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다〉파울로 코엘료 지음/ 권미선 옮김/ 문학동네 펴냄
김지연 문학동네 해외3팀장
‘한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가’로 꼽히며 매년 베스트셀러 목록에 작품을 올리는 파울로 코엘료. 는 코엘료가 그의 최고작인 직후에 집필한 작품으로, 운명을 찾아나선 스무 살 여자 브리다가 사랑을 찾고 더 나아가 자아를 발견하면서 변모해가는 가슴 뭉클한 여정의 기록이다.
훗날 대성공을 거둔 조차 아직 소수의 독자에게만 알려졌던 시절에 출간된 까닭에 는 ‘코엘료의 작품 중 지금까지 숨겨진 보석 같은 작품’으로 오랜 세월 동안 회자만 될 뿐이었다. 그리고 처음 출간된 지 18년 만인 2008년 독자들의 뜨거운 요청에 힘입어 재출간됐고, 전세계 36개 언어로 번역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이 소설은 러시아·그리스·체코·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에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래 처음으로 대형 서점에서 종합 1위에 올라 다시 한번 ‘코엘료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출간된 지 20년이나 된 작품의 재출간에 전세계 독자는 왜 그토록 애정을 기울였을까? 그리고 우리나라 독자는 왜 이 작품에 열광하는 걸까? 그 이유는 가 이후 발표된 작품들에서 개별적으로 다루었던 주제들이 집약된 코엘료 작품 세계의 원류이자 가장 코엘료다운 작품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비의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무작정 숲 속의 현자를 찾아가 배움의 길로 뛰어드는 브리다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독자는 꿈을 좇기 위해 자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버리는 용기(), 온전함에 이르기 위해 삶을 끊임없는 움직임 속에 두어야 한다는 유목민들의 가르침(), 신의 여성적 면모와 도처에 편재하는 신(), 섹스를 통한 영성의 발견()처럼 그동안 코엘료가 천착해온 다양한 주제를 만날 수 있다.
또한 는 의 근간을 이루는 켈트 신화와 드루이드교, 그리고 성 패트릭의 기독교 전승이 살아 숨쉬는 땅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비의와 믿음, 신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유럽에서도 가장 독실한 가톨릭 국가 중 하나인 아일랜드의 가톨릭 전통과, 태고로부터 전해 내려온 켈트족의 마법을 모티프로 하여, 작가는 등 대표작들에서 선보였던 신화와 비의의 세계를 다시 한번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낸다. 일상적인 전화 통화 속에서, 늘 드나들던 카센터에서, 상점이 가득한 번화가에서, 고대의 신비와 순교자의 전설, 오랜 지혜의 전승은 한순간에 되살아나 주인공 브리다와 독자에게 마법을 거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를 통해 코엘료가 우리 삶의 가장 핵심적이고도 중요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번 생에서 무엇을 찾고 있는가? 작가는 우리 모두가 인생이라는 짧고도 긴 여행을 통해 각자의 운명(꿈)을 찾는 과정과, 그 여정에서 필연적으로 만나게 될 우리 안의 잃어버린 한 부분, 즉 ‘솔메이트’와의 사랑 이야기를 하나로 엮는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사랑이란, 사랑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사랑함으로써 타인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진정한 사랑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우치면서 새로운 나로 거듭나는 성장 과정이기도 하다.
코엘료는 이 작품에서 솔메이트, 즉 원래는 한 몸이었다가 여러 생을 거듭해 태어나 헤어지게 된 ‘잃어버린 부분’에 대해 이야기한다. 솔메이트를 만난다는 것은 단순히 제 짝을 찾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브리다를 향한 마법사의 아가페적 사랑처럼, 한 개인의 세계관을 뒤흔들고 더 나은 삶의 단계로 이끌어주는 일종의 ‘운명적 만남’이다. 이는 반드시 서로를 소유해야 하는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다. 등을 통해 소유와 속박에서 자유로운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던 코엘료는 솔메이트라는 개념을 통해 다시 한번 사랑의 근원적 의미를 묻는다.
평생을 그리워하고 갈망하지만, 들판의 꽃을 꺾지 않고 바라보듯이 소유하려 하지 않고 온전히 존재하게 하는 사랑. 오직 그런 사랑을 통해서만 우리는 삶에 숨겨진 가장 아름다운 비의를 깨닫고 성찰할 자유를 얻는다. 그런 의미에서 는 코엘료의 모든 소설 중에서 가장 철학적인 동시에 가장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다.
독자는 그 누구라도 자신을 대입시킬 수 있는 평범한 여자 브리다의 이야기를 통해 코엘료가 매 작품을 통해 전달하는 핵심적인 메시지를 다시 한번 맞닥뜨리게 된다. 비범한 삶은 평범한 사람들의 길 위에 있고, 매일의 삶이 당신 앞에 드러내 보이는 신비를 받아들인다면 당신도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깨닫고 그 꿈을 좇아 떠날 수 있다는 메시지. 더불어 20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일관되고도 깊게 발전시켜온 작가의 작품 세계가 뻗어나온 원류로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파울로 코엘료가 변함없이 초심을 지키는 작가임을 확인하는 기쁨도 맛볼 수 있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윤석열, 파면 이틀째 ‘관저정치’ 중…“대통령 아니라 집단 보스”
‘윤석열 파면’에 길에서 오열한 김상욱 “4월4일을 국경일로”
‘탄핵 불복’ 이장우 대전시장, 윤석열 파면 뒤 “시민 보호 최선” 돌변
“토하고 또 토했다…그래도 큐를 놓을 수 없었다”
이재명, ‘대장동 증인 불출석’ 과태료 처분에 이의 신청
“주가폭락에 퇴직연금 증발 중…트럼프는 골프 중” 부글대는 미국
윤석열, 오늘은 나경원 1시간가량 독대 “고맙다, 수고했다”
윤석열 파면 직후 대선 승리 다짐한 국힘…“뻔뻔” “해산해야”
윤석열, 박근혜보다 관저퇴거 늦어질 듯…“이번 주말은 넘겨야”
“이제 전광훈 처벌을”…탄핵 기각 대비 유서 썼던 목사님의 일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