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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보면 ‘척’ 안다



상대와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법 <스눕>
등록 2010-12-31 16:37 수정 2020-05-03 04:26
[올해의 책 2010]
〈스눕〉샘 고슬링 지음/ 김선아 옮김/ 황상민 감수/ 한국경제신문 펴냄

〈스눕〉샘 고슬링 지음/ 김선아 옮김/ 황상민 감수/ 한국경제신문 펴냄

조민호 한국경제신문(한경 비피) 편집부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알기 어려운 게 사람의 마음이고, 그 알 수 없는 마음이 우리를 당황케 할 때가 많다. 이와는 반대로 우리는 “내 속을 꺼내어 보여주고 싶다”는 말도 흔히 한다. 속마음을 다 보여주고 싶지만 쉬운 일이 아니기에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다.

 

속 모르는 당신, 속 보여주고 싶은 당신

사람의 마음은 알기도 어렵고 알리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상대의 마음, 알릴 수 없는 나의 마음이 오해를 부르고 소통의 단절을 야기한다. 그래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사람을 꿰뚫어볼 수 있는 능력을 원하는지 모른다. 상대의 지적 수준, 취향, 성향 등을 미리 알면 더 원활히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역으로 활용하면 상대가 나를 ‘내가 원하는 모습의 나’로 보게 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비즈니스와 인생에서 성공과 행복을 얻는 통찰력을 키울 수 있다.

그동안 이와 관련해 특히 주목할 만한 연구가 심리학 분야에서 행해졌는데, 미국 심리학계가 주목하고 있는 텍사스대학 심리학과 교수 샘 고슬링 박사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10여 년 동안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외부로 투영되거나 감춰지는지,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연구와 실험을 진행해왔다. 개인의 생활공간과 소지품, 물건 등을 단서로 그 사람의 성격과 이미지를 간파할 수 있는, ‘상대와 직접적으로 대면하지 않고도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것’이 연구의 핵심 내용이다. 그의 연구 성과는 국내에도 알려져 <ebs> 편에서 집중적으로 조명됐다.
은 샘 고슬링 박사의 이 연구 성과를 한 권으로 정리한 책이다. 박사는 이 책을 통해 소지품이나 흔적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실을 알아낼 수 있는지 입증해냈다.
일상의 행동을 통해 당신은 다양한 물리적 흔적을 남긴다. 그것이 당신이라는 사람을 나타내는 단서가 된다. 가령 책상 위에 놓인 말라붙은 빈 커피잔이, 씻기 귀찮아하는 당신의 생활방식을 알려주는 단서가 된다. 당신의 성격이 의심할 여지 없이 다양한 단서들로 외부에 드러난다. 당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단서를 끊임없이 남기고 있는 것이다.
샘 고슬링 박사는 현실에서 접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통해 타인의 성격을 읽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제껏 당신이 알지 못했던 제3의 심리학 세계로 눈을 열어주는 신기한 책이다.
스누핑을 가능케 하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자신도 모르게 흘리고 다니는 수많은 단서들이다. 역으로 말하면 이런 단서들을 의도적으로 조작하면 타인에게 자신에 대한 판단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노련한 스누퍼들은 그런 조작을 피해 그 사람의 실체에 다가가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무의식적으로 흘리는 단서들을 통해 상대방의 실체에 접근하는 심리학적 방법론이 이채롭다.
이혼 사유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성격 차이’다. 타고난 성격을 바꾸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하기 전 상대방의 진짜 성격을 미리 알면 훗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기 전에 서로를 위해 여러 가지 배려를 할 수 있다.

셜록 홈스와 에르퀼 푸아로의 비기
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나서 사귀기 시작했다고 생각해보자. 시간이 갈수록 당신은 그녀의 성격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어질 것이다. 그러면 별 탈 없이 좋은 만남을 유지해나갈 수 있을 테니까.
어느 날 당신은 드디어 그녀의 집에 초대받는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녀의 방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이때가 그녀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집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단서를 통해 그녀의 성격을 간파할 수 있다. 특히 그녀가 공간을 어떻게 나누었는지 살펴보자. 방을 구분하고 활용하는 방식은 그녀의 성향을 잘 보여준다.
중요 고객과 미팅이 있어 상대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가운데에 접대용 탁자가 있고 그 위에 비즈니스 주간지가 몇 부 보인다. 탁자 양옆에는 흰색 소파가 있다. 가지런히 놓인 빨간색 쿠션은 약간 때가 타 있다. 고객이 앉은 자리 뒤쪽 벽에는 원색을 과감히 사용한 추상화 액자가 걸려 있다. 책상 위에는 자녀로 보이는 아이들의 미니 액자가 놓여 있다. 한쪽 테이블에 놓인 오디오에서는 잔잔한 재즈 피아노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쯤 되면 단서는 널려 있다. 유능한 스누퍼라면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비즈니스 상대의 성향을 꿰뚫어볼 수 있다.
스누핑의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스누핑은 CSI 과학수사대나 FBI 프로파일링 수사관들의 활동 같은 심각한 범죄 해결이 아니더라도, 고객에게 맞는 건축이나 실내장식을 디자인하는 작업까지 아무 연관성 없어 보이는 다양한 단서들을 체계적으로 종합해 고객에게 맞도록 새롭게 창조하는 다양한 작업에 응용할 수 있다. 고객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한 새롭고도 강력한 마케팅 기법이 될 수 있다.
샘 고슬링 박사는 이 도발적이고 재기 넘치는 책에서 자신의 연구팀이 이끌어낸 실험 결과를 제시하고, 이 비밀스러운 관찰학을 마스터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셜록 홈스와 에르퀼 푸아로 같은 추리소설 속 명탐정이 보여주는 통찰력의 비밀을 공개하고 있다. 독창적인 연구와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한 이 책이 ‘사람을 읽는 예리한 안목’을 키워줄 것이다.</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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