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주 문학동네 편집부장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는가를 추적해가는 작품… 네 개의 종소리가 울리는 것 같은 그런 작품이 될 거 같아요. 네 사람에 대한 이야기. 아마 한 이야기가 한 이야기를 찾아서 계속 가는 그런 이야기가 될 것 같고요. 어떤 시기를 통과하면서 누구나 한 번쯤 자기 옆에 두고 친구같이 읽어보고 싶은 그런 작품이 될 것 같기도 하고.(연재를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태어나서 살고 죽는 사이에 가장 찬란한 순간, 인간이거나 미미한 사물이거나 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는 그런 순간이 있다. 우리가 청춘이라고 부르는 그런 순간이.”(에필로그에서)
‘청춘’은 깊고 거친 들숨과 날숨, 절망과 상처를 동반하는 것일까.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파랗게 빛나는 이 시기에, 우리는 가장 크게 웃고, 울고, 기뻐하고, 좌절하며, 사랑하고, 헤어지고, 그러면서 성장한다. 어떤 시대를 지나온 세대라도 마찬가지. 이 아름다운 시기에 우리는- 청춘들은- 누구보다 비극적인 시간을 만나고, 오래 깊이 고민하고, 질문하고, 답을 찾는다.
가장 깊이 절망하고 고민하고 상처받았기에 오히려 더 아름답게 빛나는 시간. 는 바로 그 청춘의 이야기이다.
걷고 읽고 쓰고 네 청춘작가는 비극적인 시대상황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사랑과 젊음의 의미를 탐색한다. 성장소설이고 청춘소설이며 연애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은, 그래서 고통스러운 아름다움으로 빛난다. 그것은 지나간 시대에 대한 애틋한 초상인 동시에 새로운 시대를 맞아 새롭게 삶의 의미를 찾아나선 젊은 세대에게 바치는 연가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육 개월 동안 연재된 원고를 초고 삼아 지난겨울 동안 다시 썼다. 겨울만이 아니다. 봄과 이 초여름 사이… 아니, 방금 전까지도 계속 쓰고 있었다. 아무래도 인쇄되기 직전까지도 쓰고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책이 나온 후에도. 어째 나는 십 년 후… 이십 년 후에도 계속 이 작품을 쓰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사랑의 기쁨만큼이나 상실의 아픔을 통과하며 세상을 향해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젊은 청춘들을 향한 나의 이 발신음이 어디에 이를지는 모를 일이지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우울한 사회 풍경과 시간을 뚫고 나아가서 서로에게 어떻게 불멸의 풍경으로 각인되는지… 를 따라가보았다. 가능한 한 시대를 지우고 현대 문명기기의 등장을 막으며 마음이 아닌 다른 소통기구들을 배제하고 윤이와 단이와 미루와 명서라는 네 사람의 청춘들로 하여금 걷고 쓰고 읽는 일들과 자주 대면시켰다. 풍속이 달라지고 시간이 흘러가도 인간 조건의 근원으로 걷고 쓰고 읽는 일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작품 안에서 나는 작품 바깥에서 글쓰기를 했던 셈이다. (…) 작품 속의 그들 또한 글쓰기 앞에서 뭔가에 벅차 벌떡 일어나는 것처럼 느꼈던 그 모든 순간순간들을 여기에 부려놓고 이제 나는 다른 시간 속으로 건너간다.
이 소설에서 어쨌든 슬픔을 딛고 사랑 가까이 가보려고 하는 사람의 마음이 읽히기를, 비관보다는 낙관 쪽에 한쪽 손가락이 가닿게 되기를, 그리하여 이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언젠가’라는 말에 실려 있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꿈이 읽는 당신의 마음속에 새벽빛으로 번지기를….(‘작가의 말’ 중에서)펼칠 때마다 새롭게 울리는 종소리
는 2009년 6월29일부터 12월19일까지, 꼬박 6개월,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 일일연재됐다. ‘작가의 말’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연재를 시작하며 매일 새벽에 글을 쓰겠다고 독자들에게 했던 그 약속을, 작가는 지켰다. 그러고도 꼬박 5개월의 시간이 더 지났다. 그동안에도 이 소설은 계속 새롭게 쓰이고 있었고, 책이 출간된 지금도 그 이야기는 아직 끝이 나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청춘의 이야기가 그러하듯이.
작가 자신이 끝까지 펜을 놓지 못했듯, 독자들 역시 끊임없이 새롭게 이 작품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책장을 덮고도 귓가를 떠나지 않는 그 종소리 때문에, 한 번 덮었던 책장을 다시 펼칠 때마다 새로운 신호들이 나타나므로.
사랑의 기쁨과 상실의 아픔을 통과하며 세상을 향해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는 청춘들에게 보내는 작가 신경숙의 간절한 소통의 발신음은, 이 시기를 힘겹게 넘겨온 이들에게, 또한 새롭게 이 시기를 맞을 이들에게 닿아, 바로 그 자리에서 또 다른 발신음이 되어 퍼져나갈 것이며, 다시 그들 자신에 의해 새롭게 쓰일 것이라 믿는다.
왜 나는 지드와 헤세의 청춘소설에 감동받은 척했던 것일까. 그들의 책은 아름다웠지만 상처가 만져지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아픔을 느끼지도 못했었는데. 그러나 신경숙의 소설은 아파서, “세계는 떠나버렸다. 내가 널 짊어져야 한다”라는 첼란의 시구를 생각나게 했지. 자신의 삶을, 동료의 죽음을, 심지어 공동체의 운명을 짊어져야 했던 한 시대의 ‘크리스토프’들이 여기 있네. 네 명의 청춘이 유리병에 넣어 띄운 편지가 오늘날 청춘들의 마음에 온전히 가닿기를. 그들의 아픈 시간으로 되돌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아픔들을 잊지 않으면서, 마침내 아픔이 없는 시간 쪽으로 걸어가기 위해서.(문학평론가 신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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