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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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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기 전에



1천 명이 넘는 말기암 환자들의 공통된 후회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등록 2010-12-31 16:14 수정 2020-05-03 04:26
<font color="#008ABD">[올해의 책 2010]</font>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오츠 슈이치 지음/ 황소연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오츠 슈이치 지음/ 황소연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강선영 21세기북스 인문실용팀장

남은 시간은 불과 몇 주.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손과 다리.

하루 중 대부분을 침대에서 보내고

머리조차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렇게 인생의 마지막에 서 있는 이에게

세상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지금 무엇을 가장 후회하고 있나요?”

우리는 한없이 참고 또 참으며

비로소 끝에 이르러서야

자신을 속이며 살아왔다는 걸 깨닫는다.

정말로 하고 싶었던 것을 미루고 또 미룬 후에야

이제 더 이상 ‘뒤’가 남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들은 묻는다.

“선생님 오직 참으면서 살아온 제 인생은

대체 뭐였던 걸까요?”

우리의 심금을 울렸던 미국 애플사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의 명대사가 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것이 내게 가장 중요했다. 죽음을 생각하면 무언가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17살 때 ‘하루하루가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산다면 언젠가는 바른 길에 서 있게 될 것’이라는 글을 읽었다.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다. 죽음은 삶을 변화시킨다. 여러분의 삶에도 죽음이 찾아온다. 인생을 낭비하지 말기 바란다.”

<font color="#C21A8D">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font>

실제로 눈앞에 다가오기 전까지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는 게 인간이다. 이 때문에 ‘후회’를 먹고 사는 생물이 인간일지 모른다. 에는 이처럼 실제 죽음 앞에 선 1천 명의 말기 환자들이 남기는 ‘마지막 후회’의 공통분모가 담겨 있다.

말기암 환자들의 고통을 완화해주는 호스피스 전문의인 저자는 어느 순간 ‘세상에는 수많은 인생이 있듯 수많은 후회가 있지만 그들의 마지막 후회에는 커다란 공통분모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의학 기술은 인생이 던져준 마지막 숙제에 후회하고 괴로워하는 그들의 마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모든 것을 마무리해야 하는 마지막 순간에 인생은 쉽게 넘어가주는 법이 없고, 한 사람의 일생을 철저하고 잔혹하게 점검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가끔 이런 가정을 한다. ‘내게 단 하루가 남아 있다면….’

어느 누군가는 보고팠던 이들을 만나러 갈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미처 다하지 못한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우리 마음속에는 항상 ‘언젠가’가 남아 있다. 그러나 이 가정이 ‘실제로’ 다가왔을 때 ‘언젠가’의 무게는 잔인하고 무거운 숙제로 우리에게 남게 된다. 우리에게 ‘한 번뿐인 인생’이라는 말은 이미 식상한 단어일지 모른다. 하지만 1천 명의 환자들이 남긴 마지막 후회들을 읽고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

이 책의 소재가 된 스물다섯 가지 후회들은 1천 명이 넘는 말기 환자들과의 이야기와 죽음을 토대로 만들어진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다. 호스피스 전문의인 저자는 약으로도 처방할 수 없는 환자들의 마음에 귀기울이며 인간이 죽음이라는 커다란 마침표 앞에 섰을 때 하게 되는 ‘후회들’의 공통점을 알게 된다. 그리고 실제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에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도 아주 드물지만, 분명히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font color="#C21A8D">인생을 점검하는 ‘버킷리스트’</font>

저자는 이처럼 자신이 느꼈던 후회의 공통분모를 좀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면서 인생을 재점검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한다. 그런 그의 바람은 일본 네티즌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고 있다. 이미 국내 네티즌 사이에도 입소문으로 알려져 사람들 사이에서 인생을 점검하고 진정 하고 싶은 것을 되돌아보게 하는 ‘버킷리스트’로 활용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친절을 베풀었더라면… 등 이 책에서 다루는 소재들은 어쩌면 우리가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속에 녹아 있는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할 만큼 충분히 공감을 일으킨다. 아울러 유산·자식·결혼·종교 등 죽기 전에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어, 죽음을 대비하는 사람들이 인생의 마무리를 재점검할 수 있는 키워드를 제공해주고 있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앞뒤 면과 같다. 후회 없는 삶은 후회 없는 죽음을 인간에게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는 말기 환자들의 육성을 담은 삶의 후회에 관한 책이니만큼 아주 현실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삶의 비밀은 극히 평범하고 소소하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어쩌면 지금 우리가 좇고 있는 무언가 ‘대단한 행복’이 아닐지도 모른다. 각박한 삶에 치여 평범하지만 중요한 사실들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들. 잠시 어깨에 힘을 빼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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