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영 김영사 편집팀장
9년의 연재 기간을 통해 전 27권, 총 135개의 에피소드로 완결된 은 각 화마다 소재 음식의 유래와 자세한 조리법, 좋은 식재료 구분법, 올바른 섭취 방법 등을 다뤄 만화이면서도 실제 조리서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실용적인 작품이다. 이는 이 수년에 걸친 취재, A4용지 1만 장이 넘는 자료, 라면박스 세 개를 가득 채운 음식 사진 등 기존 만화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장기간의 취재와 수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됐기 때문이다.
철저하고 꼼꼼한 사전 준비소설가 이윤기는 “꼼꼼히 따져서 전통적인 요리법에 따라 그려낸 은 내게 교과서 같은 만화”라며 “의 조리법에 따라 여러 가지 음식을 해먹었다”고 실용적 면에서도 에 찬사를 보냈다.
은 한국인들도 잘 몰랐던 팔도강산의 음식·식재료들과 숨겨진 맛집을 소개하고 발굴하며 한국 사회에 다양한 영향을 끼쳤다. 3권 ‘소고기 전쟁’ 편에서는 한 권 전체를 통해 소고기의 주요 부위, 제대로 구워 먹는 방법, 소를 가공해 부위별로 나누는 과정, 소매 상품으로 만드는 방법, 비육우의 등급 구분 등 일반인이 알기 힘든 정보를 쉽고도 자세하게 전해주었다. 축산물등급판정소에서 ‘비육우’ 편을 홍보용으로 이용하고 싶다는 요청까지 받았다. 1963년 염관리법 제정 이후부터 40년 이상 광물로 분류돼 무관심 속에 방치됐던 국산 천일염은 에서 두 차례에 걸쳐 소개된 뒤 새로이 주목을 받았다. 2010년에는 국산 천일염을 세계적 명품으로 육성하기 위한 포럼이 열렸다. 의정부 부대찌개 식당 ‘오뎅집’, , 파주 ‘오두산 막국수’ 등이 에서 소개된 이후 매상이 크게 늘어나기도 했다. 많은 숨은 맛집이 을 통해 독자에게 알려졌고 ‘이 추천한 맛집’이라는 홍보 문구가 등장하기도 했다. 스스로를 ‘식객 취재원’이라고 소개하며 음식점주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문제가 되어 작품 안에 안내 문구를 실었던 ‘식객 취재원 사칭’ 사건은 의 사회적 영향력을 알 수 있는 단적인 예이다.
저자인 이원복 교수는 을 “한국 만화의 쾌거이자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라고 평했고, 역사학자 이이화는 “전통음식들과 함께하는 넓고 깊은 여행. 우리 음식 문화의 길잡이”라고 말했다. 작가 데라자와 다이스케는 “광범위한 문제의식과 능숙한 드라마 구성. 한국 만화사에 영원히 남을 작품”이라고 이야기했다. 소설가 김주영은 “우리 마음 가장 깊은 곳에 그리움처럼 살뜰히 숨겨온 ‘맛’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평했다.
2011년 국정교과서에 본문 일부 수록이 결정됐다. 사인회나 독자 이벤트는 어린아이부터 중·장년층까지 폭넓은 계층의 독자들이 참가한다. 대한민국 만화로는 최초로 영화와 TV로 제작돼 사랑받았다. 2007년 개봉한 은 300만 관객을 모았고, 2010년 두 번째로 이 제작돼 개봉했다. 2008년에는 24부작의 TV 드라마로 제작됐다. 2010년 6월에는 허영만 화백이 그동안 한국 만화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목포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는 이 만화라는 장르의 영역을 뛰어넘어 한국인에게 하나의 문학작품으로서 인식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야기의 중심에 항상 ‘사람’과 ‘사람들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매 에피소드에 다양한 식재료와 음식이 등장하지만 허 화백은 이야기의 초점을 언제나 등장인물들에 맞춘다. 시력을 잃은 아버지를 바라보는 자식의 마음을 감동적으로 표현한 ‘아버지의 바다’ 편에서 음식은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소재에 지나지 않는다. 형 집행을 앞둔 고집 세고 폭력적인 사형수 이야기에서 ‘고구마’는 어머니와 동일한 의미로 그려진다. ‘궁중 떡볶이’ 편에서 음식은 가족을 해외로 보낸 기러기 아빠의 외롭고 애절한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이며, ‘어머니의 쌀’ 편에서 해외 입양아인 주인공에게 올게쌀은 어려서 헤어진 어머니를 찾는 이정표이다. 비구니로 출가한 딸을 찾아가지만 매정하게 거절당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린 ‘미나리’ 편에서 ‘미나리강회’는 딸을 걱정하고 생각하는 어머니의 사랑이다.
만화는 유치한 것? 어린이만 보는 것?만화계 원로이면서 현역으로 왕성히 활동 중인 허영만 화백은 을 통해 ‘만화는 유치한 것’ ‘어린아이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통념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을 모범으로 삼아 더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고 재미와 함께 깊고 진한 감동을 전해주는 문학작품이 한국 만화계에 뒤이어 등장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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