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 엘도라도 편집팀장
극심한 청년 취업난과 ‘88만원 세대’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등의 신조어로 점철된 20대의 고단한 삶에 단비가 되어준 책이 있다. ‘스탠퍼드대학 벤처스 테크놀로지 프로그램’(STVP)을 이끌고 있는 티나 실리그 교수의 책, 이다. 스탠퍼드대학의 최고 인기 강의를 그대로 담아낸 이 책에서, 실리그 교수는 스탠퍼드대학 학생들의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젊은이들이 갖춰야 하고 진정 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관해 조목조목 일러준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청춘’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며,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친절히 안내해주는 책이다.
<font color="#C21A8D">14개 팀의 평균 수익률은 4천%</font>
이 책은 미국·일본·독일·대만·중국 등 9개국에서 출간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국내에서도 출간 즉시 종합베스트셀러에 올라 약 6개월에 걸쳐 20만 부 이상 판매됐다.
이 책이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끈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명문으로 손꼽히는 스탠퍼드대학에서 졸업생들의 성공적인 사회 진출을 돕기 위해 특별히 개설된 강의를 생동감 있고 흥미롭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스탠퍼드대학 졸업생들의 사회적 경쟁력이 시작되는 강의실로 독자를 초대하는 셈이다. 이 강의실에서 실리그 교수는 엉뚱해 보이는 과제를 제시하고 학생 스스로 해답을 찾도록 유도한다. 놀라운 것은 그 결과물이 그녀는 물론 학생 자신까지도 깜짝 놀랄 만한, 획기적이라는 점이다. 때론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가 의외의 투자 제안을 받기도 하고, 그들 스스로 기업에 자신들이 진행한 프로젝트를 팔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학생들은 학교와는 너무 다른 사회를 미리 체험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고히 정립할 채비를 자연스레 갖추게 된다.
예컨대 실리그 교수는 학생들에게 5달러와 2시간을 주고 최대한의 수익을 올려보라고 하거나, 클립 10개 또는 고무밴드로 나름의 가치를 창출해보라고 제안한다. 학생들은 제각기 팀을 이뤄 독창적이고 획기적인 과제물을 내놓는다. ‘5달러 프로젝트’의 경우, 최고 수익을 올린 팀은 주어진 돈을 하나도 쓰지 않고 650달러를 벌어들였고, 전체 14개 팀의 평균 수익률은 무려 4천%였다고 한다.
그들이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일반적으로 많은 이들은 5달러와 2시간이라는 주어진 조건하에 수익을 올리려 한다. 즉, 5달러어치 복권을 사거나 5달러어치 주스 재료를 사서 2시간 동안 만들어 파는 식이다. 하지만 막상 최고의 수익률은 이런 제약조건 자체를 무시하고 그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사고로 창의력과 상상력을 동원한 팀이 차지했다. 그 팀은 스탠퍼드대학 졸업생을 특별히 선호하는 회사를 찾아내 채용에 도움이 될 만한 영상을 준비해 650달러에 그것을 팔았다. 그들은 5달러에 손도 대지 않고 이런 엄청난 성과를 달성했다.
<font color="#C21A8D">한국에서도 공모전 열려</font>
한국에서 5달러 프로젝트를 실제로 실행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웅진씽크빅은 고용노동부·한국경제신문사와 함께 ‘5달러 프로젝트 국내 공모전’을 열어 한국 청년들이 열정적인 아이디어와 창의력, 기업가 정신을 최대한 발휘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많은 사람들이 참가해 열띤 경쟁이 벌어졌고, 2차까지 통과한 최종 9개 팀이 최후 경합을 치렀다. 그들의 미션은 1만원 이내의 자본으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2주 동안 그것을 실행해 결과를 발표하는 것. 역시나 기발한 아이디어와 열정적 실행력, 문제해결력, 기업가 정신 등을 갖춘 쟁쟁한 프로젝트들이 소개됐다. 그들 중에는 60만원가량의 높은 매출을 올린 팀도 있었고, 비록 수익이 높지는 않았지만 사회적 가치 측면에 초점을 맞춰 사회적으로 꽤 파급력 있는 프로젝트를 실행한 팀도 있었다. 이는 ‘5달러 프로젝트 국내 공모전 사례집’으로 엮여 곧 출간될 예정이다.
5달러 프로젝트 국내 공모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 젊은이들의 실력과 열정은 결코 외국 학생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가 정신 지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성장 잠재력이 악화되고 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얼마 전 32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가 정신 경쟁력 평가와 한국은행이 고안한 ‘기업가정신지수’를 계산해본 결과에서도 한국의 기업가 정신이 계속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54년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고 피터 드러커 박사는 “기업가 정신의 최고 실천 국가는 의심할 바 없이 한국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56년이 지나는 사이, 미래의 핵심 경쟁력으로 손꼽히는 기업가 정신이 그야말로 무참히 추락하고 말았다.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기업가 정신을 국가경쟁력 강화의 원동력으로 보고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중에서도 기업가 정신 경쟁력에서 1위를 고수하며 단연 돋보이는 국가가 바로 미국이다. 특히 스탠퍼드대학은 미국 벤처사업의 산실로 널리 알려졌으며, STVP는 그 원동력으로 대단한 명성을 자랑한다.
<font color="#C21A8D">주위를 살펴 문제와 기회를 찾아내라</font>
STVP 이사이자 책임교수인 티나 실리그 교수는 기업가 정신의 기본으로 ‘주위의 보잘것없어 보이는 문제를 살펴 기회를 찾아내는 것’ , 그리고 ‘실패를 피하려 하지 말고, 오히려 실패를 통해 경험을 쌓고 더 나은 결과를 위한 계기로 삼는 것’을 제시한다. 이런 도전정신과 틀을 벗어난 시각을 바탕으로 과감히 세상과 맞선다면,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도 어마어마한 결과를 거머쥘 수 있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것들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되찾고 인생을 새롭고 창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계기를 안겨주는 책 을 통해, 56년 전 한 석학이 한국에서 보았던 왕성한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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