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미 해냄출판사 편집부
스마트폰을 필두로 올해의 화두는 단연 ‘소셜 미디어’ , 그중에서도 선두주자 격인 트위터일 것이다. ‘트위터계의 대통령’ ‘트위터계의 간달프’ 등의 닉네임으로 불리며 50만 명이 넘는 폴로어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꽃노털 옵하’ 이외수 작가. 그가 매일 부지런히 파종하는 말의 씨앗 200여 편 중 많은 사랑을 받은 300여 글을 선별해 엮은 원고와 붓끝에 영혼을 담아 세상을 그려내는 정태련 화백의 세밀화 59컷이 어우러진 에세이가 바로 이다.
작가가 날마다 실어 올리는 140자
이외수 작가는 1990년대 후반부터 컴퓨터를 이용해 독자들과 소통해왔다. 개인 홈페이지, 플레이톡을 비롯해 트위터까지, 자유자재로 매체의 특성을 이용해 세상사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마음껏 펼치는 중이다. 작가가 날마다 실어 올리는 140자 안에는 자기반성부터 문학과 예술에 대한 심오한 성찰의 결과, 그리고 사회와 세계를 바라보는 명철한 시각이 담겨 있다. 그렇기에 수많은 폴로어들이 열광하는 것이며, 이런 상황이 국내 언론은 물론 최근엔 바다 건너 일본의 에도 소개된 바 있다.
비록 짧은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세상을 향한 작가의 시선이 오롯이 담겨 있다.
“옷걸이에 축 늘어진 채 걸려 있는 옷을 보면서 문득 ‘나는 어디로 갔지’라고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11쪽)
이외수 작가는 한 문장을 가지고 7~8번 거듭 퇴고하듯 수정하곤 한다. 그의 글은 농축된 메시지를 온전히 품고 있는 시구가 되고, 현대인들이 바쁜 일상에 매몰돼 잊고 있던 진실한 삶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독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이 책이 한 번 보고 덮기엔 아깝다는 것이다. 문장 속에 압축돼 표현된 삶에 대한 지혜로운 메시지가 그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문장을 곱씹게 하나 보다.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청춘, 그리고 영혼을 잃은 현대인들에게 그는 응원의 메시지를 잊지 않는다.
“어떤 독자가 내게 물었다. 글이 안 될 때는 어떻게 하나요. 내가 대답했다. 될 때까지 물고 늘어집니다. 독자가 다시 물었다. 지겹지 않으세요. 내가 다시 대답했다. 글이 저를 지겨워하겠지요.”(17쪽)
젊은 시절 학원 강사, 필경부에 연탄 배달까지 하며 작가로서의 삶을 이어갔다던 그의 나지막한 고백에서는 삶의 열정이 느껴지고, 그의 소신 있는 태도 앞에선 돌연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그가 스스로를 내던지듯 치열하게 글을 대한 것처럼, 인생에 대한 해답은 바로 자신 안에서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독자를 설득한다. 때로는 세태를 꾸짖듯이, 때로는 진심 어린 마음으로 사람들을 보듬으며 삶의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다.
세밀화와 농축된 언어의 하모니작가는 과거가 현재를 만들고 현재가 미래를 만든다고 하면서, 물처럼 인생을 살라고 말한다. 작은 실개천에서 시작해 마침내 넓은 바다가 되어 흐르는 물처럼, 스스로 시간의 주인이 되어 꿈을 좇으면 언젠가는 ‘비상’할 수 있다고 말이다. ‘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는 문장을 제목으로 꼽은 이유도 바로 이를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에서 생존법을, 에서 소생법을 일러준 작가는 마침내 이번 책을 통해 어떻게 스스로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는 에 이은 이외수 작가와 정태련 화백의 세 번째 작품이다. 이외수 작가의 글이 순간의 묘미를 포착해냈다면, 정태련 화백은 정교한 세밀화로 ‘시간과 나, 그리고 영원’이란 주제를 담았다. 오랜 역사를 품고 있을 법한 암모나이트, 벌레가 갉아먹은 낙엽 한 장, 금세 ‘바삭’ 하고 바스러질 듯한 마른 풀잎…. 그림마다 우주의 질서를 품으며 깊은 철학적 의미를 담은 세밀화는 이외수 작가의 글과 어우러져 독자에게 한 단계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한다.
“달밤에 홀로 숲 속을 거닐면 여기저기 흩어져 빛나고 있는 달의 파편들. 몇 조각만 주어다 불면에 시달리는 그대 방 창틀에 매달아주고 싶었네.”(162쪽)
글은 글대로 그림은 그림대로 흐르되 면면이 자유롭게 어우러지는 레이아웃으로, 애초에 의도했던 여백의 미학과 사색의 공간이 제대로 구현됐다. 누구보다 자연을 가까이하고 사는 작가는 ‘감성마을’에서 느낄 수 있는 사계절의 변화를 묘사함으로써 시간의 원리와 삶의 이치를 전한다.
그림을 한 번 음미하고 흰 바탕 속을 노닐며 심호흡을 한 뒤 활자를 읽고 사색하는 책, 짧은 시간 넘겨보는 책이 아닌 두고두고 펼쳐보며 마음에 새길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했는데, 그 바람이 통했는지 는 출간 이후 지금까지 20만이 넘는 독자가 찾았다. 이 책은 복잡한 일상에 지쳤을 때 한 걸음 물러나 쉴 수 있게 해주고, 삶의 여유와 함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청량제로 오래도록 독자에게 사랑받을 것이다. 의 다음 구절을 인용하며 글을 끝맺고 싶다.
“예술과 사랑은 길수록 좋고 예식과 축사는 짧을수록 좋다.”(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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