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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허그하세요



가장 불행해 보이는 남자의 가장 행복한 이야기 <닉 부이치치의 허그>
등록 2010-12-31 16:02 수정 2020-05-03 04:26
[올해의 책 2010]
<닉 부이치치의 허그> 닉 부이치치 지음/ 두란노 펴냄

<닉 부이치치의 허그> 닉 부이치치 지음/ 두란노 펴냄

권옥경 두란노서원 번역서팀장

닉은 사지 가운데 닭발처럼 생긴 발가락 두 개만 달랑 가지고 있는 누가 봐도 끔찍한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하지만 그는 다이빙대 위에서 뛰어내리고, 파도타기·낚시·골프·여행·스쿠버다이빙·스케이트보드를 하고, 드럼을 연주하고, 컴퓨터를 하고,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수많은 이들과 트위터를 하고, 글을 쓰고, 영화에 출연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 누구나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지금까지 38개국을 돌아다니며 메시지를 전했고, 네 명의 대통령을 만났으며, 다섯 나라의 국회에서 연설했고, 그의 강연을 직접 들은 사람만도 370만 명이나 된다. 그야말로 팔다리 없는 인생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한계가 없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는 큰 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세상 누구보다 멋진 인생을 살고 있다. 어느 누가 그 대단함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팔다리 없는데 어떻게 저렇게 웃지?”

무엇보다 감탄하게 만드는 것은 그의 건강하고 강인한 정신이다. “여러분이 희망을 볼 수 없다는 것, 그것은 거기에 희망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포기하기 전까지 희망은 거기 그대로 있습니다. 그러니 절대로 포기하지 마십시오.” 가장 깊은 절망을 맛보았고 처절한 고통을 숨쉴 때마다 몸에 안고 사는 그가 내뱉는 말. “절대로 포기하지 마십시오!”(Never Give Up!) 세상 그 누구의 말보다 더 강한 설득력을 가진 메시지다. 그래서 그것은 사람들의 영혼에 큰 충격을 주게 된다.

닉은 자신 책의 한국어판 제목인 ‘허그’(Hug)에 상당히 만족스러워했다. 팔이 없는 그에게 허그는 역설적 단어다. 어느 날 청소년을 대상으로 닉이 강연을 하는데 갑자기 한 10대 소녀가 손을 들고 나와 “허그해도 되나요?”라고 물었다. 닉이 허락하자 소녀는 그를 포옹하면서 닉의 강연이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고백했다. 그 순간 닉은 자신의 이야기가 세상에 선하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날 이후 닉의 꿈은 더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얻도록 돕는 것이 되었다. “혹시 기적을 체험하지 못하셨다면 다른 사람에게 기적이 되어주십시오. 저는 팔다리 없이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팔다리가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격려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저 때문에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된다면 저는 계속 팔다리 없이 인생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팔다리가 없는데 어떻게 저렇게 싱글벙글 웃을 수 있을까?” “닉, 어떻게 그렇게 행복하세요?” 하고 궁금해한다. 그럴 때마다 자신도 한없이 절망하던 때가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어린 시절 외모 때문에 친구들에게 ‘괴물’이나 ‘외계인’ 같다는 놀림을 받았고, 그래서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다. 그는 “땅을 치며 슬퍼했고 끝없이 우울했다. 늘 마음이 아팠고 항상 부정적 생각에 짓눌렸다. 어디를 봐도 출구를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런 그가 마침내 행복으로 통하는 문을 찾았다. 단 한순간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으신 하나님을 만난 것이다. 이후 닉은 달라졌다. 그는 숨이 막히도록 멋진 삶을 맛보고 싶었다. 자신의 삶을 희망으로 가득 채우고 싶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한계를 뛰어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날마다 도전했다. 그의 고백을 들어보라.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넘어져도 좋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절망을 희망으로 만드는 12가지 원리

이 책은 단순히 어떤 장애를 가진 사람의 ‘간증’ 정도가 아니다. 삶에 지친 사람들로 하여금 비전과 열정과 희망을 갖도록 흔들어 깨운다. 인간 정신이 얼마나 위대하고 고상한지 알게 하고, 인생의 고상한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게 만든다.

또한 이 책은 ‘절망을 희망으로, 생각을 현실로, 실패를 기회로, 한계를 비전으로’ 만드는 12가지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삶의 목적 세우기, 소망 품기, 믿음으로 살기, 자신을 사랑하기, 좋은 태도 갖기, 두려움을 모르는 용기, 불굴의 의지, 변화를 받아들이기, 기회 붙잡기, 몸 사리지 않기, 함께하기, 베풀기가 그것이다.

특히 마지막에 말한 베풀기의 원리에서 그는 ‘작은 나눔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사지 없는 삶’(Life without Limbs) 대표인 그는, 고아원과 휠체어가 필요한 장애인을 위한 단체 등 10개 이상의 자선단체를 후원하고 있다. 닉은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치 있다고 생각된 일들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이 책이 많은 이들의 호응을 받은 이유는 이 책에 실린 메시지들이 독자에게 목적을 발견하고, 소망을 품고, 믿음을 지키고, 자신을 사랑하며, 긍정적 마음가짐을 갖고, 두려움을 이기며, 불굴의 의지를 기르고, 변화를 받아들이며, 신뢰할 만한 존재로 성장하고, 열린 마음으로 기회를 붙들며, 위기 앞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이웃에게 넉넉히 베풀려는 각오를 새롭게 하는 데 도전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닉은 전세계를 다니며 희망을 전하고 있다. 수많은 집회와 강연을 통해, 자살하려던 청소년들에게, 절망하는 이들에게 “삶은 그 자체가 선물입니다. 그러므로 마지막 종이 울리기 전까지는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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