데, 정작 만나려 하면 당당하게 ‘일밍아웃’(일베+커밍아웃)을 하는 회원은 없었다. 그러나 보수 논객을 비판하는 기사라도 쓴 날에는 욕설과 협박을 담은 전자우편이 날아들었다. 하다못해 소개팅에서 만난 상대도 알고 보면 일베 회원이었으니. 한낱 기자에게도 이렇게 깊은 관심을 보여줬을 정도로, 올 한 해 일베의 활약은 전방위적이었다. 2010년 ‘디시인사이드’의 정치사회갤러리에서 갈라져나온 일베는 지난해 말 대선을 계기로 불법 댓글 공작을 벌인 국가정보원 직원을 비롯한 강경 우익세력의 집결지로 급부상했다. 그 뒤 일베는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낸 연예인·활동가·기자 등을 ‘좌좀’(좌파 좀비)으로 낙인찍은 뒤 신상을 털었고, 여성은 무조건 ‘김치녀’(사치하는 한국 여성)라며 조롱했다. 또 5·18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은 ‘홍어 택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노알라’(코알라에 빗대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하기 위해 만든 이미지)라고 조롱했다. 인터넷과 현실을 넘나드는 일베의 무차별적 공격은 숱한 소송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일베 현상에 대해 언론과 학계는 인터넷·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신뢰와 배려가 거세된 사회관계망이 확대된 부작용이니, 과도한 경쟁체제에서 좌절한 청년들이 강자의 폭력을 찬양하고 나선 파시즘적 현상이니 하는 다양한 분석을 쏟아냈다. 원인이 무엇이든 일베는 분명 존재하고 그 영향력은 커져만 간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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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10년 만이었다. 데뷔 45년차 가수 조용필은 지난 4월19집 음반 를 발표했다. 새 음반을 학수고대했던 팬들은 노장의 청량한 사운드에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했다. 새 노래는 음원 사이트 ‘지붕을 뚫었고’, 음반 판매량은 20만 장을 돌파했으며, 수록곡 는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를 석권했다. ‘영원한 오빠’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록 페스티벌 ‘슈퍼소닉 2013’에도 참여했다. 그 앞에서 팬들이 를 ‘떼창’했다. ‘오빠’가 돌아왔다.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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