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영 책읽는곰 편집장
엄마들은 기억합니다. 아이가 처음 세상에 온 순간을, 꼬박 아홉 달을 뱃속에 품고 있던 아이를 마침내 품에 안았을 때 그 감격을…. 엄마들은 낱낱이 기억합니다. 아이가 처음으로 웃음을 터트렸던 순간을, 아이의 입안에 새하얀 첫 이가 돋던 날을, 아이가 처음 “엄마!”라고 부르던 순간을, 아픈 아이를 안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맞았던 새벽의 서늘함을, 며칠을 앓고 일어난 뒤 한층 깊어진 아이의 눈빛을, 아이가 세상에 첫발을 내디녔을 때 유난히 커 보이던 책가방을, 그리고 사는 일에 지쳐 있을 때 아이가 건넸던 서툰 위로를…. 때로는 가슴 벅찬 감동으로, 때로는 가슴 저린 아픔으로, 엄마는 아이와 길고도 짧은 시간을 함께하지요.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이런 감동은 서서히 희미해져갑니다. 엄마는 코치가 되고 아이는 선수가 되어 앞으로 앞으로 내달리기 바쁜 까닭이지요. ‘사랑한다’는 말은 어느덧 ‘공부해라’ ‘게임 좀 그만해라’ ‘책 좀 읽어라’ ‘텔레비전 그만 봐라’ ‘음식은 골고루 먹어라’ 하는 잔소리로 바뀌어갑니다. 그래도 엄마의 마음 저 깊은 곳에는 아이가 안겨주었던 행복감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비록 늦은 밤 잠든 아이를 바라볼 때나 그곳에 이르는 문이 살짝 열리긴 하지만 말입니다.
아이를 키우며 겪었던 크고 작은 순간들그림책 작가이자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최숙희는 어느덧 고등학생이 된 아들을 키우며 겪었던 크고 작은 순간들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이로 인해 가슴 벅찬 기쁨도 느끼고 가슴이 무너지는 아픔도 느꼈지만, 작가의 삶에 가장 귀한 선물은 아이였지요. 세상 모든 엄마가 그렇듯이 말입니다.
는 작가 자신을 포함한 세상 모든 엄마가 일상에 쫓겨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 아이의 귓가에 평생 속삭여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그리고 엄마에게는 마음 저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기억을 깨우는 책이기도 합니다.
“네가 태어난 순간부터, 내 세상의 중심은 바로 너란다.”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들은 지구의 자전과 공전으로 만들어지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새로운 시간을 살게 됩니다. 엄마들의 아침은 날이 밝아올 때가 아니라, 아이가 눈뜰 때 비로소 시작되지요.
아이가 세상에 온 뒤로 날마다 뜨는 해도 우리 아이를 보려고 어둠 속에서 얼굴을 내미는 듯하고, 봄이면 늘 피는 꽃도 우리 아이를 따라 웃느라 꽃망울을 터트리는 듯합니다. 아이가 처음 “엄마!” 하고 부르던 순간엔 들판을 내달리던 사슴도 우뚝 멈춰서서 아이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것만 같습니다. 해와 달과 별, 구름과 비와 바람, 꽃과 나무와 새를 비롯한 세상 모든 것이 우리 아이와 함께하고 우리 아이를 위해 존재하는 듯하지요.
아이가 첫 걸음마를 시작할 때는 넘어질 듯 위태로운 발걸음을 땅이 단단히 받쳐주고, 아이가 울 때는 하늘도 아이의 어깨를 토닥이며 같이 울어줍니다. 아이가 학교에 갈 때는 온 세상이 함께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고요. 그림책 작가 최숙희가 그려낸 자연의 모습에는 아이가 한 고비, 또 한 고비를 넘기며 성장하는 기적 같은 순간에 엄마가 느꼈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너와 함께한 하루하루가 기적이야이 책을 쓰고 그린 최숙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 중 한 사람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실린 를 비롯한 다양한 책으로 엄마와 아이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최숙희의 그림책이 엄마와 아이들에게 두루 사랑받는 까닭은, 따뜻하고 섬세하며 밀도 있는 그림과 더불어 아이들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바람을 그림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잘 표현해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지만 부모 입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는 말이 바로 “괜찮아!”입니다. 작가는 이 한마디로 라는 멋진 그림책을 만들어 수십만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지요. 이 책이 그토록 많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그저 작가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이야기인 까닭입니다. 작가는 누구보다도 섬세하고 예민해서 상처받기 쉬웠던 어린 시절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도 다르지 않습니다. 작가는 자신보다 더 소중한 아들을 향해, 그리고 그 아들의 엄마로 살아온 자신을 향해 새로운 메시지를 보냅니다. 세상을 사는 동안 가장 커다란 힘이었고, 기쁨이었고, 위로였던 아들 영상이에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사랑과 응원의 메시지를요.
너와 함께한 하루하루,
너와 함께한 한달 한달,
너와 함께한 한해 한해가
내겐 모두 기적이었어.
네가 내 아이라는 것,
그게 바로 기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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