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 21세기북스 해외문학팀장
사람은 누구나 수많은 생각을 하며 산다. 사람이 생각을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생각한다’는 일이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 2010년 한 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은 이런 의문에 가장 솔직하게 답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우리를 괴롭히는 잡다한 생각의 정체를 파악한 뒤 ‘말하기’ ‘듣기’ ‘보기’ 같은 8가지 영역으로 나눠 일상생활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분노의 에너지에 휘둘리는 ‘생각병’
내일까지 작성해야 할 서류 때문에 야근해야 하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처음에는 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몰입해서 일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문득 어떤 계기로 딴 생각이 들게 되면, 곧 우리 머릿속은 수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기 시작한다. ‘아, 배가 고픈걸. 뭐라도 먹고 할까? 아니지, 차라리 빨리 끝내고 집에 가서 저녁을 먹자. 그러려면 8시까지는 마쳐야 할 텐데, 가능할까? 그러게, 왜 부장은 퇴근 시간이 다 돼서 얘기를 해주는 거야? 원래 이 일은 김 대리가 해야 할 일 같은데 왜 나한테 시킨 거지? 혹시 부장한테 찍혔나? 내일은 술 한잔 같이 해야겠는걸. 근데 부장은 너무 폭탄주를 좋아해서 원. 나는 이렇게 고생하는데 마누라는 또 늦는다고 잔소리나 할 거 아냐. 누구는 술 먹고 싶어서 먹냐고. 가만, 내일모레 아이랑 어디 간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이 정도 되면 제때 일을 해내기란 불가능하다. 이렇듯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떠오르는 잡다한 생각 사이에서 휘둘리다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머리를 아프게 하는 수많은 생각을 멈추고 싶어도,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생각을 멈추자’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이미 머릿속에는 ‘뭐야, 이미 생각하고 말았잖아’라는 생각이 들 테니 말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생각을 버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복잡하고 쓸데없는 생각일수록 내 의지대로 컨트롤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에서 생각을 버리는 법에 대해 강연을 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저자는 우리가 생각을 멈추기 어려운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의 뇌는 자극을 추구한다. 그런데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은 지나치게 평범한 일상이기 때문에 별 볼 일이 없고, 부정적이고 고통스러운 생각이야말로 자극적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새로운 자극을 얻기 위해 부정적 방향으로 생각을 몰고 가도록 프로그램돼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를 괴롭히는 ‘생각병’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복잡하고 쓸데없는 생각을 버릴 수 있을까? 저자는 우선 우리를 괴롭히는 잡다한 생각의 정체를 바로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분노’의 에너지에 휘둘리기 쉽다. 이때의 분노란 일상에서 우리가 말하는 분노보다 더욱 폭넓은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모든 감정을 포괄하고 있다. 그래서 단순히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것도, 누군가를 질투하는 것도, 과거를 후회하는 것도, 쓸쓸한 기분이 드는 것도, 긴장하는 것도 모두 이 ‘분노’의 에너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화가 나면 감정을 따옴표로 묶어라
이렇게 잡다한 생각의 근본 원인을 파악했다면, 그다음은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적용할지 알아야 할 것이다. 저자는 이 과정을 말하기·듣기·보기 같은 8가지 영역으로 나눠 일상생활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말하기’ 영역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응시’하는 법에 대해 말한다. 만약 분노 에너지가 들끓어 화가 난다고 생각되면, 이 감정을 따옴표로 묶어버린다. 즉, ‘화가 난다’가 아니라 ‘나는 화가 난다고 생각한다’고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이렇게 일상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몸에 익히면, 우리를 괴롭히는 복잡하고 쓸데없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지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출간 즉시 각 서점의 종합베스트에 오르며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책에 관한 문의도 끊이지 않았는데, 가장 많이 궁금해한 것은 이 책의 저자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이었다. 저자인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은 일본 최고의 명문대인 도쿄대를 졸업한 뒤, 불교에 입문한 인물이다. 미래가 보장된 최고 엘리트 학생이 불교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이러하다. 평소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아 사회과학을 전공한 그는, 기대한 것과 실제 학문에서 배우는 것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던 중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어떤 식으로 사람들에게 불교를 전하면 좋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는데, 이때 느낀 생각이 마음을 다스리는 불교의 진리를 사람들에게 널리 전하려는 의지로 발전됐다고 한다.
이런 저자의 마음이 반영돼서인지 은 자신을 찬찬히 돌아볼 계기를 마련해주는 책이다. 특히 평소 잡념이 많아 뭔가를 결정하기 힘들었거나 감정 기복이 큰 편이었다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을 점검하고 마음을 평온히 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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