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 중앙북스 기획팀 과장
개화기, 이 땅에 축구란 스포츠가 처음 소개됐을 때, 축구 경기를 관람하던 어느 나이 든 선비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공 하나가 사람 마음을 이렇게 흔들어놓느냐.”
축구는 직사각형 운동장에서 단 하나의 공을 상대방의 골대에 차 넣는 간단한 게임입니다. 하지만 축구는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이자, 때론 우리 인생과 비유되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그라운드 위의 축구 선수들은 경쟁하고 협력하며 골(Goal)이란 목표를 향해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달립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축구공을 향해 뛰는 선수들처럼 우리도 결론이 어떻게 날지 모르는 인생의 그라운드에서 목표를 위해 달리는 선수들입니다. 축구가 우리 인생과 닮아서 더욱 축구에 열광하는지도 모릅니다.
<font color="#C21A8D">프로팀의 선택을 받지 못한 그저그런 선수</font>대한민국 축구의 아이콘이자 명문 축구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선수 박지성. 그가 축구와 인생에서 배운 깨달음을 담은 책 를 출간해 2010년 독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사실, 박지성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전혀 주목받지 못하던 선수였습니다. 타고난 재능은 고사하고 왜소한 체격과 평발이라는, 운동선수로는 낙제점의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 불리한 조건을 투지와 열정으로 버텨냈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국내 프로축구팀 어느 곳에서도 선택받지 못한 그저 그런 선수였습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지금 대한민국의 축구 아이콘이 됐을까요? 재능으로 똘똘 뭉친 세계 최고의 프로 선수들만이 입성할 수 있다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승승장구하게 됐을까요?
박지성은 성공 비결을 자신의 한계를 깨기 위해 현재를 버리는 자세에 있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2008년 5월,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당일 아침부터 시작됩니다. 박지성은 준결승전까지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팀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으로 이끌었습니다. 드디어 박지성의 유럽리그 도전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죠. 그러나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박지성을 결승전 후보 명단에서조차 탈락시킵니다. 박지성이 훌륭한 선수이긴 하지만 결승 상대를 분석해본 결과 필승 전략에 어울리지 않는 선수라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결국 팀 동료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환호할 때, 박지성은 관중석에서 자신만의 패배를 곱씹어야 했습니다.
박지성은 이날 이렇게 결심했다고 합니다. 맨유에 입단할 때까지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며 달려왔다면 이제 다시 살아남기 위해 지금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겠다고.
에서 박지성은 자신은 호날두처럼 뛰어난 골 결정력도, 루니처럼 엄청난 파괴력도, 긱스처럼 전설이 된 왼발도 없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따라하는 것은 해답이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천재라 불리는 프로선수들 사이에서 전혀 다른 방법으로 자신만의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남의 장점을 따라하기보다는 자신만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유일함’을 찾아 그것을 무기로 삼았다고 합니다. 남보다 한 번 더 뛰며, 동료를 위해 빈 공간을 찾아내고, 팀을 위해 헌신적 플레이를 펼치는 것 말입니다. 누구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을 때, 박지성은 동료와 팀을 위해 뛰었고 그런 헌신적인 노력이 빛을 발해 국가대표팀에서나 맨유에서나 대체할 수 없는 선수, 박지성을 만든 것입니다.
프로페셔널 박지성은 ‘버려서 얻는’ 지혜를 말합니다. 그는 우리에게 “움켜쥐기 위해 악착같이 달려왔지만 이제는 채운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채우라”고 조언합니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르는 법이지요.
축구는 혼자 할 수 없습니다. 인생도 혼자 살아갈 수 없습니다. 팀 안에서 조직 안에서 동료들 사이에서 나를 비우고, 나를 헌신할 때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박지성이 들려주는 더 큰 나를 위한 ‘비움’의 이야기, 한번 들어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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